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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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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8,473회 작성일 21-07-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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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파라독스에는 아킬레스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게 되어 있다. 거북이가 아킬레스보다 1000m 앞서 달린다면 아무리 잘 달리는 아킬레스라도 느림보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아킬레스가 1000m 달려올 동안 거북이는 100m 앞서 있고, 또 아킬레스가 100m 따라오면 거북이는 10m 앞서 있고 이 일을 되풀이 할 경우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역설이다.???

이것은 시간이라는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고 공간이라는 친구와 오랫동안 사귀어 온 허상의 산물이다. 


그림과 같이 지구와 오리온좌의 베텔큐스, 황소좌의 알데바란을 한번 살펴보자. 베텔큐스와 알데바란은 지구에서 300광년, 53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알데바란은 베텔큐스에서 약 250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서기 2000년 3월 17일 밤에 베텔큐스의 폭발에 의해 오리온 별자리가 파열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날짜와 여기에 나오는 다른 날짜는 모두 지구에서의 월일의 진행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붙인다면 베텔큐스는 300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므로 지구에 있는 우리들은 그 별이 파열하는 날에는 보지 못하고 별이 파열할 때 생기는 광파가 우리 지구에 이르기까지는 300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감지하는 것은 2300년 3월 17일 밤의 일이며, 한편 알데바란에 있는 사람은 2250년 3월 17일 밤에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폭발사건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각각 다른 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황소좌 알데바란에서의 현재가 베텔큐스에서는 과거가 되고, 지구에서 바라보면 미래가 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전,후 동시성의 개념도 관찰자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도 공간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것이다. 

불교에도 시간의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많은 일화들이 있다.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왔을 때 중국 불교는 교리중심적인 형식주의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모든 형식을 타파하고 진리자체를 추구하는 선을 가르쳤다. 이때 많은 스님들이 임금에게 ‘달마대사는 외도이오니 죽여버리십시오’라는 상소를 몇 번이나 올려서 결국 사약을 내리게 하였다. 사약을 마시면서 ‘아아, 동토도 인연이 다 되었구나. 내가 죽거든 화장하지 말고 웅이산에나 묻어주시오.’ 하면서 유언하였다. 임금은 달마대사에게 사약을 내린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자신이 신을려고 만들어 놓은 새신을 달마대사에게 신겨 유언대로 웅이산에 매장을 하였다. 3년이 지나 위왕의 사신 송운이 인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파미르고원에 있는 총령 고개에서 달마대사를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드렸더니 달마대사께서 ‘동토는 인연이 다 하여 천축으로 가는 길이오.’하시면서 신발 한짝을 송운에게 주면서 ‘ 이 신을 임금에게 드리시고 바빠서 인사도 못여쭙고 떠났다고 전해주시오.’하였다. 송운이 위나라로 돌아와 임금에게 말씀드렸더니 달마대사가 돌아가신지 3년이 되었다 한다. 신하들을 시켜 웅이산의 무덤을 파 보았더니 관 속에는 신 한짝만 들어 있었다. 시간의 전후가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외에도 나고 죽음을 멋대로한 신라시대의 혜공스님등 많은 스님들의 영적인 행위들이 있다. 

불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은 공간적으로 물체의 앞뒤가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생명에 있어서 시간적인 전후의 개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믿고 있는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이 우주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상대적인 개념이듯이 불교에서도 철처하게 상대적인 인식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존재의 실상은 바로보기만 하면 어느 쪽에서 바라보더라도 같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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