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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엄경십지품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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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7,210회 작성일 23-02-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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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염혜지(廉慧地) 


(26-4-1)  제4 염혜지에 들어가는 십법명문(十法明門)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했다. 

“보살이여, 보살이 제삼지를 이미 청정하게 닦고 제사 염혜지(慧地)에 들어가려면 법에 밝은 문[法明門] 열 가지를 수행해야 합니다. 중생계를 관찰하고, 법계를 관찰하고, 세계를 관찰하고, 허공계를 관찰하고, 식계(識界)를 관찰하고, 욕계를 관찰하고, 색계를 관찰하고, 무색계를 관찰하고, 넓은 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고 큰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는 것이니, 보살은 법에 밝은 열 가지 문으로 제사 염혜지에 들어갑니다. 

 

 (26-4-2)  여래의 집에 태어나는 열 가지 지혜를 성숙하는 법

보살이여, 보살이 염혜지에 머물면, 능히 열 가지 지혜로써 성숙한 법을 말미암아 안엣법[內法]을 얻고 여래의 가문에 태어납니다. 이유는 깊은 마음이 물러가지 않는 연고며, 삼보에 깨끗한 신심을 내어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연고며, 모든 행(行)법이 생멸함을 관찰하는 연고며, 모든 법의 성품이 나지 않음을 관찰하는 연고며, 세간이 이루어지고 소멸하는 것을 관찰하는 연고며, 업으로 인하여 생(生)이 있음을 관찰하는 연고며, 생사와 열반을 관찰하는 연고며, 중생의 국토에 대한 업을 관찰하는 연고며, 지나간 세월[前際]과 오는 세월[後際]을 관찰하는 연고며, 아무 것도 다할 것이 없음을 관찰하는 연고입니다. 


  (26-4-3) 염혜지에서 수행하는 37조도품(助道品)

보살이여, 보살은 제사지에 머물러서는 안몸[內身]을 관(觀)하여 몸을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바깥 몸[外身]을 관하여 몸을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안팎 몸을 관하여 몸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이와 같이 안으로 받아들이고[內受] 밖으로 받아들이고 안팎으로 받아들임을 관하되 받아들임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 마음[內心]과 바깥 마음과 안팎 마음을 관하되 마음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법을 관하고 바깥 법을 관하고 안팎법을 관하되 법을 두루 따라 관찰하여,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또 보살은 아직 생기지 않은 선하지 않은 법은 생기지 못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이미 생긴 선하지 않은 법을 끊으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아직 생기지 않은 선한 법은 생기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하며, 이미 생긴 선한 법은 잃지 않으려 하며, 더욱 증대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합니다. 

  

또 보살은 하려는 정력[欲定]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神足]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정력과 마음의 정력과 관하는 정력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또 보살은 믿는 근[信根]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여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근[精進根]과, 생각하는 근[念根]과 선정의 근[定根]과 지혜의 근[慧根]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또 보살은 믿는 힘[信力]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과 선정의 힘과 지혜의 힘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또 보살은 생각하는 각의 부분[念覺分]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법을 선택하는 각의 부분[擇法覺分]과 정진하는 각의 부분[精進覺分]과 기뻐하는 각의 부분[喜覺分]과 가뿐한 각의 부분[輕覺分]과 선정인 각의 부분[定覺分]과 버리는 각의 부분[捨覺分]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또 보살은 바른 소견[正見]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바르게 생각함[正思惟]과 바른 말[正語]과 바른 업[正業]과 바른 생명[正命]과 바른 정진[正精進]과 바른 생각[正念]과 바른 선정[正定]을 수행하며,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대로 회향합니다. 

 

(26-4-4) 37조도품을 수행하는 열 가지 이유

보살이 이런 공덕을 수행함은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려는 연고며, 본래의 원으로 지니는 연고며, 대비가 으뜸이 된 연고며, 대자로 성취한 연고며,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하는 연고며, 장엄한 불국토를 성취하는 연고며,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성취하고 상호(相好)와 음성을 다 구족하려는 연고며, 상상(上上)인 수승한 도를 구하려는 연고며, 들은 바 매우 깊은 부처님의 해탈을 따르는 연고며, 큰 지혜와 공교한 방편을 생각하는 연고입니다. 

