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교리의 구조및 체계 9. 불교의 존재관, 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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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교리적으로 체계화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의 인식작용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이 문제에 있어서 부처님께서는 오온설로 설명하시면서 인간의 인식 구조를 가르치셨다. 오온이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말한다.
오온(五蘊)의 온은 쌓을 온(蘊)으로 ‘흩어진 것을 한 곳에 합쳐놓다’라는 뜻이다. 현대적인 용어로는 ‘요소’라는 뜻으로 오음(五陰)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는 구조는 색수상행식의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색수상행식을 한 곳에 합쳐 쌓아 놓은 것이다. 인간은 육신과 정신으로 나눌 수 있고, 육신은 색이라는 요소로 이루어졌으며, 정신은 수, 상, 행, 식이라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색은 육신을 가리키며, 육신은 흙, 물, 불, 바람, 공의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흙은 뼈, 손톱, 근육 등 육체의 딱딱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고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물은 침, 혈액, 오줌 등 육체 중에서 액체로 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유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불은 체온과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바람은 육체 중에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려고 하는 움직이는 성질을 이루고 있다. 공은 이 네 가지 요소가 인연의 결합에 의하여 있기도 하고 인연의 소멸에 의하여 없기도 한 것을 의미한다.
수는 모든 감수작용으로 생기는 감정을 말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눈(眼)을 통하여 들어오는 대상이 식(識)과 결합하여 안식이 발생하여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느낀다. 귀(耳)를 통하여 들어오는 소리가 식(識)과 결합하여 이식이 발생하여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다. 코(鼻)를 통하여 들어오는 냄새가 식(識)과 결합하여 비식이 발생하여 향기로운 냄새와 역겨운 냄새를 맡는다. 혀(舌)를 통하여 들어오는 대상이 식(識)과 결합하여 설식이 발생하여 맛 좋음과 맛 없음을 느낀다. 몸(身)을 통하여 들어오는 촉감이 식과 결합하여 신식이 발생하여 쾌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뜻(意)을 통하여 들어오는 인식이 식(識)과 결합하여 의식이 발생하여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낀다. 이 모든 감각작용을 통틀어 수라고 한다. 그러므로 수는 감수작용이며, 포괄적으로 말하면 괴로운 감정, 즐거운 감정, 괴로움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닌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
상(想)은 개념과 표상을 만드는 작용과 만들어진 표상을 말한다.
눈(眼)을 통하여 들어오는 대상이 식(識)과 결합하여 안식이 발생하여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느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귀(耳)를 통하여 들어오는 소리가 식(識)과 결합하여 이식이 발생하여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코(鼻)를 통하여 들어오는 냄새가 식(識)과 결합하여 비식이 발생하여 향기로운 냄새와 역겨운 냄새를 맡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혀(舌)를 통하여 들어오는 대상이 식(識)과 결합하여 설식이 발생하여 맛 좋음과 맛 없음을 느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몸(身)을 통하여 들어오는 촉감이 식과 결합하여 신식이 발생하여 쾌감과 불쾌감을 느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뜻(意)을 통하여 들어오는 인식이 식(識)과 결합하여 의식이 발생하여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며, 이것이 일정한 형태로 저장되어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염(念)하게 하며, 일정한 모양의 형상으로 저장된다. 이와 같이 대상의 성질을 인식하고 그 대상의 구체적인 형상을 인식하는 정신기능과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신현상을 통틀어 상이라 한다. 그러므로 상은 표상작용이다.
행(行)은 행위를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일반적인 사고작용이며, 또한 상의 작용과 식의 작용을 유지시키려는 결합작용을 한다. 구체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상의 작용을 지속시키며, 아울러 식의 작용을 귾임없이 활성화시킨다. 정신작용 중에서 표상작용과 분별작용 이외에는 모두 행의 작용에 속한다. 이 행이 원인이 되어 선악의 행위를 하게 되어 업을 짓게 된다. 그러므로 이 행은 결합 생성작용이다.
식(識)은 일반적으로 분별능력이나 판단능력이나 인식능력을 말한다. 상의 작용에 의하여 형상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것이 식의 작용에 의하여 분별되고 판단되어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책을 통하여 참선이라는 내용을 읽었을 때 상의 작용에 의하여 다리는 결가부좌 하고 손은 단전에 가볍게 대고 있는 참선하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저장되어 있다가 부모의 죽음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나도 이렇게 죽을 수 밖에 없구나. 안되겠다. 참선을 해야 되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게 되는 분별과 판단의 결정작용을 식이라 하며, 식의 작용에 의하여 생각이 결정되면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식은 분별작용이다.
