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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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치는 데 재주가 뛰어난 양치기가 있었습니다.
그가 치는 양의 수가 늘어나 수만 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욕심쟁이여서 다른 데에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간사하면서도 꾀가 많은 그의 친구가 양치기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나와 자네와는 둘도 없는 친구일세. 내가 곧 자네이고 자네가 곧 나이므로 한 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내가 이웃마을에 사는 예쁜 여자를 자네의 아내로 점지해 놓았다네.”
양치는 사람은 아직 그 여자를 보지도 못했는데, 아들까지 낳았다는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양치기는 매우 기뻐하며 친구에게 많은 재물을 또 주었습니다.
며칠 뒤, 그 친구가 다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자네 아내가 딸을 낳았다네.”
양치는 사람은 더욱 기뻐하면서 다시 갑절의 재산을 사례로 주었습니다.
또 며칠이 지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양치는 사람이 물었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지?”
그 친구는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자네 아들과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례로 모두 죽었다네.”
라고 말했습니다.
멍청한 양치기는 그 말을 듣고 슬피 울었습니다.
세상의 재산가들 중에도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재물, 명예, 힘을 얻고도 그 방법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온갖 번뇌와 욕구에 홀려 선한 방법을 잃고 죄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는다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
불교의 진리 중에 존재하는 것은 어떠한 것이라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제행무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와 권력과 명예도 우리가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와 권력과 명예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목적이 아니라 도구에 불과합니다. 부와 명예는 가난한 이웃에게 물질적으로 베풀어주며, 이웃들을 정신적으로 계도할 때 빛나는 것이며, 권력은 질서 속에서 넘치지 않을 때 아름다운 법입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소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은 이 땅에 사는 동안 잠깐 빌려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에 있는 어떤 것도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이 소유한 부와 권력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 중에는 나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권력 또한 공동체를 위하여 잘 사용하라고 사람들이 부여한 것입니다. 부와 권력을 이웃을 위해 쓰는 것은 빚진 자로서의 당연한 도리를 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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