  

(26-4-5) 염혜지에서 얻은 공과(功果)

보살이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몸이란 소견[身見]이 머리가 되어 나란 고집[我見], 사람이란 고집[人見], 중생이란 고집[衆生見], 오래 산다는 고집[壽命見], 온[塭], 계(界), 처(處)로 일으킨 집착과, 나오고 빠지고 하는 것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다스리는 연고며, 나의 소유인 연고며, 재물인 연고며, 집착하는 곳인 연고로, 이런 모든 것을 다 여읩니다. 

  

이 보살은 업이 여래께서 꾸중하신 것이고, 번뇌에 물든 것으로 보았으면 모두 떠나고, 만일 업이 보살의 도를 따르는 것이고 여래께서 찬탄하신 것으로 보았으면 다 닦아 행합니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일으킨 방편과 지혜로 도와 도를 돕는 부분[助道分]을 닦아 모으고, 이리하여 윤택한 마음, 부드럽고 연한 마음, 조화롭고 순한 마음, 이익하고 안락케 하는 마음, 잡되고 물들지 않는 마음, 상상의 수승한 법을 구하는 마음, 수승한 지혜를 구하는 마음, 일체 세간을 구호하는 마음, 높은 덕을 공경하고 가르치는 명령을 어기지 않는 마음, 들은 법을 따라서 잘 수행하는 마음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은혜를 알고 은혜 갚을 줄을 알며, 마음이 화평하여 함께 있으면서 안락하며, 질직하고 유순하여 빽빽한 숲과 같은 행이 없으며, 나라는 교만이 없고, 가르침을 받아서 말하는 이의 뜻을 얻나니, 이 보살이 이렇게 참는 일을 성취하고, 이렇게 조화하고 부드러움을 성취하고, 이렇게 고요함을 성취합니다. 

  

이렇게 참는 일과 조화하고 부드러움과 고요함을 성취하여 다음 지의 업을 깨끗이 다스리고 마음을 두어 수행할 적에, 쉬지 않는 정진과, 섞이고 물들지 않는 정진과, 물러가지 않는 정진과, 광대한 정진과, 끝이 없는 정진과, 치성한 정진과, 같음이 없는데 같은 정진과, 깨뜨릴 수 없는 정진과, 일체 중생을 성취하는 정진과, 도와 도 아닌 것을 잘 분별하는 정진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마음 경계[心界]가 청정하고, 깊은 마음을 잃지 않아 깨달아 아는 것이 명쾌하고 선근이 증장하며, 세간의 혼탁을 여의고 모든 의혹을 끊었으며, 밝게 판단함이 구족하고 기쁨이 충만하며, 부처님께서 호념하여 한량없이 좋은 뜻을 모두 성취합니다. 


보살이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니, 이른바 백 부처님을 보며,천 부처님을 보며,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와구와 음식과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또한 모든 스님에게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구족히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수도합니다. 

  

또 다시 닦아서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선근이 더욱 밝고 청정해집니다. 보살이여, 마치 은장이[金師]가 진금을 잘 연단하여 장엄거리를 만들면, 다른 금은 미치지 못하니, 보살도 그러하여 이 지에 있으면서 닦은 선근은 아랫 지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마니보배의 청정한 광명덩이가 놓는 광명을 다른 보배로는 미칠 수 없어서 폭풍우 따위로는 깨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이 지에 머무르면, 아랫 지의 보살들은 미칠 수 없으며, 마군과 번뇌로도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사섭법 중에서는 일을 함께하는 것[同事]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는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보살이여, 이것을 보살의 제사 염혜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수야마천왕이 되며 선방편으로 중생들의 몸이란 소견[身見] 등의 의혹을 제하여 바른 소견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布施] 좋은 말을 하고[愛語] 이로운 행을 하고[利行] 일을 함께하니[同事],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않으며,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또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억 삼매에 들어가고, 억 부처님을 보고, 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억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겁 천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26-5) 난승지(難勝地) 

 

(26-5-1) 난승지에 들어가는 열 가지의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했다.

