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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문화_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불교(장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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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8,565회 작성일 23-02-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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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교

   

                                     장호경  (대구한의대학교) 


I. 들어가는 말


  현재의 인류는 지금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기술혁신에 따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기존의 생활방식이나 소비 행태뿐 아니라 문화의 전반에 걸친 혁명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빅 데이터와 3D 프린팅및 나노, 바이오기술 등 거의 모든 지식정보 분야에 걸쳐 눈부신 속도로의 변화와 발전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큰 특징은 과거에 인류가 경험했던 이전의 어느 산업혁명에 비해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이제까지 2차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산업구조로 짧은 시간에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대기업 중심, 정부 주도 경제개혁, 중화학 공업, 제조업 중심에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전무후무할 경제성장을 만들어 왔다. 최근의 한국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 청년실업율 증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양극화 사회로 돌입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선구자(First mover)로서 기업가 정신에 입각하여 민간주도, 경제혁신, 정보와 서비스 산업의 확대로 변화해 가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스위스 다포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기술로 인해 빚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국제사회 속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선과 악의 사유와 감정을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발달된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그 여부는 모두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특이점(Singularity)인 약 135억년 전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우주에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약 38억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생물이 탄생하고, 약 10만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들은 인지혁명이란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으로 좀 더 정교한 뇌구조와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약 1만년전에 시작된 농업은 많은 도구를 고안하여 만들게 했고, 그후 인간의 역사는 기록문화의 발전으로 지식이 축적되어, 약 500년 전부터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의 역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인 1차 산업혁명의 기계혁명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의 전기혁명을 거쳐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고,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왔다. 3차 산업혁명의 전자혁명으로 인간생활의 편리성을 크게 개선했고, 정보화 혁명은 시공간의 거리감을 좁혀 지구촌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사회인 네트워크혁명으로 첨단 디지털산업과 바이오 생명공학산업의 큰 발전으로 인류의 삶과 생활이 상상을 초월하여 발전시킬 것이다. 이제까지의 무기물 분야의 과학발전에서 유기물인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문명이 결합된 사이보그의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점진적,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우리는 새로운 특이점으로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구글이사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능종합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2045년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과학의 발전에서 보듯이 이전의 산업혁명처럼, 4차 산업혁명도 산업의 발전과 사람들의 편리성과 행복을 위해서 발전해 갈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은 초고속, 초대용량, 초정밀, 초정교한 산업으로 산업의 집중화 심화와 발전의 급변으로 빈부의 극심한 차이, 즉 양극화를 더욱더 확대할 것이며,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새로운 갈등과 번뇌가 많이 발생하여 인간의 삶에서 많은 가치 혼돈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까지 불교는 시대와 여건에 따라 인간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 자리이타(自利利他) 성불제중(成佛濟衆)의 정신에 의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정신을 바탕으로 자비의 실천과 대중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의 수행방법과 대안을 제시해 왔다.

