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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응스님의 유식특강

제31강 유식공부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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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4,015회 작성일 21-08-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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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강 유식공부와 도



실제로 유식은 세밀하게 들어가게 되면 아주 복잡합니

다. 그래서 나중에 원망을 할까 봐 변명을 좀 해야 되겠는

데 유식에 대한 설명은 안 하고 자꾸만 딴 얘기만 한다고 

하지마세요. 유식은 전문분야로 아주 복잡합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전공을 하려면 그럴 필

요가 있지만 참선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강만 해도 됩니다. 

내가 40세까지는 보통으로 살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발심을 했습

니다. 내가 40세 전에도 이런 것을 주장 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마음을 살피는 공부는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꾸 

끌려다니기만 하고 저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40세에 다시 

발심해서 산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중간에 해인사에서 만

난 스님으로 마을에서 학원 원장노릇 하다가 절에 와서 중

론을 강의했습니다. 스님의 이름을 우봉신이라고 불렀습니

다. 그 스님이 내가 유식을 안다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

래서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서 강사가 어떻게 유식을 아느

냐고 했습니다. 내가 유식은 천재라도 안 배우면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식은 참선을 한다고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배워야 아는 것입니다. 안 배운 참선자들은 잘 모르

는 것이라고 그랬습니다. 이것은 남을 비방할 때를 알고 비

방을 해야 됩니다.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골똘히 알아도 됩

니다. 그런데 한 가지를 골똘히 해서 아는 것이 쉽지는 않

습니다. 이 소리가 쓸데없는 소리 같지만 들어보십시오.

내가 유식을 배울 적에 한 번에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듣

고, 또 듣기를 3~4차례 연속해서 들었습니다. 그렇게 반

복해서 안 들으면 모르는 학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는 저 사람은 학점이 모자라서 또 다니는 줄 알지만 학점은 

따 놓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아는 학문인데 참선한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것은 전부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쪼

개서 하는 공부입니다. 이제 여러분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

은, 무엇이든지 한 가지를 꾸준하게 반복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내 경험입니다. 유식은 한 번만 듣고 그만 두는 것

이 아니라 듣고, 또 들을 수록 알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

래서 남한테 배울 때도 한두 번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소리 하면 우습지만 우봉신 같은 사람이 세상에 많습

니다. 자신은 해보지도 안 하고 덮어놓고 남을 비방하는 것

입니다.

당나라 때 한퇴지가 그런 류의 사람입니다. 또 당나라 헌

종 때 김건포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천자인 헌종이 저 봉

상사에 탑을 세워 부처님 정골을 모시고 직접 절을 했단 말

입니다. 그런데 절을 하니까 ‘아! 천자의 위신으로 그럴 수

가 있습니까?’ 하며 못하게 합니다. 부처는 딴 사람이 아

니라 평생을 빌어먹은 사람인데 살아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다 해도 그저 국밥 한 그릇 주고 떨어진 옷 한 벌 주면 족

할 그런 부처에게 천자가 절을 한 것입니다. 내가 아주 어

릴 적에 읽은 책인데 읽으면서 책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

습니다. 청량한 위인으로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뼈

다귀에게 절을 하면서 그런 비방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그 

때 한퇴지(한유)라는 사람이 형조판서로 있었습니다. 형조

판서는 요즘 말로 법무장관입니다. 그것도 젊은 사람이 천

자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대들다가 그만 삭탈 관직을 당

하고 조주로 귀양을 갔습니다. 그래서 태전선사가 한퇴지

와 얘기나 좀 할까 싶어서 교두로 한퇴지를 찾아 갔단 말입

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재미로 듣지 말고 의미있게 들어

보세요. 그전에 벌써 태전선사도 한퇴지와 같은 족속인데 

면천한 사람입니다. 한퇴지가 비록 귀양을 갔더라도 형조

판서까지 지냈던 사람이므로 받들어야 될 텐데 좀 이상한 

방법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또 한생이란 사람도 매일 한퇴

지를 비방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하루는 한생을 불러 ‘네

가 그럴 수가 있느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내가 나이로 봐

도 너보다 많고, 항렬을 봐도 너보다 높고, 지위를 봐도 형

조판서를 지냈는데 네놈이 다니면서 날 비방하고 그러느냐 

하니까 ‘에이, 아저씬 암만 그래도 나보다는 못해요.’ ‘그

래, 네가 나보다 나은 것이 뭐냐?’ 하니까 ‘나는 회조준순

주會造逡巡酒하고 능개경각화能開頃刻花를 할 수 있다’ 고 

합니다. 알 ‘회會’자 지을 ‘조造’ 자로 준순의 술을 만들 줄 

알고, 명령만 하면 한 순간에 경각화頃刻花를 피울 수 있다

는 것입니다. ‘준순주’ 한다는 것은 즉 술을 담구면 몇 달을 

삭히고 나서 먹는 것인데, ‘그래, 네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니 이 자리서 술을 만들어보라.’고 한 것입니다. 지금 바

