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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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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작성일 21-07-22 09:15 조회 5,1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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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화두 여행



차  례


머리말

서설

1. 선의 불꽃

2. 마음이 곧 부처(마조 도일)

3.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백장 회해)

4. 뜰앞의 잣나무니라(조주 종심)

5. 감추어진 불씨(위산 영우/위앙종)

6. 차별없는 참사람(임제 의현/임제종)

7. 영원히 병들지 않는 사람(동산 양개/조동종)

8. 날마다 좋은 날(운문 문언/운문종)

9.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법안 문익/법안종)

10. 부처가 되는 길

11. 깨뜨려야 할 허상



머리말(1)


자신의 생명만큼 절실하게 사랑했던 두 사람이 있었다.

서로는 눈빛만 보아도   손 움직임 하나만  보아도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았다. 서로는 너무나 지극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너무나 자유로웠다.

사랑은 소유와 집착이 아니라 영혼의 공명이라는 것을 둘이는 깊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쉬임없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고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 우뚝한  산을 쳐다보고는 산이 좋아 산에 들어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도 하였다.

새 싹이 돋아나는 봄에는 싱싱한 봄 내음과 함께  화사한 꽃들을 즐겼고, 여름에는 나무 우거진 짙은 녹음에서 성장의 기쁨을 누렸으며, 낙엽  떨어지는 가을에는 무상함을 느끼고 숙연해 지기도 하였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생명의  진실을 보는 눈이 열리기도 하였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언젠가는 다시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야한다

는 엄숙하면서도 평범한 우주의 질서를 알았다.

하루는 둘이가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마주 앉아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말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그러자 여자의 눈에서는 맑은 이슬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후 수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느날 한 찻집에 두  연인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신화처럼 내려오는 옛날  지극했던 두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옛날에 그 남자가 여자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고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여자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차만 마시고 있었다.




단기 4326년 12월  淨名 김 성규 합장







머리말(2)


우리는 모두

'화두'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지리산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진리암이라는 조그마한 낡은 암자가 있다.

암자는 구름 속에  갇혀있고 몇년동안 문을 열지 않았는지 송화가루가  문지방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10년의 정적을 깨뜨리고 '아 - '하는 탄성이 방안에서 터져나왔다.

도법이 생사결단을  하고 '이 뭣꼬?'의 화두를  들고 가부좌하여 틀어 앉아  있기를 10년만에 탄성을 지르며 문을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도법은 가부좌한 자세로 일주일동안 그대로 앉아 있더니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누렇게 바래진 걸망을 매고 마을로 내려왔다.

한적한 마을이지만 그래도 저자거리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기를 팔고 있는 식육점  주인 아저씨가 신이나서 고기를 썰고 있었다.  도법은 한참동안 지켜보다가 불쑥 물었다.

'아저씨, 고기를 써는 것이 그렇게 신이 납니까?'

누가 옆에 있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고기를 썰던 주인은 잠시  손을 멈추고 쳐다보니 스님이 한 분 서 있는 것을 보았다.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 스님이 계셨군요.

제가 잘 할수  있는 것은 고기 써는 것 뿐인데,  이 고기를 어떻게 정성껏 잘  썰어서 보기도 좋게하며 고기의 부위들이 적당히 섞여 맛도 좋게 할  것인가? 하는 한 생각으로 고기를 썰고 있으니 신이 날수 밖에 없지요?'

'어떻게 하면  고기를 잘 썰까? 하는  한 생각뿐이라고' 도법은 중얼거리며  진지하게 합장을 하며 식육점을 물러 나왔다.

식육점 아저씨의 말을  골똘하게 생각하며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아주머니의  고운 음성이 귓가를 맴돌았다.

'아저씨, 가정주부가 되어 주부노릇 잘 하면 최상의 삶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시장에 와서 그릇을 사고, 반찬거리를 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아무도 깨어있지 않는 새벽에  일어나 온 정성으로 밥을 지어 남편과 자식에게 대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만 주어지니  얼마나 행운입니까? 정성껏 지은 이 음식을  먹고 남편은 직장에 나가 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내일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할 것을 생각하니 세상에 여자만큼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 수 없을까?하는 생각뿐인데 무슨 걱정거리가 생기겠습니까?'


도법의 발길은 처음 지리산에 발길을 들여 놓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선생에게로 향했다.

수업이 끝난 오후인데도 이선생은 교무실에 앉아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어이, 이선생. 같은 내용을 10년이나 가르치고 있으면서 무슨 문제를 풀고 있습니까?'

