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유행경5
페이지 정보
작성자 통섭불교 작성일 23-02-17 17:23 조회 3,531 댓글 0본문
(500) 전불시대의 땅, 쿠시나가라
(510)쿠시니기라로 가다
그 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구시성 말라유의 쌍수(雙樹)로 가자.”
아난은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둘러싸고 길을 걸어갔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있어 구시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는 도중에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고요하였다. 그는 기쁨에 넘쳐 착한 마음이 일어났다.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 쪽에 서서 여쭈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건대 고타마시여, 저의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시면 어떻습니까?”
부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너는 내게 이미 공양해 마쳤다.”
그때 바라문은 세 번이나 간청했다. 부처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다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아난에게 가서 인사를 마친 뒤 한 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내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고타마께서 저기 가서 쉬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마치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은 대답했다.
“그만 두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해 마쳤습니다.”
바라문은 세 번이나 간청했다. 아난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마을은 너무 머리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너무 피로해 계십니다. 수고롭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520) 말라유 쌍수 사이에 눕다
그리고 부처님은 구시성으로 들어가 말라유족의 본생처(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하면 내 법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무를 것이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자리를 깔되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했다. 그때 부처님은 스스로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 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때 쌍수 사이에 있는 모든 귀신들로서 부처님을 깊이 믿는 자들은 때 아닌 꽃으로써 땅에 뿌렸다. 그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 아닌 꽃으로써 내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은 여쭈었다.
“그러면 어떤 것을 일러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합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법을 받아 그 법을 잘 행하면 그것을 일러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은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쌍수 사이에 있어
고요한 마음으로 누워 계신다.
나무 신(神)들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 위에 꽃을 뿌리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으니
어떤 것을 공양이라 합니까?
법을 받으면 능히 잘 행해
깨달음의 꽃을 일러 공양이라 한다.
수레바퀴 같은 자금(紫金)의 꽃을
부처님께 뿌려도 공양되지 못하고
오온(蘊), 육입, 십이처는 <나>없는 것
그것이 첫째가는 공양이 된다.
(530) 시자 범나마의 공덕
그 때 범마나(梵摩那)는 부처님 앞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물러가라. 내 앞에 있지 말라.”
그때 아난은 잠자코 있으면서 생각했다. ‘이 범마나는 항상 부처님의 좌우에 있어서, 부처님의 시중을 들고 있다. 그는 반드시 여래를 존경하여 보고 보아도 싫증이 없을 것이다. 이제 부처님은 최후에 다달으셨다. 그러므로 그로 하여금 지켜보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를 물러가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래서 아난은 곧 옷을 바루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범마나는 언제나 부처님 곁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뵙기 싫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은 최후이십니다. 마땅히 부처님을 지켜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명령하여 물러가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구시성 밖 12유순은 큰 신천(神天)들이 사는 집으로서 빈틈이 조금도 없다. 이 모든 대신(大神)은 이 비구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지금은 부처님의 최후로서 곧 멸도에 드시려 하고 있다. 우리들 모든 신은 부처님을 한 번 뵙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 비구는 큰 위엄과 덕이 있어 광명이 눈부셔 우리들로 하여금 부처님께 친근하고 예배하고 공양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난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명령하여 물러가라고 한 것이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거룩한 비구는 원래 어떠한 덕을 쌓고 어떠한 행을 닦았기에, 그런 위엄과 덕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91겁 전에 이 세상에 비바시 부처님이 계셨다. 그때 이 비구는 환희심을 가지고 손에 풀 횃불을 잡아 그의 탑을 비추었다. 이 인연으로써 그 위엄의 광명은 위로 28천(天)에 사무쳐 모든 하늘 신의 광명으로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540) 쿠시나기라의 옛 영화
그 때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성 거칠고 허물어진 땅에서 멸도 하시지 마소서. 보다 큰 나라들이 있습니다. 첨파(瞻婆)대곡 비사리국 왕사성(王舍城) 밧지[婆祗]국 사위(舍衛)국 가비라[迦維羅衛]국 바라나 국들이 그것입니다. 그 땅에는 백성들이 많고 불법을 즐거이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 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 사리를 잘 공경하고 공양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땅을 일러 보잘 것 없다고 말하지 말라. 옛날 이 나라에 대선견(大善見)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는 이 성이 구사바제(拘舍婆提)라 하여 그 대왕의 도성(都城)이었다. 길이 480리, 넓이는 280리. 그 때에 쌀과 곡식은 풍성하였고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하였다. 그 성은 칠겹이며 성을 둘러싼 난간도 또한 칠겹이었다. 무늬를 아로새기고 각(刻)하고 사이사이에 보배 방울을 달았었다. 그 성의 길이는 일곱 길이며, 높이는 열두 길이었다. 성위의 다락집은 높이 열두 길, 기둥 둘레는 세 길이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 은성에는 금문, 유리성에는 수정문, 수정성에는 유리문이었다. 그 성 주위에는 네가지보배(寶)로 장엄하고 사이사이의 난간도 또한 네가지 보배로 장엄했었다. 금다락에는 은방울이며 은다락에는 금방울이었다. 보배 참호[寶塹]는 일곱 겹으로서 그 가운데에는 연꽃, 우발라꽃, 발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이 피어 있었다. 밑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길 양쪽에 다린(多隣)나무가 울창하였다. 금나무는 은잎과 은꽃과 은열매며, 그 은나무는 금잎과 금꽃과 금열매였다. 수정 나무는 유리꽃 유리 열매며 유리 나무는 수정꽃 수정 열매였다. 다린 나무 사이에는 여러 욕지(浴池)가 있어 그 물은 맑고 깊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었고 네가지 보배(寶)의 벽돌로써 그 가장자리에 섬돌이 놓여 있었다. 금사다리에는 은발판, 은사다리에는 금발판이며, 유리 사다리의 층계는 수정으로 발판을 만들고 수정 사다리의 층계는 유리로 발판을 만들었었다. 에워싼 난간은 빙 둘러 서로 있고 그 성의 곳곳에는 다라(多羅)나무가 있었다.
