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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년 불교의 역사

4. 끝없는 감화와 열반 24. 천민들의 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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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27,839회 작성일 21-07-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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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장 위대한 행위 중 하나가 계급타파이다. 인도에서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는 사성제 계급(브라흐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을 타파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은 태생에 의해 귀천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와 삶에 의해서 귀천이 정해진다고 하셨다.  

왕사성에는 매년 한 번 또는 두 번씩 오백 명의 단원을 거느린 곡예단이 와서 이레 동안 공연을 하여 돈을 벌어가곤 했다. 그들이 공연을 끝내면 시민들은 많은 금은보석과 현금을 던지곤 할 정도로 시민들의 그들에 대한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곡예단이 공연을 시작하게 되면 시민들은 자기들의 침상을 가지고 나와 자리를 만들거나, 혹은 침상을 몇 개씩 포개 놓고 그 위에 올라가 구경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그날도 곡예단의 공연이 시작되어 예쁜 처녀 곡예사가 높은 장대 위에 올라가 그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절묘한 공중 묘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때 친구들과 함께 곡예를 보러 온 사람 가운데 부호의 아들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공중 곡예를 하는 처녀에게 눈길을 떼지 못했다. 곡예사 처녀는 참으로 유연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멋지게 손과 발을 움직였고, 그것을 바라보던 부호의 아들은 넋을 다 빼앗겨 그만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만약 곡예하는 처녀를 아내로 맞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다음 그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음식 먹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의 부모는 아들을 달래 보았지만 허사였다. 

아무 소용도 없어서 아들은 침상 위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젊은이의 부모는 아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고 아들의 친구를 불러 수천 냥의 황금을 주면서 곡예사를 설득하여 그 처녀를 아들에게 보내게 하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곡예사는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돈을 받고 내 딸을 줄 수는 없소. 그 젊은이가 내 딸이 아니면 죽겠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가 우리를 따라와 함께 곡예단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런다면 나는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리다.” 

젊은이의 부모는 이런 주장을 듣고 한사코 아들을 말렸지만 아들은 부모를 뿌리치고 곡예단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곡예사는 자기 딸을 젊은이 욱가세나와 결혼시킨 다음 그를 데리고 여러 지방으로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결국 욱가세나는 천민이 되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욱가세나의 아내는 아들을 낳았는데, 어느 때 그의 아내는 아들과 함께 놀면서 아들을 부를 때 “이, 달구지나 끄는 자의 아들! 나무나 하고 물이나 긷는 자의 자식! 이, 무능한 자의 아들!”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욱가세나는 아내의 그 같은 언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기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영 근거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욱가세나는 곡예단에 들어오기는 했어도 곡예를 할 줄 몰랐고, 그래서 곡예단의 허드렛일 따위를 맡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곡예단이 이동할 때마다 천막을 치거나, 수레와 짐승들을 보살피거나, 그 밖에도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욱가세나는 아내의 도도한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아내가 저렇게 도도한 것은 그녀에게 돈이 있기 때문이며, 그 돈은 그녀의 곡예술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자기도 곡예를 배워서 아내 못지않게 되리라 결심하였다. 그는 곧장 장인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욱가세나는 장인으로부터 장인이 알고 있는 모든 곡예를 혼신의 노력을 다해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는 최고의 곡예사가 될 수 있었다.  

“오늘부터 이레 동안 우리 곡예단의 최고 곡예사 욱가세나가 곡예 솜씨를 뽐낼 것이오!” 

곡예를 위해 단이 높이 쌓여졌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으며, 이레 째 되는 마지막 날은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욱가세나는 높이가 60자나 되는 장대 위에 올라가 갖가지 묘기를 보였던 것이다. 

한편 이날 아침 부처님께서는 시방세계를 두루 살펴보시다가 욱가세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시기가 되었음을 아시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께서 욱가세나에게 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미리 생각해 보시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시간에 맞추어 빅쿠들을 거느리시고 라자가하로 탁발을 나가시었고, 돌아오시는 길에 욱가세나가 공연하고 있는 곳으로 가시었다. 

이때 욱가세나의 곡예는 한창이어서 많은 구경꾼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가 자기 몸의 균형을 잡더니 공중으로 솟아올아 일곱 바퀴 회전을 하고는 다시 장대 위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런 다음 다시 묘기를 보이려고 장대 위에서 균형을 잡자 많은 사람들은 긴장하여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광명에 빛나는 모습으로 빅쿠대중과 함께 곡예장에 들어오시었다. 그러자 구경꾼들의 눈은 일시에 부처님을 향하게 되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광명에 압도되어 눈을 떼지 못했고, 따라서 욱가세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욱가세나는 한껏 만족한 마음으로 곡예를 연출하다가 갑자기 나타나신 부처님 때문에 아무도 자기를 바라보지 않게 된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곁에 있던 목건련에게 말씀하시었다. 

“목건련아, 욱가세나에게 가서 여래가 그의 곡예를 보기를 원한다고 전하여라.” 

욱가세나는 부처님께서 자기의 곡예를 보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고는 매우 기뻤다. 그는 신이 나서 장대 위에 선 채 이렇게 대답했다. 

“ 위대한 지혜와 신통력을 함께 갖추신 목건련이시여, 

  여기를 보십시오! 

  저는 구경꾼들에게 곡예를 보이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을 즐겁게 만들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장대 위에서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무려 열네 바퀴를 돈 다음 사뿐히 장대 위에 내려섰다. 한참 동안 긴장의 시간이 흘렀다. 이때 부처님께서 그 긴장을 깨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욱가세나여, 그대는 여래의 가르침을 들을지어다. 무릇 지혜로운 사람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까르마(업, 業)에 대한 애착을 버리느니라. 그럼으로써 그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윤회를 벗어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다섯 쌓임에 대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버려라. 

 윤회의 바다를 멀리 건너서 

 네 마음을 다섯 쌓임의 모든 깜마로부터 청정히 하면 

 태어남과 늙음을 다시는 받지 않으리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욱가세나는 높은 장대 위에 선 채로 신통력을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자 욱가세나는 곧 장대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오체투지로 예를 올린 뒤 자기를 부처님의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하였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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