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문단속 >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란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란다

종의 문단속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9,105회 작성일 21-07-09 11:25

본문


  옛날에 한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장사하는데 바빠서 늘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을 여러 명 두어 집안 을 잘 지키도록 시켰습니다.

  주인은 먼 길을 떠나게 되어 종들을 불러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내 지금 볼일이 있어서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너희들은 문단속을 잘하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라.”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흥겨운 풍악소리가 들리자 하인들은 잠자코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인들은 이웃집으로 구경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문과 나귀와 밧줄을 잘 간수하라는 주인의 명령대로 밧줄로 대문을 얽어맨 뒤 나귀의 등에 싣고 이웃집으로 놀러가 함께 풍류를 즐겼습니다.  

  종이 나간 뒤, 대문이 없는 채 집이 활짝 열려 있자 도둑들이 몰려와 집 안의 모든 물건을 훔쳐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볼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대문은 달려 있지도 않고 집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화가 난 주인이 종들에게 물었습니다.

  “재물은 모두 어찌 되었는가?”

  종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주인 마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잘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종은 밧줄로 문을 나귀 등에 맨 채 나귀를 주인 앞으로 끌고 왔습니다.

  주인은 종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아이고, 이 어리석은 놈들아, 내 너희들에게 문을 잘 단속하라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쓰겠느냐?”


  나고 죽는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종이 된 것도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여섯 가지 감각의 문을 잘 단속하고, 여섯 가지 경계에 집착하지 말 것이며, 무명의 나귀를 잘 지키고 애욕의 밧줄을 잘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아니하고 이양을 탐해 구하고, 거짓으로 청백을 구며 고요한 곳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달리며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합니다.

  즉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홀리어 어지럽혀 있습니다. 무명은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을 얽어 묶습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뜻인 도품의 재물은 모두 잃어버리고 또는 도둑을 맞고 맙니다.

  마치 저 어리석은 종이 문을 밧줄로 얽어 나귀의 등에 싣고 나간 뒤 도둑을 맞는 것과 같습니다.




  ♧♧♧

  중국 선불교를 확립한 6조 혜능대사와 여자 출가자인 무진장이라는 비구니의 일화가 있습니다.

  무진장 스님이 혜능대사를 찾아와 여쭙기를 

  “열반경을 여러 해 보았으나,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르침을 베풀어 눈을 열어주시기 바라옵니다.”

  혜능대사께서

  “나는 글을 모르니 그대가 경을 소리 내어 읽어보시오. 그러면 혹시 경의 진리를 알 수 있지도 않겠소.” 라고 말했습니다.

  무진장 스님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글도 모르면서 어찌 경의 진리를 안단 말이오?”

  혜능대사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진리란 문자와 무관한 것이오. 마치 하늘의 달과 같은 것이오.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킨다고 손가락이 달 자체는 아니오. 달을 보고자 할 때 반드시 손가락을 거칠 필요는 없지 않소.”

  우리는 지금 너무나 많은 형식에 얽매여 있지는 않나 한번 돌이켜 봅시다. 근본정신을 잃어버리고 형식에 얽매여 형식 자체에 빠져버릴 수가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이트 정보

상호. 사단법인 통섭불교원 대표. 김성규 사업자등록번호. 514-82-14810 [사업자등록, 법인등록정보 확인]
Tel)053-474-1208 Fax)053-794-0087 E-mail) tongsub2013@daum.net
주소 : 대구광역시 남구 두류공원로 10(대명동)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성규

Copyright © 사단법인 통섭불교원. All rights reserved.

  • 게시물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1,634
어제
7,616
최대
7,694
전체
1,252,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