“보살이여, 보살이 제사지에서 행할 것을 이미 원만하고, 제오지(第五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平等淸淨心]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과거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미래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현재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계율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마음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소견과 의혹을 끊는 데[除見疑悔]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도이고 도 아닌 것을 가리는 지혜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수행하는 지견[修行智見]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상상(上上)으로 관찰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이니, 보살은 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보살의 제오지에 들어갑니다. 

 

 (26-5-2) 제5지에서 닦는 수행

보살이여, 보살이 제오지에 머무는 것은 보리분법을 잘 닦는 연고며, 깊은 마음을 잘 깨끗이 하는 연고며, 상품이고 수승한 도를 더욱 구하는 연고며, 진여를 순종하는 연고며, 원력으로 부지하는 연고며, 일체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일을 모아 쌓는 연고며, 부지런히 닦기를 쉬지 않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을 내는 연고며, 상상지(上上智)를 관찰하여 밝게 비치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을 받는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부지하는 연고입니다. 이러한 것으로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얻습니다. 

 

(26-5-3)  제5지 보살이 통달하여 아는 법

보살이여, 보살은 이것이 고성제(苦聖諦)며, 이것이 고집성제(苦集聖諦)며, 이것이 고멸성제(苦滅聖諦)며, 이것이 고멸도성제(苦滅道聖諦)임을 실상대로 압니다. 세속의 이치[俗諦]를 잘 알고,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잘 알고, 형상의 이치[相諦]를 잘 알고, 차별한 이치[差別諦]를 잘 알고, 성립하는 이치[成立諦]를 잘 알고, 사물의 이치[事諦]를 잘 알고, 생기는 이치[生諦]를 잘 알고, 다하여 생기지 않는 이치[盡無生諦]를 잘 알고, 도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入道智諦]를 잘 알고,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一切菩薩地次第成就諦]를 잘 알고,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如來智成就諦]를 잘 압니다. 

  

(26-5-4) 아는 까닭을 밝히다

이 보살은 중생의 좋아하는 뜻을 따라서 환희케 하려고 세속의 이치를 알며, 한결같은 실상을 통달하려고 제일가는 이치를 알며, 법의 제 모양과 공통한 모양을 깨달으므로 형상의 이치를 알며, 여러 법의 시분과 지위[分位]의 차별을 알므로 차별한 이치를 알며, 온(蘊)과 계(界)와 처(處)를 잘 분별하므로 성립하는 이치를 알며,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깨달으므로 사물의 이치를 알며, 여러 갈래와 태어나는 것이 계속 이어짐을 깨달으므로 생기는 이치를 알며, 모든 뜨겁던 번뇌가 필경에 멸하므로 다하여 생기지 않는 지혜의 이치[盡無生智諦]를 알며, 둘이 없는 것을 내므로 도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를 알며, 모든 행상(行相)을 바로 깨달으므로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와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를 아니, 믿고 이해하는 지혜의 힘[信解力智]으로 아는 것이고, 끝까지 이른 지혜의 힘[究竟智力]으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 


(26-5-5) 중생을 위한 보살의 방편

보살이여, 이 보살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치를 아는 지혜를 얻고는 모든 유위법[有爲法]이 허망하고 거짓되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줄을 실상대로 아니, 보살은 이때 중생에게 대비심이 점점 더하여 대자(大慈)의 광명을 냅니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의 힘을 얻고는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고 부처님 지혜를 항상 구하여, 모든 하염 있는 행의 지난 적[前際]과 오는 적[後際]을 실상대로 관찰하여, 지난 적의 무명(無明)으로부터 사랑함이 있으므로 나는 일이 있으며, 생사에 헤매면서 오온이란 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무더기가 증장하며, 나[我]도 없고 오래사는 이[壽者]도 없고 길러주는 이[養育者]도 없으며, 다시 뒷갈래[後趣]의 몸을 자주자주 받을 이도 없어, 나와 내 것을 여읜 줄을 아니, 지난 적과 같이 오는 적도 그와 같아서 아무것도 없으며, 허망하게 탐하고 집착함을 끊어버리면 벗어나게 되어, 있거나 없거나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범부들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니 매우 딱하도다. 무수한 몸이 이미 없어졌고, 지금 없어지고, 장차 없어질 것이며, 이렇게 끝까지 없어지건마는, 몸에 대하여 싫증은 내지 않고, 기계적으로 받는 고통만 더욱 증장하여 생사에 헤매면서 돌아올 줄을 모르고, 오온의 굴택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네 마리 독사가 무서운 줄을 알지 못하고, 교만과 잘못된 소견의 화살을 뽑지 못하며, 삼독의 불을 끄지 못하고, 무명의 어둠을 깨트리지 못하고, 애욕(愛欲)의 바다를 말리지 못하고 열 가지 힘을 가진 대도사를 희구할 줄 모르고, 마군의 생각의 숲속에 들어가서 나고 죽는 바다에서 깨닫고 관찰하는 파도[覺觀波濤]에 휩쓸리는구나.' 