로 능개경각화能開頃刻花라. 준순주를 경각에 할 수 있다

고 했으니 만약 못하면 너는 매를 맞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인을 불러 콩이나 팥을 가져오라고 하여 네가 개

경각화開頃刻花를 한다고 하니까 한 순간에 꽃을 피게하

라고 합니다. 꽃은 봄에 피어서 열매 맺는 것인데 그 자리

에서 꽃을 피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땅을 어기적어기

적 파헤쳐 씨앗을 내더니 곧 그 씨앗이 손에서 떨어져나가

니 싹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 싹을 자세히 보니까 잎에 무

슨 글구가 하나 써 있었습니다. ‘운현진영진가정雲現秦嶺

陳家停’이라, 집이 깊은 구름에 갖혀 진현에 있는데 설은만

경마부진雪銀萬境馬不進이라, 눈이 만자나 쌓여있는데 말

이 눈에 빠져 빨리 앞으로 가지를 못합니다 하는 내용이었

습니다. 한퇴지는 헌종 때도 몇 해를 그 장난을 하다가 쫓

겨 조주로 간 것입니다. 초가을에 떠나서 겨울이 되도록 그 

말을 타고 갔단 말입니다. 하루는 눈이 펑펑 오는데 갈 길

은 멀고 여관은 보이지 않고 난교라는 다리만 보이는 것입

니다. 여관이 어디쯤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혹 저 

재를 넘어가면 잘 곳이 있을 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

다. 말을 타고 지나가는데 눈에 푹푹 빠진 다리가 난교라

는 것입니다. 태산준령인데 앞의 고개는 진영이란 재였습

니다. ‘운현진영진가정’이라, 구름 가득 한데 어느 곳에 여

관이 있는가 말입니다. ‘설은만경마부진’이라, 눈은 만자나 

쌓였는데 말이 앞으로 가질 못하고 푹 빠졌다는 것인데 참 

희한한 이야기지요? 그래서 한탄을 하면서 글을 채우는 것

입니다. 한퇴지는 백 번 죽어도 임금한테 충성을 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조주로 귀양을 간 것을 기록 했던 것입니

다. 한퇴지는 사실 그곳에 가서 불교를 어떻게 하든지 망쳐

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임하는 핑계로 그 

곳에 간 것 입니다. 관헌에 있는 이방을 불러서 이 곳에 예

쁘고 얌전한 여자는 없는가? 하면서 미인계를 쓰려고 했

습니다. 그러자 이방이 하는 말이 ‘이 곳이 그래도 가장 큰 

고을인데 미색이 없겠습니까?’ 하면서 홍련이란 기생이 있

는데 아주 예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약 5~60

리 가면 태릉산 너머 축령봉이 있는데 축령봉 아래서 숯돌 

장사하는 홍련이라는 기생을 시켜 어떻게 하든 유엄스님을 

파계 시키면 큰 상을 주겠다고 밀약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홍련은 태전스님을 찾아가서 3년 동안 온갖 짓을 다 했습

니다. 처음엔 늙은 스님께서 덕이 높으시다는 소문을 듣고 

배우러 왔다고 하면서 남장을 하고 삼평인가 하는 아이와 

함께 노스님을 시봉했습니다. 태전스님이 봄이면 산에 가

서 나물을 뜯고 나뭇가지를 주워서 불을 때야 하는데 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3년을 지냈

던 것입니다. 어느 때에는 삼평이 하고 한 방에 자기도 하

고 또 바로 태전스님 옆 방에서 자는 것입니다. 어떤 때에

는 이 여자가 옷을 홀딱 벗고 발가벗은 몸을 내놓고 자기도 

합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온갖 짓을 해봐도 안 되었습니다. 

정한 기한인 3년이 다 되어 떠나는 날이 왔습니다. 떠나는 

날 형색을 들어내고 여자라는 사실을 다 털어놓은 것입니

다. 그러면서 ‘다시 스님을 뵈러 오겠습니다’라 한 것입니

다. 돌아가면 사형을 당하겠지만 그동안 여기에 있었던 증

표로 귀감이 될 만한 무엇인가 한 귀절 써달라고 합니다. 

그 당시 절에서 행자를 할 때에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

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곱게 머리를 손질하고 치마 저고

리를 입고 스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여자의 

치마에 증표로 시를 한 구절 써 주었습니다. ‘십년불하축영

봉十年不下鷲嶺峰’ 이라, 내가 여기서 10년을 수행하면서 

축영봉을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관색관공즉색공觀

色觀空卽色空’이라. 공을 관하여 색을 끊으니 색이 곧 공이

더라는 것입니다. 색을 즉해서 공을 관했더라는 것입니다. 

