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끝없는 감화와 열반 22. 살인마 알굴리말라의 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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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살라국왕 파세나디의 영토에 앙굴리말라라는 아주 포악한 살인마가 있었다. 마을이란 마을, 거리란 거리는 모두 그로 인하여 예전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내어 목걸이 대신 매달고 있으므로 ‘손가락 목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사위성 기원정사에 부처님께서 머무르고 계실 때, 이 소문을 들으신 부처님은 그의 마음을 순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시고 그를 찾아 길을 떠나시었다.
부처님께서 앙굴리말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가까이 가자 마을사람들은 그 쪽으로 가지 말라고 저지하였다.
“이곳은 몇십 명이 지나가더라도 저 앙굴리말라의 손에 걸리면 죽습니다. 이 길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시면 죽게 됩니다. 가시지 마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나아갔다. 얼마 후에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음, 건방진 녀석. 죽여주마.’ 앙굴리말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부처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력으로 부처님을 쫓아가도 잡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코끼리든 말이든, 그 어느 마차라도 그 녀석들이 얼마든지 달아나도 반드시 뒤따라 잡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서둘러도 저 수행승은 따라잡을 수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멈춰라’ 하니 부처님은 걸음을 멈추고 앙굴리말라를 기다렸다.
“앙굴리말라, 자네를 위하여 멈추어 섰네. 이제 남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악행을 멈추는 것이 어떻겠나. 나는 자네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이다. 자네 내면의 선한 종자가 아직까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만일 올바르게 살겠다고 결심한다면 자네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거룩하고 자비스러운 모습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의 말씀으로 겨우 못된 짓을 그만둘 마음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손가락 목걸이’를 골짜기에 던져버리고, 부처님의 발밑에 엎드려 절하였다.
“어서 오너라, 앙굴리말라여. 이제 나를 따라 올바른 길로 정진하자.” 그때부터 앙굴리말라는 출가사문의 길을 걸었다. 부처님이 앙굴리말라를 시종으로 하여 사위성의 기원정사로 향하고 있을 때 그 동안 공포에 젖어 있던 수많은 군중들은 앙굴리말라를 체포하라고 아우성을 쳤다.
어느 날 아침,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이 계시는 정사를 찾아왔다.
“어찌 된 일입니까? 마가다의 빔비사라왕이나 베살리의 릿차비족,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적과 성가신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런 일이 아닙니다. 나의 영토에 앙굴리말라라고 하는 도적이 있어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데 아직도 붙잡지 못하였으므로 걱정입니다.”
“왕이시여, 만일 그 도적이 머리를 깎고 출가사문이 되어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도둑질을 하지도 않으며, 하루 한 끼만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덕과 선에 가득찬 깨끗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유행승이 되어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그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에게 경례하고 시봉을 하지요. 또한 그와 같은 인물이 받아야 할 보호를 당연하게 보장해 주겠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사악하고 완전히 타락한 자에게 그러한 미덕이 갖추어질 수 있을까요?”
이때 부처님은 가까이에서 조용하게 앉아 있는 앙굴리말라를 가리키며 “이 자가 앙굴리말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왕은 두려움에 새파랗게 질려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왕이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여기에는 두려워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라고 부처님은 왕을 달랬다. 왕은 겨우 안심하고 앙굴리말라 쪽으로 가서 “그대가 정말로 앙굴리말라인가?”라고 물었다.
“예, 제가 앙굴리말라입니다.”
“그대의 부모님 성함은?”
“아버지는 갓가이며, 어머니는 만타니입니다.”
“그런가, 잘 하였네. 앙굴리말라여, 내가 이제부터 그대의 모든 것을 보살펴주겠네.” 왕은 흡족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나 앙굴리말라는 황야에 살며 탁발로 생활하고, 세 벌의 누더기 옷만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한 몸이라는 이유로 왕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왕은 부처님 옆에 앉아 말했다.
“훌륭하시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길들일 수 없는 자를 순응시키는 분이며, 제어할 수 없는 자를 잘 순화시키십니다. 제가 무기로도 복종시킬 수 없는 자를 무기도 없이 잘 교화시켰습니다. 정말로 탄복할 따름입니다.”
왕은 부처님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고 왕궁으로 떠나갔다.
어느 날 적갈색의 가사를 수하고 탁발 나간 앙굴리말라가 사위성의 거리를 지나갈 때 성중의 많은 사람들이 앙굴리말라를 향하여 ‘살인마’라고 욕하며 돌과 나무토막, 사기조각 등을 잇따라 던졌다.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바리때는 깨지고 옷은 찢어져 해진 앙굴리말라가 오니 부처님은 그를 가까이 불러 앉혀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라, 오로지 견디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살인마 앙굴리말라는 열심히 정진하여 의인이 되었다. 마음이 열린 기쁨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정열이 없는 곳에 정열을 낳고, 과거의 허물을 미덕으로 감싸주고, 일찍이 부처님께 의지하는 사람은 달과 같이 빛으로 지면을 씻는다. 우리의 적으로 하여금 이 법음을 듣게 하고, 이 교의를 받아들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지혜에 의지하게 한다. 우리의 적으로 하여금 유화한 인내를 설하는 사랑의 말을 듣게 하고 그들의 생활을 안락하게 한다. 나는 ‘손가락 목걸이’라 불리며 이 세상 사람들에게 죄를 짓다가 부처님에 의해 구제되었다. ‘손가락 목걸이’로서 나는 피바다에 잠겨 있었지만 지금 나는 구제되었다. 이제는 한점 티도 없이 편안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 눈으로 진리를 보았으니 이생에도 다음 생에도 어느 생에나 수행정진할 뿐이다. 부처님,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함에 삿됨이 없으면 죄는 본래 없는 것
믿음과 확신을 갖고 그 길을 그대로 가라
이생이나 저생이나 어느 생에는
기필코 이 땅에서 부처를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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