도법스님을 쳐다보는 이선생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 도법스님!

산문을 나오신 것을 보니 한 소식 하신 것입니까?

똑같은 문제를 하루에도 서,너번씩 10년을 풀어대도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풀때마다 같은 마음이면서도 다른 기분이니 매일 같은 문제를 풀면서도 다른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지요.

단순하게 반복되는 이 지겨운 일이 즐거고 기쁜 마음으로  가슴에 고이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스님께서 들고 있는 화두는 어떻습니까?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생활  속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자신의 문제'를  가지는 것이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단기 4326년 12월   淨名  김 성규 합장





<서설>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가장 기적적이며, 독창적인 선사들의 깨우침.

깨달음을 이루는 그 순간의 황홀함.

그리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선의 불꽃의 향연.

그 선사들 앞에 지금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게 된다.


어제 내린 폭우로 모든  먼지와 찌꺼기들이 씻겨져 버린 산과 하늘은 더 없이  맑고 깨끗하였다.

쌍봉산에 머물고 있는 도신스승을 찾아 쌍봉산으로 향하여 걷고  있는 도불과 도법 두 선객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도불이 먼저 출가하여 형님되는 도법사형에게 물었다.

'제가 가만히 지켜보니 행각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저녁만 먹고 나면  사형께서는 계속 잠만자는데, 도대체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더덕더덕 깁은 누더기를 입고 있는 도법이 개구장이 같이 천진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매일 밤 늦도록 다리를 틀고 앉아 있는 자네도 깨달음을 모르는데 틈만 나면 자는

내가 어찌 알겠는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강가에 다달았다. 지난 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서 한 여인이 건너지 못하여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법이 그 여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강을 건너야 합니까? 내가 건너 드리지요.'

하면서 여인을 번쩍 안더니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도불도 뒤를 따라 강을 건넜다.

무사히 강을 건너 온 여인은 도법에게 '스님,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하면서 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마을 쪽으로 내려 갔다.

두 선객은 수십리 길을 말없이 계속 걷기만 하였다. 견디다 못한 도불이 도법에게 물었다.

'우리는 세속의 생활을 버린 수행자인 출가인이라 여색을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사형은 왜 여인을 안아서 강을 건너 주었습니까?'

그러자 도법이 무심한 얼굴로 도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음, 그 여인  말이냐. 나는 강을 건너고  나서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인을 안고 있느냐. ....'

두 선객이 쌍봉산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움이 산자락 깊숙히 걸려 있었다.

그날  밤에도 도법은 코를 골면서 자고 있는데 도불은  낮에 있었던 그 여인의 문제가 마음에 걸려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도불은 바로 도신스승을 찾아가 인사드리고 물었다.

'저는 지금 마음이 번뇌와 형상에 매여 있습니다. 하늘을  나르는 새처럼 번뇌의 속박과 형상의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문을 일러 주십시오.'

그러자 도신의 투명한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른다.

'누가, 무엇이 너를 얽어매고 있느냐?'

도불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저를 옭아매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마음은 왜 구하느냐?'

여기서 도불은 크게 깨달았다.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길고 긴  어둠을 깨뜨리고 나온 도불은 감격한 얼굴로 스승을 쳐다보면서 다시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깨치고 난 후에는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도신은 먼 산을 쳐다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저 앞에 보이는 저 산은 수천 만년을 저렇게 서  있고, 콸콸거리며 골짜기로 흐르고 있는 저 물은 수천 만년을 저렇게 흐르고 있네. 잠시 100년을 머물다 가는 이 생명.

이 토굴을 보게. 여기에는 누워  잘 공간도 없네. 오직 이 방석 하나에 의지해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꼿꼿이 앉아 이 산과 더불어 살아온 것이 벌써 60년이 되었네.

내가 60년을 이렇게  앉아 있는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60년 동안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이렇게 있을 뿐이네.

불법은 생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고 있는 이 행위 속에 있는 것이다.

임금이 소문을 듣고  서너번이나 불렀지만 한번도 응하지 않았네. 마지막에는 응하지 않으면 목을 베어 오도록 명령했지만 의연히 거절하였네.

임금에게는 임금의 일이 있는 것이고, 나에게는 나의 일이 있네.

나의 일은 오로지 불법을 지키는 일.'


방안은 온통 붉게 타고 있었다.

토굴 밖으로 나오니 온 산을 벌겋게 태우면서 태양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자!

이제 우리도

우리의 마음을 찾아 화두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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