  일체의 모든 존재가 독립된 존재(Being)가 아니라 상호 관계에 의존한 상호생성자

(Inter-becoming)이며, 서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론(緣起論)과 인과 원리가 현대과학의 논리적, 합리적인 과학의 방법론과 일맥상통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인드라망의 연결을 의미하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깊이 연구하여 번뇌로부터 자유로운 올바른 수행방법과 행복을 길을 불교적 가치와 가르침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문명은 서양이 우세하고, 정신문화는 동양이 우세하다. 동양은 직관적이고, 통섭적인 것에 비하여, 서양은 논리적, 분석적 학문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근거한 내용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복잡한 문제에 대한 그 해결책은 우리나라의 개화기 시대에 적절한 해법을 찾고자 연구되었던 동도서기(東道西器)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가치를 받아들여 불교적인 실천방안을 찾고, 제안하면 미래사회 인간의 행복구현에 대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I. 제4차 산업혁명의 특성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집단적 지혜(Collective enlightened wisdom)의 산물, 혹은 크라우드소스(Crowd sourced) 즉 대중적 의견이 모아져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정립한 책을 2016년 출간하게 되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그 진전 속도가 특히 빠른 4차 산업혁명의 세계를 어느 한 사람의 전문가가 내다보는 일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대변혁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 지혜가 더욱 중요하여 함께 힘을 모았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 일 그리고 인간관계의 방식을 4차 산업혁명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메가트렌드(Megatrend)로 혁명시대에 직면해 있음을 설명한다. 그 규모와 범위 그리고 복잡성(Complexity)을 미루어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르다. 수십억 인구가 모바일 기기로 연결되어 동시간에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인연을 맺고 있다.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는 5G는 초고대역 주파수 특성에서 100배 정도 이상의 전송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사람의 반응속도가 0.01sec 정도인데 비해 4G는 0.05sec, 5G는 0.001sec이다. 사람보다 10배 빠른 반응속도이다. 4G에서 5G로 크게 발전하는 정보통신산업과 첨단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유례없는 정보의 처리능력과 지식에 접근성을 가지게 될 때 무한한 가능성이 생겨난다. 이제 상상의 이야기로 들리던 자율주행차량,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Big data)처리 등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차차 현실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의 집중현상 심화로 인해 부익부와 빈익빈 경제적인 편중 현상의 가속으로 부의 편차가 크게 발생할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속도 차이가 심각하여 가치관 충돌로 사회문화가 급변하고, 사회불안이 디지털산업사회의 단점으로 부각 될 것이다. 이전의 산업혁명 시대에 비해서 발달된 디지털산업사회는 초정교한 산업의 구조로 사람들은 디지털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며,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될 것이며, 다양한 갈등으로 번뇌가 아주 많이 발생할 것이다. 

  디지털로 공간의 용도재편, 온디맨드 이동성(Mobility-on-demand)으로 역동적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정보와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상호 교감하며 전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단위는 점점 초국가적 관계망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되어 인간의 이동은 더욱 쉬워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의 수명, 건강, 생명연장, 인공지능, 유전자 맞춤형 아기, 인지능력 등 기술혁신의 증강이 일어날 것이며, 마침내 사이보그 인간의 출현으로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무한한 기회와 도전을 남보다 먼저 내다보고 지혜롭게 대응해나갈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의 지식정보 관련 기술혁신 속도를 고려할 때 20년후 지금 일자리의 거의 70퍼센트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전혀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이내에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등이 차차 현실화 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교육분야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창의력을 갖춘 인재와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동력을 지닌 인재를 위한 교육 제도와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사람들의 번뇌는 급증할 것이며, 불교의 역할이 더 증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삶의 곳곳에 편리성을 가져다주겠지만 인간 존엄의 훼손과 인공지능의 만연 등으로 인간소외가 더 확대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갈등과 대립이 양산되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과 사회적인 문제들은 물질 빈부만으로 근원적인 해결을 할수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국가와 개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문적, 사회적, 정치적, 국가적 그리고 산업적 경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과 화합에 기반한 소통에 관심 기울이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전 세계의 개인과 조직이 변화의 진행에 참여하여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이고 희망찬 공통의 담론을 만들어 통섭을 구현해야 한다.



