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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가 나타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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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8,522회 작성일 21-07-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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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우화가 있다. 백조와 꼬치고기와 새우가 협력해서 짐수레를 끌고 가려는데 각각 자기 마음대로 끌었기 때문에(짐은 가벼웠는 데도)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동료들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공동작업은 잘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역학적인 면에서 생각해보면 결과는 이야기의 내용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리 앞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작용하는 몇몇 힘의 합성에 대한 역학적인  문제가 있다. 우화 속에서 힘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 백조는 하늘을 향해 힘껏 당기고 새우는 뒷걸음질하며 꼬치고기는 물 속으로 끌어 당긴다.

 이것은  백조가 끌어당기는 힘은 위로 향해지고 꼬치고기가 끌어당기는 힘은 옆으로, 새우가 끌어당기는 힘은 뒤로 향한다.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제4의 힘, 즉 수직으로 아래로 향하는 수레의 중력이다.

 그러나 우화에는 ‘짐수레는 꼼짝도 안했다’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짐수레에 가해진 모든 합력은 0이라고 되어 있다.

 정말 그럴까? 생각해 보기로 하자. 사실은 하늘로 향해서 힘껏 끌어당기는 백조는 새우와 꼬치고기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것을 돕고있다. 즉 백조가 끌어당기는 힘은 중력과는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짐수레의 무게를 경감해서 지면과 차축에 대한 차륜의 마찰을 적게 한다. 아마도 때로는 무게를 완전히 평행되게 할 것이다. 아뭏든 짐은 그리 무겁지 않으니까(우화에서‘짐은 가벼웠는 데도’라고 있으니까) 백조가 끄는 힘과 짐수레의 전체 무게가 평행으로 되었다고 한다면 새우와 꼬치고기가 끄는 힘만이 남게 된다. 이들의 힘의 방향에 대해 우화에서는 ‘새우는 뒷걸음치고 꼬치고기는 물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되어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물은 짐수레의 앞쪽(새우가 있는 쪽)이 아니라 짐수레 옆에 있다. 즉 새우와 꼬치고기의 힘의 방향은 서로 어떤 각도를 이루고 있다. 만일 가해진 힘이 일직선상에 있지 않다면 그 합력은 결코 0이 되지 않는다.

 힘의 합성과 분해에 대해 한번이라도 실험한 일이 있는 사람은 백조의 힘이 짐수레의 무게와 평행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짐수레가 움직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것이다. 이들 세 힘을 가했는 데도 짐수레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는 차축 또는 길바닥의 마찰이 가해진 각 힘의 합력보다 클 경우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짐은 그들에게 가벼웠을 텐데’라는 말과 일치되지 않는다.

 아뭏든 ‘짐수레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라든가 ‘짐수레는 꼼짝 안 했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화의 참뜻마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아무리 많은 물질적 보시보다도 조그마한 정신적인 보시의 과보가 더 크다고 했다. 마음으로 하는 조그마한 보시는 씨앗이 되어 여러 생을 두고 계속하여 보시하는 마음을 성숙시키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새우와 꼬치고기와 백조처럼 방향성이 없는지 그렇지않으면 확실한 목표를 정해놓고 조금씩 나아가는지 한번 확인해보자.

한방울씩 떨어지는 낙수물이 바위에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목적이 분명하여 일생동안 꾸준히 행하는 행위의 인과는 크게 나타나지만, 새우와 꼬치고기와 백조처럼 방향성이 없는 목적이 뚜렷하지 못한 삶은 인과가 불분명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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