  

보살이여, 이 보살은 '이 중생들이 이런 고통을 받으며 고독하고 곤궁하지마는, 구할 이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섬도 없고 집도 없고 인도할 이도 없고 눈도 없어서, 무명에 덮이고 어둠에 싸였으니, 내가 일체 중생을 위하여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수행하며, 혼자서 발심하고 친구를 구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이 공덕에 의지하여 필경까지 청정하며, 여래의 열 가지 힘과 걸림없는 지혜를 얻게 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26-5-6) 일체중생의 교화

보살이여, 이 보살이 이런 지혜로 관찰하며 닦는 선근은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일체 중생을 안락케 하며,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일체 중생을 성취하며, 일체 중생을 해탈케 하며,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 중생이 시끄러운 괴로움을 여의게 하며, 중생들이 청정함을 얻게 하며, 중생들이 모두 조복케 하며, 중생들이 반열반에 들게 합니다. 


 (26-5-7)  제5지에 머무는 보살의 수행과 명칭

보살이여, 보살이 이 제오 난승지에 머물면서 생각하는 이라 하는 것은 모든 법을 잊지 않는 연고며, 지혜 있는 이라 하는 것은 잘 결정하는 연고며, 지취[趣]가 있는 이라 하는 것은 경의 이치가 차례로 연합(連合)되는 연고며, 부끄러움을 아는 이라 하는 것은 스스로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연고며, 굳은 이라 하는 것은 계행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깨달은 이라 하는 것은 옳은 곳과 그른 곳을 관찰하는 연고며, 슬기를 따르는 이라 하는 것은 다른 것을 따르지 않는 연고며, 지혜를 따르는 이라 하나니 이치에 맞고 맞지 않는 말을 잘 아는 연고며, 신통있는 이라 하는 것은 선정을 닦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이 있는 이라 하는 것은 세상을 따라 행하는 연고입니다. 

  

만족함이 없는 이라 하는 것은 복덕을 잘 모으는 연고며, 쉬지 않는 이라 하는 것은 항상 지혜를 구하는 연고며, 고달프지 않는 이라 하는 것은 대자비를 모으는 연고며, 남을 위하여 부지런히 수행하는 이라 하는 것은 일체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부지런히 구하고 게으르지 않는 이라 하는 것은 여래의 역(力)과 무외(無畏)와 불공법(不共法)을 구하는 연고며, 뜻을 내어 능히 행하는 이라 하는 것은 부처님 세계를 장엄함을 성취하는 연고며, 여러 가지 선한 업을 부지런히 닦는 이라 하는 것은 상호를 구족하는 연고며, 항상 수행하는 이라 하는 것은 부처님의 몸과 말과 뜻을 장엄하기를 구하는 연고며, 법을 크게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라 하는 것은 일체 보살과 법사에게서 가르치는 대로 행하는 연고며, 마음에 장애가 없는 이라 하는 것은 큰 방편으로 세간에 항상 다니는 연고며, 다른 마음을 밤낮으로 여의는 이라 하는 것은 일체 중생을 교화하기를 항상 좋아하는 연고입니다. 