금나무는 은잎 은꽃 은열매며, 은나무는 금잎 금꽃 금열매며, 수정 나무는 유리꽃 유리 열매며, 유리 나무는 수정꽃 수정 열매였다. 나무 사이에는 네 가지 보배 못이 있어 네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거리와 골목은 잘 정돈되어 줄이 서로 맞고 온갖 꽃은 바람에 나풀거렸다. 실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모든 보배 나무를 불면 거기서 나는 부드러운 소리는 마치 하늘 음악 같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서로 더불어 그 나무 사이에서 놀면서 스스로 즐겼다. 그 나라에는 언제나 열 가지 소리가 있었다. 고동소리, 북소리, 소고소리, 노래소리, 춤소리, 악기소리, 코끼리소리, 말소리, 수레소리, 음식을 먹으면서 장난하고 웃는 소리가 그것이다. 그 때에 대선견왕에게는 칠보(寶)가 갖추어 있었고 또 왕은 사덕(德)이 있어 사천하(天下)의 주인이었다. 칠보는 금륜보(金輪寶), 백상보(白象寶), 감마보(紺馬寶), 신주보(神珠寶), 옥녀보(玉女寶), 거사보(居士寶), 주병보(主兵寶)이다.
그리고 또 아난아. 어떤 것을 네 가지 <신덕>(神德)이라 하는가. 1은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아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2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어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3은 얼굴 모양이 단정하여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4는 보물 창고가 가득 차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왕이 성취한 칠보와 네 가지 공덕이라 한다.
아난아, 그때에 선견왕은 오랜만에 수레를 타고 뒷동산으로 놀러 나가 곧 시자(侍者)에게 말했다.
‘너는 마땅히 수레를 고이 몰아 편안하고 조용하게 하라. 나는 국토와 인민이 안락하여 근심이 없는가를 자세히 관찰 하고자 한다.’ 백성들은 길에서 왕의 행차를 보고 다시 시자에게 말했다. ‘너는 잠깐 천천히 가라. 우리는 거룩한 왕의 높은 모습을 뵙고자 한다.’ 아난아, 그 때 선견왕은 백성들을 사랑해 기르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 같고, 백성들이 왕을 사모하기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바 보물을 모조리 왕에게 바치면서 ‘원컨대 받아 주시어 마음대로 써 주소서’라고 했다. 그 때에 왕은 대답했다. ‘그만두어라, 여러분 내게는 보물이 있다. 그대들이 써라.’하였다.”
그때 선견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어떤 공덕을 쌓고 어떤 선본(善本)을 닦았기에, 지금 이렇게 높고 큰 과보(果報)를 얻었는가?’ 또 스스로 생각했다.
‘세 가지 인연으로 이 복의 과보를 가지고 왔다.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선사(禪思)다. 이 인연으로써 이 큰 과보를 얻었다.’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미 인간의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業)을 닦자.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이 살고 한가히 있음으로써 도(道)를 닦자.’ 그때 왕은 선현보녀(善賢寶女)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나는 이미 인간의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으려 한다.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이 살고 한가히 있어 도를 닦자.’ 그녀는 ‘예’하고 대답한 뒤 대왕의 분부대로 안팎에 명령하여 가까이 모시거나 문안 인사드리는 것을 금했다.
그때 왕은 법전(法殿)에 올라 금루관(金樓觀)으로 들어가 은평상에 앉았다. 거기서 탐욕 음욕의 악(惡)과 불선(不善)을 깊이 생각하여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어 이생희락[離生喜樂-욕계악(欲界惡)을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 1선(禪)을 얻었다. 각(覺)과 관(觀)을 덜어 없애고 속마음의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오로지 거두어 잡아 각도 없고 관도 없이 정생희락[定生喜樂-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 2선을 얻었다. 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聖賢)들이 구하는 바의 호념락행[護念樂行-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 3선을 얻었다.
