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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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은 유식을 통하여 성립됩니다. 우리 마음이 평생 살아가며 일으키는 모든 생각이 유식입니다.
약 2세기 중반에 가티아야니푸트라가 발지론을 저술하여 설일체유부의 교리를 완성합니다. 부처님의 연기 교리가 BC 2세기경에 체계화됩니다. 카니시카왕대에 발지론의 대한 주석서인 대비바사론이 편찬됩니다. 깨친 자 500명의 아라한을 모아 놓고 수십 년에 걸쳐 대비바사론이 편찬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유식의 원천이 구사론입니다. 바샤수바드라아는 대비바사론이라는 책이 카쉬미르국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전 세계에 대비바사론을 전파하기 위해 카쉬미르국에 갑니다.
그래서 12년 동안 대비바사론 200권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다 외워 세 번의 탈출 실패를 하고 결국 바보 연기를 하여 탈출에 성공합니다. 바샤수바드라아의 노력에 의해 대비바사론이 인도의 다른 곳에도 전파된 것입니다.
세친은 구사론을 지었던 사람입니다.
구사론은 현상세계에 대한 근본을 밝힌 원리론과 존재하는 세계의 인과를 밝힌 사실적 세계관과 이상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이상적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록으로 자아에 대하여 정확한 앎으로 무아를 인식하는 파아품이 있습니다.
원리론의 계품에서는 제법의 본체를 밝히며 근품에서는 제법의 용처를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적 세계관의 세간품에서는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설명으로 고성제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며, 업품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집성제에 대한 설명이며, 수면품에서는 인연과에서 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적 세계관의 현성품에서는 고가 소멸된 이상세계에 대한 설명으로 멸제에 대한 설명이며, 지품은 이상세계에 들어가는 원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어 도제에 대한 설명이며, 정품은 이상세계를 이루는 인연과에서 연에 대한 설명입니다.
세친은 대비바사론을 600일 동안 강의하면서 하루에 한 게송 씩 지어 200권에 달하는 대비바사론을 600 송으로 축약하는 데 성공합니다.
부처님의 초기 경전에서는 12처 18계 5온이었던 것이 구사론에서는 5위 75법으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공부하려고 하는 유식 30송에서는 5위 100법을 이야기합니다. 100법은 75법을 조금 더 자세히 나눈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이 마음입니다. 눈을 통해 대상을 볼 때 다 똑같은 생각을 일으킵니까? 사람마다 대상을 보는 순간 다 다른 생각을 일으킵니다. 눈을 통해서 대상을 보는 것이 안식입니다. 그 안식이 결부되어 일으키는 생각이 의식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느냐에 따라 다른 의식을 일으킵니다.
우리의 마음은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변계소집성은 인과 연의 관계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 경계입니다.
의타기성은 인과 연이 일어나는 원인입니다.
원성실성은 존재의 본질을 가리킵니다.
변계소집성은 정(고락)은 있으나 이치(본성)는 없습니다.
중생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쓰는 마음이 변계소집성입니다. 변계소집성의 뿌리는 의타기성이고 머릿속에 일으키는 모든 생각이 변계소집성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산속에서 선비와 사냥꾼과 제비족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길을 가는데 어떤 예쁜 여자가 옷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허겁지겁 튀어나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냥꾼, 선비, 제비족이 일으키는 생각이 다 다릅니다.
선비는 ‘막되 먹은 여자구나.’고 생각했고
제비족은 ‘저 것 또 웬 남자하고 정을 통하고 튀어나오는구나.’ 생각합니다.
사냥꾼은 ‘산 속에 짐승들이 많은데 나물 캐다 짐승을 만나 정신 없이 저렇게 튀어나오는구나.’고 생각합니다.
모두 자기 관점에서 이 여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여자는 약초를 캐러 갔다가 약탕관에 약을 올려놓은 것을 깜빡하고 있다가 정신 없이 집으로 달려가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단지 급하게 숲에서 튀어나왔을 뿐이었습니다.
각자 생각 속에서 그 여자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일으키는 생각들이 변계소집성이라고 합니다.
자기 의식으로 일으키는 생각이 바로 변계소집성입니다.
또 이런 예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산속을 지나가는데 새끼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핏 보니 뱀 같아서 순간적으로 깜짝 놀랍니다. 새끼줄을 뱀으로 보고 일으키는 생각이 변계소집성입니다.
다시 여자와 세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자의 상태는 의타기이고, 그 여자를 보고 일으키는 그 생각은 변계소집입니다. 결국 변계소집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으키는 생각이며 인과 연에 의하여 연을 보고 부딪쳐서 일어나는 현상 세계입니다.
의타기성이란 변계소집성의 인과 연이 일어나는 원인입니다. 변계소집성의 원인입니다. 만약 여기에 금목걸이가 있다고 했을 때 그 금목걸이의 대해서 사람들마다 가치를 매기는 것이 변계소집성이고,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금목걸이 자체는 의타기성이고, 금의 본질은 원성실성이 됩니다.
원성실성은 본질입니다.
우리는 유식을 통해서든 어떤 불교 공부를 통해서든 원래 성품인 본질을 찾아야 합니다.
선불교에서 가장 화려한 당 송 시대를 장식했던 선사들 중 한 사람이 조주입니다. 어떤 선사가 조주를 찾아와서 ‘부처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를 들었을 때 나름대로 자기 생각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여 분별심을 일으켜 생각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일으켜 답을 할까요? 변계소집성, 의타기성에 의해 모두 다른 생각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원성실성, 본질에서 나오는 답은 조주가 했던 답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다 다르지만 뿌리에서 나오는 답은 같습니다.
변계소집성, 의타기성에서 일으키는 답은 다 다르지만 원성실성에서 하는 답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답이 어떻게 다 같을까요? 본질을 보게 되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만 보게 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업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이 강의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깨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서 박은 여기 있고 최는 구석에 있다고 합시다. 부처가 무엇인가 물었을 때 ‘박은 여기에 있다’ ‘최는 구석에 있다’ 했을 때 두 답은 다 맞습니다. 이것이 조주의 답입니다.
내가 원성실성으로 그 답을 하면 조주의 ‘뜰 앞의 잣나무’와 같은 정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유식을 공부하면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깨달음의 세계를 적절히 표현한 진공묘유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질인 본래 성품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에서 끝도 없이 모든 것이 나옵니다. 이것들이 바로 묘유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진공에 의거한 묘유에 속합니다.
유식을 공부하면서 본질적으로 나아가야 될 것은 깨달음의 세상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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