‘여하일적조계수如何一滴曹溪水’ ‘긍타일엽홍련중肯墮一葉

紅蓮中’이라. 어찌 조계의 물 한방울을 홍련의 잎사귀에 떨

어뜨리겠는가 하는 소리입니다. 육조스님이 조계산에서 법

문한 내용을 홍련의 치마에 써 주었던 것입니다. 태전선사

는 미리 짐작한 것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홍련은 자

기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떠나갔습니다. 홍련이 한퇴지

를 만납니다. 한퇴지가 홍련에게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홍련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치마를 가져다가 펴놓았단 말

입니다. 그러니 읽어봤을 것이 아니오. 한퇴지는 홍련에

게 그렇게 태전스님의 도력이 높더냐고 물었습니다. 홍련

은 ‘아이구 말도 마십시오. 제가 알몸으로 옆에 누워서 다

리도 얹어보고 별짓을 다해도 하늘 같이 높았으며 태산 같

이 움직임이 없었으며 저는 하늘에 나는 잠자리 한 마리 같

았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태산을 가로질러 날개를 흔들

며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한 내용

입니다. 

그래서 한퇴지는 더 이상 스님을 괴롭히면 안되겠다고 

하면서 한 번 직접 가봐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 절에 

들락날락하다가 나중에는 행자인 삼평이 하고 수작도 해봤

지만 결국 한퇴지도 손발을 들고 말았습니다. 한 번은 태전

스님이 한퇴지에게 문제를 냈는데 한퇴지가 모르니까 삼평

이가 옆에서 답답해서 책상을 탁탁 두드립니다. 그제서야 

한퇴지가 눈치를 챕니다. 그런데 스님이 삼평이 보고 ‘너 

무슨 짓을 했느냐?’ 하니까 그 대답이 ‘먼저 정定으로 동하

고 뒤에는 지智로써 죽 빼냅니다.’ 한 것입니다. 이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한퇴지의 제자였습니다. 이고도 자

기 스승처럼 덮어놓고 불교를 비방하는 것입니다. 그 때 태

전선사 사제로 약산 유엄선사가 있는데 석두스님의 제자였

습니다. 약산 유엄선사는 화두를 타파하여 깨달음을 얻은 

사람입니다. 이고가 약산 유엄선사를 찾아간 것입니다. 마

침 뜰에서 동자가 차를 다리고 있었는데 ‘너희 스님 계시

느냐?’ 하니까 어디 가고 없다고 하면서 방에 들어가 기다

리게했습니다. 그런데 약산 유엄선사는 이고가 올 줄 알고 

미리 동자에게 시킨 것입니다. 이고가 나를 찾아오거든 없

다 하라고 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서너 번을 찾아오니까 마

지막에는 ‘스님 계십니다.’ 하면서 어디 계시냐? 고 물으니 

절 뒤에 가면 평평한 곳에 적송 수백 그루가 꽉 들어섰는데 

거기에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선사는 물병을 갖다놓고 물

을 마시면서 정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곳에 찾아간 이

고는 처음부터 수작을 합니다. 인사를 하는데 기분이 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고가 멋쩍게 부르니 유엄스님은 ‘이

문이로다.’ 합니다. 그러자 이고가 내가 와서 보니까 저 멀

리서 누군가가 ‘도인’하면서 불렀는데 그 소리를 못 들었습

니까? 그러면서 이고는 유엄스님을 실제로 보니까 소문으

로 듣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엄스님은 체구

가 조그마한 노장입니다. 그래서 껄껄 웃으면서 하는 소리

가 ‘그대는 어떻게 해서 귀는 그렇게 귀하게 여기면서 눈을 

그렇게 업신여기느냐?’ 그랬단 말입니다. 보통사람이 묻는 

것 하고 다릅니다. 그 말을 듣자 좀 섬뜻합니다. 그래서 옷

깃을 올리고 다시 인사를 하고 도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도

를 물으면서 돌아다니다가 후일에 이고는 도를 깨쳤습니

다. 그런데 어떤 것이 도입니까? 하니 바로 손가락으로 하

늘에 떠 있는 구름을 가리키면서 물과 물병을 보며 물병에 

들어있는 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알 턱이 있습니

까? 그래서 설명을 해달라고 합니다. ‘운재청천수재병雲在

靑天水在甁’ 이라.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들

어있구나 하는 그것이 도인 것입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더라는 그 말에 이고가 일어나서 다시 절을 합

니다. 처음 볼 때에는 조그마한 사람이 보잘 것 없어 보였

는데 그 한 마디를 듣고 보니 아주 달라 보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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