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무사
페이지 정보
본문
옛날에 어떤 어리석고 겁 많은 무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싸움터에서 늘 검은 말을 타고 싸웠습니다.
전쟁이 터져 이번에도 그는 검은 말을 타고 전쟁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적이 두려워 감히 싸우지 못했습니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은 어찌될까?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와도 영영 이별이겠지.’
그는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ㄴ
‘그래도 명색이 무사인 내가 한번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설 수는 없지.’
그러나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먹을수록 겁이 더 나기만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죽느니보다 사는 것이 낫지.’
그는 죽은 사람의 몸에 묻은 피를 자기의 얼굴에 칠하고 죽은 체하며 시체들 사이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가 탔던 검은 말은 다른 사람이 빼앗아 타고 가버렸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군사들은 모두 집으로 떠나갔습니다.
그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전쟁터에서 싸웠던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마침 옆에 흰말이 죽어 있었습니다.
‘옳지, 이 말의 꼬리를 베어 가지고 가면 되겠군.’
그는 흰말의 꼬리를 베어 들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자네가 탔던 말은 어쩌고 빈 몸으로 돌아오는가.”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가엾게도 전쟁터에서 죽었다네, 내 마음이 아파 그 꼬리나마 베어가지고 오는 길이라네, 가엾게도 내가 사랑하던 말이었는데.”
그러자 곁에 있던 사람이 또 물었습니다.
“아니, 그 꼬리는 흰색이 아닌가? 자네가 탔던 말은 분명 검정말이었는데?”
그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의 비겁한 행동이 탄로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말았습니다.
♧♧♧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숲길을 따라 걷다가 사냥꾼이 파놓은 덫에 빠졌습니다. 덫에 빠진 호랑이는 온갖 방법을 다해도 올라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여우 한 마리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호랑이는 여우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여우는 이런 기회에 호랑이에게 은혜를 베풀어 평소에 호랑이에게 불만이 있던 마음을 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칡덩굴을 이어서 호랑이를 덫에서 올려주었습니다. 덫에서 나온 호랑이는 여우의 목을 움켜쥐고는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렸습니다.
마침 그 곁을 지나가는 토끼를 불러 여우는 억울함을 판결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토끼는 가만히 생각하는 척하다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호랑이님, 정확하게 판결하기 위해서 다시 덫으로 들어가 보셔야겠습니다.”
어리석은 호랑이는 토끼의 말을 듣고 덫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여우와 토끼는 비겁한 호랑이를 놀리면서 가버렸습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습니다.
스스로 인자한 마음을 잘 닦아 자신은 술이나 고기 따위를 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사회의 지도자감이라고 자처합니다. 그러나 중생을 핍박하고 온갖 고통을 주면서 보이지 않는 악이란 악은 모조리 저지릅니다.
이런 자는 언젠가 역사 앞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비겁함과 거짓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 이전글목욕을 안 한 바라문 21.07.09
- 다음글나뭇가지에 맞은 여우 21.07.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