  

 (26-5-8)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

보살이여, 보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행할 때에 보시함으로 중생을 교화하며, 좋은 말과 이익한 행과 일을 함께 함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며, 색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법을 연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보살의 행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큰 위엄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나고 죽는 허물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지혜와 이익을 칭찬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여러 가지 방편의 행으로 중생을 교화합니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부지런한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데, 마음이 서로 계속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나아가며, 짓는 선근이 줄어들지 않으며, 수승하게 행하는 법을 부지런히 배웁니다. 

 

(26-5-9) 세간의 중생들을 수순하는 지혜

보살이여, 이 보살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세간의 기예를 모두 익힙니다. 글과 산수와 그림과 서적과 인장과 지대, 수대, 화대, 풍대와 가지가지 언론을 모두 통달하며, 처방법을 잘 알아서 여러 가지 병과 간질과 미친 증세와 소갈병들을 치료하며, 귀신이 지피고 도깨비에 놀래고 모든 방자와 저주를 능히 제멸하며, 문장과 글씨와 시와 노래와 춤과 풍악과 연예와 웃음거리와 고담과 재담 따위를 모두 잘 하며, 도성과 성시와 촌락과 가옥과 원림과 샘과 못과 내와 풀과 나무와 꽃과 약초들을 계획하고 가꾸는데 모두 묘리[宜]가 있고, 금은, 마니, 진주, 유리, 나패, 벽옥, 산호 등의 있는 데를 다 알고 파내어 사람들에게 보이며, 일월성신이나, 새가 울고 천둥하고 지진하고 길하고 흉한 것이나, 관상과 신수가 좋고 나쁜 것을 잘 관찰하여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계행을 가지고 선정에 들고, 신통의 도술과 사무량심[四無量]과 사무색정(四無色定)과 그 외의 여러 가지 세간일로서 중생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이익하는 일이면 모두 일러 보여 위없는 불법에 머물게 합니다. 


(26-5-10)  제5난승지에 머문 공과(功果)

보살이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머물고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됩니다. 백 부처님을 보며, 천 부처님을 보며, 백천 부처님을 보며,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힘을 따라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서 출가합니다. 

  

출가하여 법을 듣고 다라니를 얻어서 듣고 지니는 법사가 되어, 이 지위에 있으면서 백 겁을 지내고, 천 겁을 지내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닦은 선근이 점점 더 밝고 청정해집니다. 보살이여, 마치 진금을 자거로써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는 것처럼 이 지위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생각하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있으면서 방편과 지혜로 성취한 공덕은 아랫 지위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보살이여, 마치 해나 달이나 별들의 광명은 바람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저해할 수 없으며, 다른 바람으로도 동요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지위의 보살이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면서 관찰하는 것이므로 저해할 수 없으며, 모든 성문이나 독각이나 세간의 선근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 선정[禪]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보살이여, 이것을 보살의 제오 난승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위에 머물러서는 흔히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이 되며, 중생들에게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외도의 삿된 소견을 굴복하고, 중생들이 진실한 이치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여,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않으며,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또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거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천억 삼매를 얻고, 천억 부처님을 보고, 천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천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천억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천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26-6) 현전지(現前地) 

 

(26-6-1)  제6에 들어가는 열 가지 평등한 법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했다. 

“보살이여, 보살이 제오지를 구족하고 제육 현전지(現前地)에 들려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을 관찰해야 합니다. 일체 법이 형상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자체가 없으므로 평등하고, 나는 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성장함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본래부터 청정하므로 평등하고, 희롱의 말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취하고 버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고요하므로 평등하고, 요술 같고 꿈 같고 영상 같고 메아리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의 모습 같고 아지랑이 같고 화현과 같으므로 평등하며, 있고 없음이 둘이 아니므로 평등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일체 법을 관찰하여 제 성품이 청정하고, 따라 순종하며 어김이 없으면 제육 현전지에 들어가니 밝고 이로운 수순인(隨順忍)은 얻었으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26-6-2) 연기(緣起)를 열 가지 순역으로 관찰하다

보살이여, 이 보살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다시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대비가 늘어나고 대비가 만족하며, 세간의 나고 멸함을 관찰하여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간에 태어나는 것이 모두 나에 집착한 탓이니, 만일 나를 여의면 날 곳이 없을 것이다.' 

