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새 울음 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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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나라에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명절 때만 되면 귀족의 부녀자들이 특별히 3천 년에 한번 피는 상서로운 꽃, <우담발화>로 머리를 장식하였습니다.
어떤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부인이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그런데 당신에게 청이 있습니다.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오. 그런데 청이란게 도대체 무엇이오? 어서 말해 보구려.”
부인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만일 우담발화를 얻어 내게 준다면 나는 영원히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그러나 만약 얻어 오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떠나겠어요.”
남편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남편을 버리고 떠나겠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도저히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담발화는 왕궁의 연못가에 많이 피어 있지만 그것을 훔치다가 들키면 목숨이 없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그는 원앙새 울음소리를 흉내내면 사람인지를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왕궁의 연못가로 우담발화를 훔치러 갔습니다.
그 남편은 예전부터 원앙새의 울음소리를 잘 내었습니다.
정신없이 꽃을 따다가 그만 궁지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누구냐? 무엇하는 놈이기에 무엄하게도 왕의 연못가에서 꽃을 따고 있느냐?”
그때 그는 하도 급해서
“나는 사람이 아니라 원앙새입니다.”
라고 말하고 원앙새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이미 궁지기가 그의 목을 잡은 후였습니다. 왕 앞으로 끌려가는 도중에 그는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울음을 흉내내었습니다.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진작 원앙새 소리를 내었더라면 좋았지. 이제 흉내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온갖 악업을 짓고, 마음과 행동으로 선을 익히지 않다가 임종 때에야 비로소 말합니다.
“나도 이제부터 선업을 닦아야겠다.”
그러나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대왕에게 넘기면 제아무리 착한 업을 닦고자 하나 이미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로 가면서 원앙새 울음소리를 내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적절한 시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인생길에는 누구에게서나 서너 번의 행운은 찾아옵니다. 그 시기를 잘 포착하느냐, 못하느냐는 평상시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충실히 준비하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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