III. 디지털세상의 영향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나라에서 전 지구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력의 저하에 대한 한가지 희망적인 현상은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이 새로운 변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IT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 세상에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게 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인 실물세상(Real world)이고, 또 하나는 사이버상의 디지털세상(Digital world)이다. 예전만 하여도 디지털 세상은 실물세상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면서 디지털세상이 도리어 실물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한편에선 그 영향도가 역전도 되고 있으며, 이제 대부분의 분야에서 실물세상과 디지털세상은 상호보완하며 발전을 꾀하고 있다. 실물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제조업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만들고 경쟁력의 우위도 갖추어 가는 시대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디지털산업의 발달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자발성 및 창의성을 쇠퇴시키고 삶의 전반적인 피동화, 규율화를 야기한다. 이제 사람들 사이의 면대면 소통, 배려, 친절, 양보 같은 전통적인 가치는 사회의 빠른 시스템의 작동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관계속에 표류하는 개인이 되었다. 우리는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인간의 삶은 관계로 가득하다. 가족, 친구 등 인간적인 관계부터 단순한 역할로서 맺는 비인간적인 관계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다. 디지털세상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의 시공간 위에 존재하게 만들어서 모두와 모두가 관계를 맺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은 우리들을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많은 관계로 이끌어 낸다. 지금까지 일대일인 개인과 개인 또는 단체와 단체의 관계가 세상을 이뤘다면, 이제 빠르게 발전한 기술로 개인과 전 세계가 마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 이제는  일대다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맺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디지털세상이 일으킨 개인의 변화는 극단적이며, 혁신적인 기술은 개인에게 개방과 의존이라는 얼핏 보면 양립이 되지 않는 특성을 드러내게 했다. 하지만 개방과 의존은 양립이 되며, 그동안 1,2,3차 산업혁명이 자본주의를 이끌었고, 현재의 문화를 만들어 왔듯이 4차 산업혁명도 큰 기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엄청난 문화적인 변화도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삶인 도시를 스마트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스마트 도시의 취지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행정, 환경, 에너지, 교통, 방범, 방재 등에 걸친 도시 기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선의의 목적을 달성할지 모르지만 역효과와 부작용도 있다. 스마트 도시의 일상생활의 모든 변수들을 기록, 평가, 관리, 조절, 감시함에 따라 그것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런 도시는 인간의 삶에서 유토피아 못지않게 각 개인으로부터 삶에 대한 자유와 인간성을 빼앗아 디스토피아(Dystopia, 반이상향)가 되어갈 수도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대중이 함께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의 공유공간인 도시가 미래에 스마트 도시로 변화되어 가는 것에는 나름의 많은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와 도시의 발전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불가분의 관계였기에 우리 시대 디지털 문명 또한 어떻게든 도시의 미래에 개입하고 관여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 도시의 빛과 그림자가 함께 공존할 것이며,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것은 바로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IV. 연기법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의 우주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가 스스로를 재통합하고 있다. 우주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으로써 질서에서 질서로 이어져 가며 재결합한다. 아무런 단절 없이, 단 하나의 빠진 고리도 없이, 모든 것들이 적시 적소에서 질서정연하게 이어져 있음을 보았을 때 그 엄청난 기쁨이며, 모든 세계, 모든 시스템이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로 어우러져 있다고 미국의 철학자 켄 월버가 무경계에서 설명했다.  인드라망 또는 제망의 기본 원리는 화엄경에서 역설되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연기(緣起) 사상이라 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온 세상은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기술인 사물인터넷(IOT)으로 초연결된 네트워크 사회를 이루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깨달음의 차원에서 세상을 보니 바로 ‘인드라망’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에는 주객이 없이 모두 통으로 하나이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사대(四大)육신이 흩어진다’라고 표현한다. 사대란, 지(地)·수(水)·화(火)·풍(風)으로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말한다. 이 요소들이 인연이 다해 뿔뿔이 다시 흩어져버리면 육체의 수명은 다하고 천차만별의 중생들은 업(業)대로 마음들이 남는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 마음들은 간단히 두 가지로 분류된다. ‘깨어있는 마음과 깨어있지 않은 마음’이다. 깨어있지 않은 마음을 영가라고 부르며 윤회를 거듭하게 된다. 하지만, 깨어있는 마음은 진리의 세계인 법계와 계합한다. 부처님께서는 깨어있는 마음 그대로 법계의 모습을 드러내어 보이신 것이다. 그것은 찬란한 빛이었으며 영롱한 여의주의 향연이며, 무수한 광명의 입자, 불성(佛性)의 입자들이 제망찰해(帝網刹海), 즉 인드라 그물망이 온 우주 바다에 끝없이 펼쳐진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화엄경의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원리를 알기 쉽게 풀이하면, 서로 다른 것들이 차이성을 보이면서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상즉이라면, 그 다른 것들이 불이(不二)의 관계에서 본래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상입이라는 것이다. 표층에서는 꽃들이 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 뿌리는 하나이며, 바다 위의 섬들은 각각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심연의 바다에서 보면 다 하나다 라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향후 인간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는 이러한 인공지능기술들을 지금처럼 수단이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동반자로서의 기술과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인간 대 비(非)인간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경계가 상즉상입(相卽相入)하고 연기적 관계에 의해 상호 의존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불교가 어떤 자세로 이 변화에 답을 줄 것인가?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며, 또한 오늘은 내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모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생명은  인드라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어제와 내일의 모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기법(緣起法)에서 모든 존재는 인연생기(因緣生起)하고, 현상계(現象界)의 만물은 인과 연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세상의 만물은 원인(因)과 조건(緣)에 의해 생겨나고, 세상에서 사라짐 또한 원인과 조건에 의해 사라진다고 한다. 연기관계(緣起關係)에는 유전연기(流轉緣起)와 환멸연기(還滅緣起)가 있으며,  4성제 고집멸도에서 고집(苦集)은 유전연기이고, 멸도(滅道)는 환멸연기이다.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자이나교도가 부처님에게 과거와 미래에 대한 문제를 질문하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과거는 과거대로 내버려두고, 미래는 미래대로 내버려두라. 내가 너에게 현실을 통해 법(dhamma)을 설하겠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게 되고, (此有故彼有)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此起故彼起)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게 되고,(此無故彼有)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此滅故彼滅)


