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재물을 훔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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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 산도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왕의 창고에 쌓아놓은 재물을 훔쳐 멀리 도망을 갔습니다. 왕은 전국에 명을 내려 마침내 도적을 잡아 들였습니다. 도적이 지니고 있는 물건 중에는 왕의 옷이 있었습니다. 왕이 옷의 출처를 캐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이 옷은 우리 할아버지가 입고 계시던 것입니다.”
왕은 그 옷을 입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산도적은 본래부터 가졌던 옷이 아니기 때문에 입는 방법을 잘 몰랐습니다. 팔에 끼어야 할 것을 다리에 끼고 허리에 매어야 할 것을 머리에 썼습니다. 수건으로 발을 싸매고 버선은 머리에 뒤집어썼습니다.
왕은 이러한 행동을 보고 산도적에게 말했습니다.
“진짜 그 옷이 너의 할아버지가 입던 옷이라면 옳게 입을 줄을 알아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 것이 아니고, 저어…….”
“닥쳐라, 왜 윗옷은 아래에 입고 아래옷은 위에 입느냐? 입을 줄 모르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도둑질 한 것이렸다.”
이 이야기에서, 왕은 부처님이고 보배가 가득 쌓인 창고는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어리석은 산도적은 어리석은 사람들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훔쳐서는 자기들의 것이라고 행세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알지 못하여 그 참된 뜻을 모릅니다.
마치 저 산도적이 왕의 옷을 훔쳐 가지고도 그 순서를 알지 못하여 뒤바꾸어 입은 것과 같은 꼴입니다.
♧♧♧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노예가 있습니다.
힘의 정복에 의한 정치적 노예가 있는가 하면, 경쟁사회에서는 경제윤리의 무분별에 의한 경제적 노예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독자적 문화의 결핍에 의한 정신적 노예가 있습니다.
옛날에 힘의 지배에 의하여 영토를 빼앗겨야만 노예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날에는 가만히 앉아서 노예노릇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게 돈이 천원 있을 때 옆 친구에게 백 원을 빌린다면 별 무리가 없습니다만, 만약 만원을 빌린다고 한다면 내 전 재산의 열배나 되어 내 것이 어느 것인지 혹은 내가 친구에게 어느 정도 예속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장 큰 적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정신적 노예근성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 것이나 일본 것이면 무조건 좋다 하는 식의 사고가 우리사회의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청자연적, 파격의 미를 알고 계시겠지요.
우리 것 70% 정도에 다른 나라의 좋은 점 30% 정도를 더 보탠다면 멋들어진 삶의 마당이 이 땅에서 출연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산도적 같이 다른 사람의 옷을 걸치고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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