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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란다

귀신옷과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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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23,737회 작성일 21-07-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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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간다르마 나라에 한 패의 광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온 나라에 흉년이 들었기 때문에 광대들은 돈벌이가 되지 않아 이웃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땅거미는 지고 점점 날이 저물기 시작할 때쯤 바라신이라는 큰 산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광대들은 산 아래 작은 나무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겨울 찬바람이 씽씽 불어오고 깊은 산중이라 추위와 무서움은 더했습니다. 광대들은 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하나 둘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유난히 추의를 많이 타는 어린 광대는 추위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광대놀이 할 때 입는 ‘락사사’ 라는 귀신의 옷을 입고 불을 쬐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광대 한 사람이 잠이 깨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불 곁에 락사사 귀신이 앉아 불을 쬐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는 자세히 보지도 않고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귀신이 나타났다. 락사사 귀신이 나타나 우리들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소리를 들은 다른 광대들은 허겁지겁 일어나 모두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불을 쬐고 있던 어린 광대도 귀신이 진짜로 나타난 것으로 알고 달아나는 광대들의 뒤를 쫓았습니다.

  광대들은 그가 뒤에서 죽어라 뛰어오는 것을 보고 귀신이 자신들을 해치러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광대들은 열심히 도망치다가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광대는 옷이 찢어졌고 나뭇가지에 몸이 긁혀 피가 흐르기도 했습니다. 광대들은 점점 지쳐서 눈은 붉게 충혈 되었고 몸은 점점 탈진 상태가 되어 갔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도망쳤습니다. 어린 광대도 계속 광대의 무리를 좇아 뛰었습니다. 그들이 정신없이 뒤는 동안 날이 밝아졌습니다. 광대들은 결국 지쳐서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꼴찌에서 락사사 귀신의 옷을 입고 뛰어오던 어린 광대가 쓰러져 있는 광대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들이 착각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사람들은 번뇌 속에서 삽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선한 법에 굶주려 상, 락, 아, 정의 열반의 음식을 구하려 합니다. 그리고는 그 선한 법을 찾다가 다섯 가지 쌓임 속에 ‘나’ 가 있다고 제멋대로 헤아립니다.

  그리하여 ‘나’ 라는 소견으로 인해 나고 죽음의 길에 흘러 다니면서, 번뇌에 쫓기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의 나쁜 구렁에 떨어집니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죽음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다섯 가지 쌓임 속에는 참된 ‘나’ 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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