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와 떡
페이지 정보
본문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금슬은 좋았지만 어리석은 것이 흠이었습니다.
하루는 부부가 떡 세 개를 놓고 나누어 먹고 있었는데, 하나씩 먹고 나니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들은 나머지 떡 한 개를 두고 어떻게 할까 의논했습니다.
남편이 먼저 말했습니다.
“말을 먼저 하는 쪽이 떡을 못 먹도록 합시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을 먹기 위해 서로 말을 먼저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훔쳐냈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도둑맞은 것을 알고도 말을 먼저 하면 못 먹을까봐 입을 다문 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습니다.
도둑은 혹 그들이 병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로 떠들어댔지만 역시 대꾸를 하지 않자, 남편이 보는 앞에서 도둑은 부인을 겁탈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둑이야!”
도둑은 엉겁결에 부인의 몸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부인이 말했습니다.
“이 돼지 같은 양반아! 아무리 떡 한 개를 더 먹겠다고 도둑이 들어 제 아내를 겁탈하려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있는단 말이오!” 그제서야 남편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네가 먼저 말했으니 당신에게는 주지 않겠다.”
♧♧♧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습니다.
조그마한 명예나 이익을 위하여 고요히 있지만 헛된 번뇌나 갖가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 마침내 착한 법을 잃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다섯 가지 쾌락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환란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저 어리석은 자가 떡 한 개를 먹기 위해 도둑에게 재물을 잃는 것처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