  

또 '범부는 지혜가 없어 나에 집착하여 항상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하며,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망한 행을 일으키어 사특한 도를 행하므로, 죄 받을 업[罪業]과 복 받을 업[福業]과 변동하지 않는 업[不動業]이 쌓이고 증장하며, 여러 가지 행에 마음의 종자를 심고 번뇌[漏]도 있고 취함[取]도 있으므로, 다시 오는 생의 나고 늙고 죽음을 일으키며, 업은 밭이 되고, 식(識)은 종자가 되는데, 무명(無明)이 덮이고, 애정의 물이 축여주고, 나[我]라는 교만이 물을 대어주므로 소견이 증장하여 명색(名色)이란 싹이 난다. 

  

명색이 증장하여 오근(五根)이 생기고, 여러 근(根)이 상대하여 촉(觸)이 생기고, 촉과 상대하여 수(受)가 생기고, 수(受) 뒤에 희망하여 구하므로 애(愛)가 생기고, 애가 증장하여 취(取)가 생기고, 취가 증장하여 유(有)가 생기고, 유가 생겨 여러 갈래 중에 오온으로 된 몸[五陰身]을 일으키는 것을 난다[生] 하고, 나서는 변하고 쇠하는 것을 늙는다[老] 하고, 필경에 없어지는 것을 죽는다[死] 하며, 늙어서 죽는 동안에 여러 가지 시끄러움[熱惱]이 생기고, 시끄러움으로 인하여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고 탄식하는 여러 가지 고통이 모이게 된다. 

  

이는 인연으로 모이는 것으로 모으는 이가 없으며, 그와 같이 멸하는 것으로 멸하는 이가 없으며, 보살이 이런 인연으로 생기는 모양을 따라서 관찰하는 것이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알지 못하므로 무명이라 하고, 지어놓은 업과(業果)를 행(行)이라 하고, 행을 의지한 첫 마음이 식(識)이며, 식과 함께 난 사취온(四取瑥)을 명색(名色)이라 하고, 명색이 증장하여 육처(六處)가 되고, 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 하고, 촉과 함께 생긴 것을 수(受)라 하고, 수에 물드는 것을 애(愛)라 하고, 애가 증장한 것을 취(取)라 하고, 취가 일으킨 유루업(有漏業)이 유(有)가 되고, 업으로부터 온(瑥)을 일으키는 것을 생[生]이라 하고, 온이 성숙함을 노[老]라 하고, 온이 무너짐을 사[死]라 하고, 죽을 적에 이별하는 것을 어리석어 탐내고 그리워하여 가슴이 답답한 것을 걱정이라 하고, 눈물 흘리며 슬퍼함을 탄식이라 하며, 오근에 있어서는 괴로움이라 하고, 뜻에 있어서는 근심이라 하고, 근심과 괴로움이 점점 많아지면 시달림이라 하며, 이리하여 괴로움이란 나무가 자라며, 나도 없고 내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는 것이다.' 

  

또 '만일 짓는 이가 있으면 짓는 일이 있을 것이며, 만일 짓는 이가 없으면 짓는 일도 없을 것이며, 제일가는 이치에는 모두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계에 있는 것이 오직 한 마음뿐인데, 여래가 이것을 분별하여 십이유지(十二有支:十二緣起)라 말했다. 다 한 마음을 의지하여 이렇게 세운 것인데 무슨 까닭인가. 일을 따라서 생기는 탐욕이 마음과 함께 나니, 마음은 식(識)이며, 일은 행(行)이다. 행에 미혹함이 무명(無明)이며, 무명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것이 명색(名色)이며, 명색이 증장한 것이 육처(六處)며, 육처의 셋이 합한 것이 촉(觸)이며, 촉과 함께 생긴 것이 수(受)며, 수가 싫어함이 없는 것이 애(愛)며, 애가 거두어 버리지 않음이 취(取)며, 이 여러 존재의 가지[支]가 생기는 것이 유(有)며, 유가 일으킨 것이 생[生]이며, 나서 성숙함이 노[老]며, 늙어서 무너짐을 사[死]라 한다'  

  