거친 마음과 미세한 미음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까지 버려 제 4선을 얻었다.
그때 선견왕은 은평상에서 일어나 금루관을 나왔다. 다시 대정루로 나아가 유리 평상에 앉을 때 자심(慈心)을 닦아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나머지 다른 세계도 또한 그러하여 두루 두루 하고 넓고 넓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모든 원한을 없애어 마음에 미워함이 없고 고요하고 잠잠하고 사랑하고 부드러움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했다. 비심(悲心), 희심(喜心), 사심(捨心)도 또한 그러했다. 그때 옥녀보는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떠났다. 이제 모셔 뵙자. 대왕에게 가자.’ 그래서 선현 보녀는 팔만사천 채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의복을 엄하게 꾸며라. 우리는 오랫동안 왕의 안색을 떠났다. 마땅히 한 번 뵙도록 하겠다.’
모든 여자들은 이 말을 듣고 옷을 정돈하고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였다. ‘4병(兵)을 모아라. 우리는 오랫동안 왕을 뵙지 못했다. 한 번 뵙도록 하겠다.’ 주병보는 신하 4병을 모으고 보녀에게 말했다. ‘4병은 이미 다 모였다.’
이에 보녀는 팔만사천의 채녀를 거느리고 4병의 인도를 받아 황금의 동산으로 갈 때 대중의 진동하는 소리가 왕에게 들렸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창으로 보았다. 보녀는 앞으로 나아가 창 곁에 섰다. 그때 왕은 보녀를 보고 말했다. ‘너는 멈추어라. 앞으로 나아 오지 말라. 나는 이제 동산으로 나가려 한다.’ 그때 선견왕은 파리좌(頗梨座)에서 일어나 대정루로 나와 정법전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보녀와 함께 다린 동산으로 나가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선견왕의 얼굴에는 광택이 나서 보통 때와 달랐다. 선현보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이것은 무슨 상서인가’고. 그녀는 대왕에게 물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릅니다. 이 이상한 상서는 목숨을 버리려 하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팔만사천 코끼리 중에서 백상보(白象寶)가 제일입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목에 보주를 걸었는데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리어 함께 서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슬프게 하시지 마십시오. 팔만사천 말 중에는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수레 중에는 윤보(輪寶)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구슬 중에는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여자 중에는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거사 중에는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찰제리 중에는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성(城) 중에는 구시성(拘尸城)이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궁전 중에는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다락 중에는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자리 중에는 보식좌(寶飾座)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의 옷 중에는 유연의(柔軟衣)가 제일입니다. 팔만사천 가지의 음식은 모두 맛이 진귀합니다. 무릇 이런 온갖 보배는 다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이들과 함께 즐기시고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슬프게 하시지 마십시오.’
그때 선견왕은 보녀에게 대답했다. ‘너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섬겨 오면서 사랑스럽고 부드러우며 공경하고 순종하여 하는 말에 실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그녀은 왕에게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제 말씀이 무엇이 불순합니까?’ 왕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말한 코끼리, 말, 보배, 수레, 금바퀴, 궁전, 기이한 옷, 맛난 음식 이런 것은 다 항상 됨이 없어 영원히 갖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거늘 내게 그치라고 권하더라도 어찌 따르겠는냐?’
아난아, 그때 옥녀보는 왕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고 부르짖다가 눈물을 닦으면서 ‘코끼리, 말, 보배 수레, 금바퀴, 궁전, 기이한 옷, 맛난 음식 이러한 것은 다 항상 됨이 없어 길이 보전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생각을 괴롭게 하지 마십시오. 왜 그런가 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안 되어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대개 삶에는 죽음이 있고 모임에는 떠남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길이 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애욕을 베어 버리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라고 말했다.
아난아, 옥녀보가 이렇게 말할 때, 선견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다. 마치 장사가 맛난 밥을 한 번에 먹는 듯 아무 괴로움도 번민도 없었다. 그 영혼은 올라가 제 칠범천(梵天)에 태어났다. 선견왕이 죽은지 칠일 만에 윤보(輪寶)와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상보(象寶), 마보(馬寶), 옥녀보(玉女寶), 거사보(居士寶), 주병보(主兵寶)도 같은 날에 죽었다. 성과 못과 법전과 누각과 보배 장식과 황금 다린 동산도 모두 변해 흙과 나무가 되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은 다 항상 됨이 없이 변하고 바뀌어 없어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탐욕은 끝이 없어 사람의 목숨을 사라져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은혜와 애욕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곳에는 만족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성인의 지혜를 얻어 밝게 도를 본 자만이 비로소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아난아,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일찍 이곳에서 여섯 번 태어나 전륜성왕이 되어 마침내 뼈를 이 땅에 묻었다.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고 다시 생명을 버려 몸을 이곳에 둔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나고 죽음은 영원히 끊어진다. 그래서 아무 데도 내 몸을 둘 곳은 없다. 이것이 최후로써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