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석밀장을 다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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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사람이 벌꿀을 녹여서 만드는 석밀장을 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숯불 위에 석밀장을 끓이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한 부자가 그의 집에 왔습니다. 그는 석밀장을 부자에게 대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석밀장을 식히기 위해 부채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리석게도 숯불 위에 솥을 얹은 채 부채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석밀장은 더욱 끓어올랐고 드디어 석밀장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장이 타는 냄새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때 부자가 물었습니다.
“왜 자꾸 부채를 부치는가?”
그는 대답했습니다.
“빨리 식게 하려고요.”
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밑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부채로 부친다고 식겠는가?”
결국 그는 동네 사람들 앞에서 창피만 당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왕성한 번뇌의 불을 끌 생각은 아니라고, 도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가시덤불 위에 눕거나 갖가지 불로 자기의 몸뚱이를 지지는 등의 고행만을 일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진실하고 고요한 도는 그렇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을 뿐 아니라, 현재는 괴로움을 받고 미래의 재앙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
번뇌 망상은 꺼지지 않는 밑불과 같습니다.
자신은 청정하게 수행하여 어느 정도 도에 이르렀다고 큰 소리쳐도, 가슴 속 깊은 곳에 티끌만큼의 탐심이라도 있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밑불은 끄지 않고 석밀장을 식히겠다고 부채질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결국은 탐하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서경덕(화담)과 지족선가의 이야기도 좋은 귀감이 됩니다. 황진이가 밤새도록 유혹했지만 서화담은 유혹에 혹하지 않고 기개를 지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가장 잠재우기 힘든 색욕도 밑불이 완전히 꺼진 석밀장 같다면 고요하고 평등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행생활을 하면서 철저한 무소유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것이라곤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통, 허름한 모포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명성, 이것뿐이오.”
이는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 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 마르세이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입니다.
철저한 무소유 정신으로 무장한 삶만이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웃도 세상도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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