보살이여, 이 가운데서 무명에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중생이 반연한 바를 미혹하게 하는 것이며, 둘은 행(行)이 생겨나는 인(因)이 됩니다. 행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장래의 과보를 내는 것이며, 둘은 식(識)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식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여러 유(有)를 서로 계속하게 하는 것이며, 둘은 명색(名色)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명색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서로 도와서 성립케 하는 것이며, 둘은 육처(六處)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육처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각각 제 경계를 취하는 것이며, 둘은 촉(觸)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촉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반연할 것을 능히 부딪치는 것이며, 둘은 수(受)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수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사랑스러운 일과 미운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둘은 애(愛)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애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사랑할 만한 일에 물드는 것이며, 둘은 취(取)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취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여러 가지 번뇌를 서로 계속케 하는 것이며, 둘은 유(有)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유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갈래에 태어나게 하는 것이며, 둘은 생[生]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생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여러 온(瑥)을 일으키는 것이며, 둘은 노[老]가 오게 하는 인이 됩니다. 노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여러 근(根)이 변동하게 하는 것이며, 둘은 사[死]이 이르게 하는 인이 됩니다. 사에도 두 가지 업이 있는데 하나는 모든 행(行)을 파괴하는 것이며, 둘은 알지 못하므로 서로 계속되어 끊어지지 않습니다. 

  

보살이여, 이 가운데서 무명은 행의 연이 되고, 내지 나는 것은 늙어 죽음의 연이 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이 되어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도와서 이루게 하는 연고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내지 태어남이 멸하면 늙어 죽음이 멸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緣)이 되지 않아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져 없어져서 도와서 이루게 하지 않는 연고입니다. 

  

보살이여, 이 가운데서 무명과 애와 취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번뇌의 길이며, 행과 유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업의 길이며, 다른 것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의 길입니다. 앞의 것[前際]과 뒤의 것[後際]을 분별하는 것이 멸하면 삼도(三道)가 끊어지며, 이렇게 삼도가 나와 내 것을 여의고, 나고 멸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마치 묶어세운 갈대[束蘆]와 같습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과거를 관(觀)함이며, 식과 내지 수는 현재를 관함이며, 애와 내지 유는 미래를 관함이니, 이 뒤부터 차츰차츰 서로 계속합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관찰하고 의지하여 끊는[觀待斷] 것입니다. 

또 십이유지(十二有支)를 세 가지 괴로움[三苦]이라 하며, 이 가운데서 무명과 행과 내지 육처는 변천하는 괴로움[行苦]이며, 촉과 수는 괴로운 데 괴로움[苦苦]이며, 다른 것들은 무너지는 괴로움[壤苦]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세 가지 괴로움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무명의 인연으로 여러 행을 내는 것이며,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무명이 없으므로 여러 행도 멸함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繫縛]을 내는 것이며,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을 멸하는 것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아무것도 없는 관찰을 따름이며,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다하여 멸하는 관찰을 따름이니, 다른 것도 역시 그러합니다. 

  

(26-6-3) 십문(十門)을 총결(總結)하다

보살이여, 보살은 이렇게 열 가지의 역순(逆順)으로 모든 연기(緣起)를 관찰합니다. 연기의 관찰은 십이유지(十二有支)가 계속하는 연고며, 한 마음에 포섭되는 연고며, 자기의 업이 다른 연고며, 서로 여의지 않는 연고며, 삼도(三道)가 끊어지지 않는 연고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는 연고며, 세 가지 괴로움이 모이는 연고며, 인연으로 나고 없어지는 연고며, 얽매여 속박됨을 내고 멸하는 연고며, 아무것도 없고 다함을 관하는[無所有盡觀] 연고입니다. 


 (26-6-4) 열 가지 관문(觀門)의 과(果)를 밝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러한 열 가지 모양으로 연기를 관찰하여 내가 없고[無我]사람이 없고[無人] 수명이 없고[無壽命], 제 성품이 공하고[自性空] 짓는 이[作者]가 없고 받는 이[受者]가 없음을 알면, 곧 공해탈문(空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모든 유지(有支)가 다 제 성품이 멸함을 관찰하여, 필경까지 해탈하고 조그만 법도 서로 내는 것[相生]이 없으면, 곧 모양 없는 해탈문[無相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공하고 모양 없는 데 들어가서는 원하는 것이 없고, 다만 대비를 으뜸으로 하여 중생을 교화할 뿐이니, 곧 원이 없는 해탈문[無願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세 해탈문을 닦으면 남이라 내라는 생각을 여의고, 짓는 이라 받는 이라는 생각을 여의며,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을 여읩니다. 