  부처님은 이러한 인과관계(因果關係)의 법에 철저하게 마음을 기울였다. 사성제란 중생의 생존하는 현실이 고(苦)로 가득하다는 것(苦諦)이요. 모든 고는 원인들이 모여서 일어난다는 것(苦集諦)이며, 중생이 직면하는 고는 없앨 수 있다는 것(苦滅諦)이며, 고통을 없앨 수 있는 구체적인 길(苦滅道諦)이라는 것이다.

  중생의 현실이 고로 가득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태어남이 고(生苦)요. 늙음이 고(老苦)이며,  병드는 것이 고(病苦)이며, 죽는 것이 고(死苦)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미운 자와 만나는 것이 고(怨憎會苦)이며, 사랑하는 자와 헤어지는 것이 고(愛別離苦)이며,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고(求不得苦)라는 것이다. 다섯 가지 집착의 쌓임이 모두 고라는 것(五陰盛苦)이다. 

  연기법과 화엄사상은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변화들이 휘몰아치는 변화의 현대문명 속에서 중생들이 맞이하고 있는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해 나갈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이다. 이 변화가 수반되는 혼돈의 시대 불교는 새로운 부흥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단순히 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형성하는 것만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사회 전체를 표현하고 있기에 사회전체의 지향하는 방향을 알고, 불교에서 그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는말


