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고 큰 소리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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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 나무 홈통에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을 보고 그 물을 마셨습니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홈통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실컷 마셨으니 물아, 이젠 더 이상 흐르지 말아라.”
그러나 물은 여전히 흘러 내렸습니다. 그는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실컷 마셨으니 그만 흐르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흐르는가? 이 어리석은 물아.”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네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군, 자네가 떠나면 그만인데 흐르는 물을 보고 멈추라 하는가?”
죽음의 애욕으로 쾌락의 물에 빠져있던 사람이 쾌락에 싫증이 났을 때,
“너희들 모든 빛깔과 소리와 맛있는 것 따위는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애욕의 쾌락은 계속하여 우리를 엄습한다.
그는 화를 내면서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어째서 자꾸 내 눈 앞에 보이느냐?” 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럴 때 어떤 슬기로운 사람이 그에게 말합니다.
“네가 그것들을 멀리한다면 마땅히 너의 여섯 가지 정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닫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굳이 그것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생기지 않게 하려는가?”
그것은 마치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이 흐르는 물을 보고 멈추라고 호통 치는 것과 같습니다.
♧♧♧
<밀린다왕문경>에 나가세나비구와 밀린다왕과의 대화 중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존사 나가세여, 당신들은 ‘이 괴로움은 소멸되고 다른 괴로움은 생기지 않게 되기를’ 하고 말씀합니다. 이때 괴로움이라는 것은 미리 노력한 공덕에 의해 없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시기가 이르렀을 때 노력해도 되는 것은 아닌지요?”
“대왕이시여, 시기가 이른 다음에 행하는 노력이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리 행하는 노력이야말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대왕이시여,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하께서는 목이 마른 다음에 ‘나는 물을 먹어야지.’ 하시면서 우물을 파게하고 저수지를 만들게 하십니까?”
“존사여, 그것은 그렇지 않소이다.”
“대왕이시여,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기가 이르렀을 때 행하는 노력이란 사실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리 행하는 노력이야말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다시 비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대왕이시여,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하께서는 배고픔을 느끼고 나서 ‘나는 무엇을 먹어야겠다.’ 하시면서 논을 갈고 보를 심고 추수를 해서 음식을 만들어 드십니까?
“존사여,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음식을 만들든지 그렇지 않으면 만들어진 음식을 먹습니다.”
“대왕이시여,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기가 이르렀을 때 행하는 노력이란 사실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리 한 노력이야말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존사이시여, ‘인생은 괴로움이다.’ 라는 생각에 벗어나 명랑하고 즐겁게 생각할 수 없습니까? 죽음의 고뇌 같은 것은 늙은 다음에 생각해도 되지 않습니까?”
“대왕이시오, 폐하께서는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 성을 쌓거나 훈련을 시키겠습니까? 현명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늙기 전에, 죽음의 다리를 건너기 전에 넉넉한 수행으로 육신과 정신을 지키게 할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늙어 병들기 전에 부지런히 힘쓰고 노력하여 자신의 확실하고 굳건한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상의 달콤한 물을 실컷 마신 후에 수행정진하여 자신의 삶을 이루겠다고 하는 것은 한갓 망상에 불과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젊어서 부지런히 노력하고 애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편안하게 윤택해지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젊어서 참지 못하고 노력하지 아니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인생이 황폐해집니다.
젊어서 부지런히 수행정진하여 청정한 삶을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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