인간은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이 순간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져 있는 집합체라는 것이 오온설이다. 잡아함경에서는 “마치 여러 가지 재목을 한데 모아 수레라 이름하는 것처럼 이 오음이 모인 것을 중생이라 한다.”라고 비유하고 있다. 바퀴, 차체, 굴대 등 여러 요소가 모여 수레가 되는 것처럼 오음이 모여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 요소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서로 관계 지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인간 존재도 마찬가지다. 색수상행식의 다섯 요소가 모일 때 비로소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기관과 그것에 상응하는 대상과의 만남에서 의식이 형성된다. 눈은 형상을 만남으로써, 귀는 소리를 만남으로써, 코는 냄새를 만남으로써, 혀는 미각을 만남으로써, 몸은 접촉을 만남으로써, 뜻은 생각을 만남으로써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등의 여러 가지 정신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수성유경에서는 “비유하면 두 손이 화합하여 서로 마주쳐 소리를 내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눈과 형상이 인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색수상행식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길을 가다가 길가에 피어 있는 무궁화 꽃을 보았다고 하자. 눈을 통하여 꽃을 보는 순간 안식이 생기며, 꽃에 붙어있는 벌의 윙윙거리는 날개 짓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식이 생기며, 향기로운 꽃 내음을 느끼는 순간 비식이 생기며, 어릴 때 무궁화 꽃을 만져보며 따서 맛 본 기억이 스치면서 설식과 신식이 생기며, 이 오식을 통합하여 의식이 생긴다.(색의 작용)
이 육식을 통하여 무궁화 꽃에 대한 느낌인 감수작용이 생긴다. 눈을 통하여 무궁화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귀를 통하여 꽃 주위를 맴돌고 있는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며, 코를 통하여 향기로운 꽃 냄새를 느끼며, 혀를 통하여 쌉살한 꽃 맛을 느끼며, 몸을 통하여 부드러운 꽃잎을 느끼며, 뜻을 통하여 무궁화 꽃에 얽힌 추억을 느낀다. 한국 사람은 나라의 상징인 무궁화 꽃을 보는 순간 진한 감동을 느끼지만, 외국 사람이라면 산 속에서 무궁화 꽃을 보더라도 반갑지만 그냥 꽃으로 느낄 뿐일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통틀어 감수작용이라 한다.(수의 작용)
이러한 무궁화 꽃에 대한 감수작용을 통하여 기억 속에 무궁화 꽃이 형상화되는 것이 표상작용이다.(상의 작용)
행의 작용은 상의 작용에 의하여 형상화 되어 있는 무궁화 꽃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사고작용과 식의 작용에 의하여 결정이 일어나 판단이 이루어져 행위를 하는데 활성화 되도록 하는 결정작용을 한다. 행위를 하여 업을 짓게 되는 구체적인 의식작용이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행의 작용)
꽃을 꺾어서는 안 된다라는 판단이나 꽃을 더 크게 개량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결정하는 것이 분별작용이다.(식의 작용)
그런데 인간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 각 요소들을 깊이 관조해 보면 어떤 것도 실체가 없다. 단지 서로의 인연 조건에 의하여 생성되었다가 소멸할 뿐이다. 실제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실체가 없다. 이러한 상태를 무아(無我)라 하며 깊은 성찰을 통하여 무아임을 인식함으로써 세상의 욕망이나 부귀영화나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지는것이다.
오온연기는 공간적 연기이다.
나는 수시로 부처님의 위대성에 탄복할 뿐이며, 부처님의 은혜가 몸에 사무치도록 감사할 따름이다. 불교를 이해하는 만큼 부처님의 은혜를 이해할 것이며, 자신이 느낀 만큼 부처님의 은혜를 느낄 것이다. 내가 불교를 접하고 불교를 이해하고부터 이십여년 동안 많은 시간을 오온에 대한 생각과 고민으로 보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오온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앞에 설명한 정도가 전부였다면 과연 이 정도의 체계를 가지고 부처님께서 10대부터 출가까지 그리고 출가 후 6년의 고행을 통하여 20년 이상 고민하고 번민하였을까? 하는 물음에는 “아니”였다. 앞에서 설명한 것은 오온에 대한 거시적인 현상의 설명은 되지만, 오온의 미시적 현상인 본질적인 설명은 아닌 것이다.
긴긴 시간동안 부처님의 의문도 내가 갖고 있었던 의문과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내가 존재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오온의 미시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어느 순간 오온에 대한 미시적 현상의 체계가 훤하게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20년 동안 고민했던 “연기”의 화두가 해결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A상태(A법)에서 B상태(B법)로 변화되었다고 했을 때,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고 변하지 못하도록 집착하는 것이 색(색, 루파)이며, 이 상태에서 변해진 상태를 보고 변하기 전의 상태를 고집하는 뒤 바뀌려는 느낌이 수(수)이며, 이 색수 단계에서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을 “나”라고 하는 상태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 수의 상태에서 뒤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생각에서 “나”와 “주위”를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상(상, 상-즌냐)이며, 여기서 “하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일으킨 뒤에 실제 행동을 일으켜 하나로 만드는 것을 행(행, 상스카라)이라 한다. A법을 중심으로 B법을 끌어 붙여 한 몸이 됨으로서 이전의 구조와 차이를 보이게 되며, 변화된 전후 상태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식(식, 뷔즌야나)이라 한다. 이러한 작용을 내가 갖고있는 “업의 덩어리”만큼 계속하여 “나”를 만드는 것이다.
진정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생각 자체를 깨끗하고 정직하게 하라. 그대의 생각대로 육신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세상은 속일 수 있어도 인과는 속일 수 없음을 명심하라.
오온의 존재에 대한 바른 인식이 무아이며, 그러므로 오온의 흐름, 즉 오온의 움직임에 의해서 인식되는 모든 것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한 가운데서 오온을 바라보면 바로 무아이며, 무상인 것이다.
이와같이 무아와 무상의 관점에서 볼 때 오온이 공한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모든 인식이 생기기 이전의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무념(無念)이며, 이 무념의 상태가 지속되면 줄탁동시가 되는 어떤 한 순간에 “지혜의 완성”이 성취되어 무명의 벽을 무너뜨리고 견성성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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