  산업화로 야기된 인간성 상실, 인간성의 황폐화 현상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하여 더욱 심화해 가는 양상이다. 글로벌화로 인해 경쟁은 과열되어 국가간, 계층간, 개인 간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이기적 개인주의의 견고한 장벽은 더욱 높아만 가고 공동체의식과 연대의식의 지반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세상의 한편에서는 상락아정의 삶을 지향하기보다, 재물과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이 도덕성을 상실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소비문화에 젖어 감각과 향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알코올과 마약, 폭력과 자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및 친족 관계가 붕괴되고 있고, 친구와 직장동료,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간관계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가 확산되면서 갈등구조가 강화되고 정치적·지역적 편 가르기로 인한 국론 분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총체적 갈등과 분열 상황은 욕심 없는 삶인 안분지족(安分知足) 보다는 욕망과 집착에 전도되어 번뇌가 증폭되고, 확대됨에 따라 야기된 현상이다. 요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많은 관계와 외부의 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지식정보화 사회이므로 총체적인 문제는 더욱 확산될 것이며 이런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불교사상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는 요즘의 시대를 피로감이 있는 시대라고 했다. 그런데 이 피로함의 원인이 강제나 억압, 결핍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 때문에 힘들고 피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긍정성의 과잉이라고 주장 했다. 긍정성의 과잉이란 좋은 것들이 넘쳐나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유, 능력의 출중함, 놀라운 성과, 경제적인 풍요가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했다. 과도한 업무, 과도한 경쟁, 과도한 탐욕이 인간을 피로와 스트레스로 지치게 한다는 것이다. 발전에 대한 욕구와 욕망에 사로잡혀 갈애를 멈출 수 없기에 긍정성의 과잉이 현대인들에게 우울증. 조울증, 스트레스 과중의 질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인간의 탐욕은 외부에서 가져오는 물질적인 성취만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투명사회’는 현대인들은 서로에게 과한 투명성을 강요한다고 말한다. 투명성은 서로간의  모든 것을 잘 알게 한다. 서로가 모두에게 투명성을 강조한 것은 얼핏보면 그럴듯하게 좋아 보이겠지만, 하지만 다름에 대한 인정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다면 많은 갈등과 분쟁을 야기하여 피로사회를 크게 유발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기술의 발달이 피로사회와 투명사회를 만들어 간다. 인간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 취향이 다르고, 그 해결 속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투명성을 강하게 강조하는 나머지 장기적이 성과가 아닌, 초단기적인 성과, 찰나의 결과에 집착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행복보다는 갈등과 번뇌를 크게 증가시켜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고, 급기야 모두가 지쳐버리는 번아웃의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안정된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가 아니면 결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불교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에 팔만대장경과 온갖 불교정보가 들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검색이 가능한 현실이다. 이제 5G의 시대가 되면 그 어느 선지식이나 불교학자, 심리학자 보다도 뛰어난 신행상담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된다. 이제는 스승과 부모보다 검색에서 배우고 해답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영상처리 속도의 증가로 당장 집안에서 대찰의 법문이나 예불을 실시간 영상으로 받아 현장에서와 같이 참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디지털기술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를 불교계에서 바로 인식하고 그 변화에 적절히 대응을 해야 주류의 종교로서 역할을 회복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불교의 대응방안으로는 불교 빅데이터 구축,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의 활용 방안 모색, 정보통신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이 있다. 그동안 80년대 이후 산업화와 정보화시대에 불교가 적응과 변화에 다소 미흡했다면 또다른 큰 사회변혁의 시대인 지금, 큰 변화에 불교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또다른 시점에 와 있다. 불교에서 인간의 고인 번뇌를 근본번뇌와 지말번뇌로 분류한다. 불교는 이제 명상 등 수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전법포교로 인간의 근본 고통과 번뇌를 해결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지말번뇌인 사회적인 문제인  빈부 격차, 대량 실업, 인간의 가치 하락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발전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불교의 철학을 통하여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연기법(緣起法)은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이며, 연기법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하나는 인간이 겪는 괴로움[노사우비고뇌]은 운명적인 것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다[연기緣起]. 그 원인이란 곧 무명(無明)[진리에 대한 무지]과 탐욕이다. 따라서 무명과 탐욕을 제거하면 노사우비고뇌도 사라진다[연멸緣滅]. 이것은 초기불교 12연기설의 기본개념이며, 개인의 번뇌를 제거하는 원리일 것이다. 다음은 삼라만상 일체만유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인과 관계, 다시 말해 상호의존성과 상의상관성에 의해 존재한다[법계연기法界緣起]. 이 중중무진의 연기는 흔히 인드라망(因陀羅網)의 비유를 통해 설명된다. 이 가운데 특히 두 번째의 연기법은 오늘의 분열과 갈등 사회를 향하여 크나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나는 나, 너는 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나에 한없이 집착한다. 그러나 법계연기의 진리에 따르면, ‘너와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둘로 구분할 수가 없다.


  원효스님 역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사상으로 이러한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이치를 설명했다. 해외포교의 선구자였던 숭산스님이 강조한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경구에도 이와 같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세계는 꽃 한 송이이며 궁극적으로 꽃 한 송이 안에 우주의 기운과 태고(太古)의 향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미를 갖는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에 따른 결과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사물인터넷, 초연결사회 즉 네트워크사회는 우리사회가 연기법으로 움직이는 사회임을 확실히 입증하는 증거들이다.

  시대의 외부환경은 많은 변화와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이다. 불교에서는 연기법과 화엄사상 등 불교의 이치를 바로 이해하고, 증득하게 하는 신해행증(信解行譄)의 교육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인간에게 번뇌는 삼독심인 소유의 욕망과 아상의 고집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맑은 마음과 집착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라면 항상 지혜롭고, 즐거운 세상이 될 것이다. 

  

 욕망과 고집으로부터 자유로운 불자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참고문헌


1.⌜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메가스터디, 2016 

2.⌜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17

3.⌜부처님 말씀⌟, 성열, 현암사, 1995

4.⌜선학개론⌟, 정유진, 경서원, 2009

5.⌜간화선⌟, 대한불교조계종 불학연구소, 조계종출판사, 2005

6.⌜부처님이 깨친 연기를 이야기하다⌟, 김성규 , 지우출판사, 2009

7.⌜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8.⌜투명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4

9.⌜불교수행법⌟, 김방룡, 민족사, 2009

10.⌜마음챙김⌟, 엘렌 랭어 , 도서출판 길벗,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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