  

보살이여, 이 보살은 대비가 점점 더하여서 부지런히 닦습니다. 아직 원만하지 못한 보리분법을 원만케 하려는 연고입니다. 이렇게 '유위법이 화합하면 생겨나고[轉], 화합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으며, 연이 모이면 생겨나고, 연이 모이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내가 유위법이 이렇게 허물이 많은 줄을 알았으니, 마땅히 이 화합하는 인연을 끊을 것이나 중생을 성취하게하기 위하여 끝까지 여러 행을 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렇게 유위법이 허물이 많고 제 성품이 없어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관찰하고는 대비심을 항상 일으켜 중생을 버리지 않으면, 곧 반야(般若)바라밀이 앞에 나타나니, 이름이 장애가 없는 지혜의 광명[無障碍智光]입니다. 이러한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고는 비록 보리의 부분인 인연을 닦더라도 하염 있는[有爲] 가운데 머물지 않으며, 비록 유위법의 성품이 적멸함을 관찰하더라도 적멸한 가운데도 머물지 않으니, 보리분법이 아직 원만치 못한 까닭입니다. 

 

 (26-6-5) 현전지(現前地)에 머문 공과

보살이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들어감에 공한[入空] 삼매와, 제 성품이 공한 삼매와, 제일가는 이치의 공한[第一義空] 삼매와 첫째 공[第一空] 삼매와, 크게 공한[大空] 삼매와, 합함이 공한[合空] 삼매와, 일어남이 공한[起空] 삼매와, 실상과 같이 분별하지 않음이 공한[如實不分別空] 삼매와, 떠나지 않음이 공한[不捨離空] 삼매와, 떠남과 떠나지 않음이 공한[離不離空] 삼매를 얻습니다. 

이 보살이 이렇게 열 가지 공한 삼매문을 얻은 것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공한 삼매가 모두 앞에 나타나며, 이와 같이 열 가지 모양 없는 삼매문과, 열 가지 원이 없는 삼매문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문이 모두 앞에 나타납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다시 닦아서 파괴하지 못할 마음을 구족하여, 결정한 마음, 순전하게 선한 마음, 매우 깊은 마음, 퇴전하지 않는 마음, 쉬지 않는 마음, 광대한 마음, 그지없는 마음, 지혜를 구하는 마음, 방편 지혜와 서로 응하는 마음이 모두 원만합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를 따르고 다른 논리[異論]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혜의 지위에 들어가, 이승(二乘)의 길을 여의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가며, 여러 번뇌의 마군이 능히 저해하지 못하고, 보살의 지혜 광명에 머물며, 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법 가운데서 잘 닦아 익히며, 방편의 지혜와 서로 응하며, 보리분법을 항상 행하고 버리지 않습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반야바라밀행이 증장하고, 제삼의 밝고 이로운 수순인[明利順忍]을 얻으니, 모든 법의 실상과 같은 것을 따르고 어기지 않는 연고입니다. 

  

보살이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뵙게 됩니다. 백 부처님을 보며,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보는데, 모두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회향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실상과 같은 삼매와 지혜의 광명을 얻고, 따라 수행하며 기억하고 버리지 않으며, 또 부처님의 매우 깊은 법장을 얻으며 백겁을 지나고 천겁을 지나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더라도 갖고 있는 선근은 점점 더 밝고 청정합니다. 

  

마치 진금을 비유리(毘瑠璃)로 자주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지위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해지고, 다시 적멸하여서 능히 가리워 무색케 할 것이 없습니다. 마치 달빛이 중생의 몸에 비치어 서늘하게 함을 네 가지 바람둘레[風輪]로도 깨뜨릴 수 없는 것과 같이 이 지위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중생의 번뇌불을 능히 멸하며, 네 가지 마군의 도술로도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반야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보살이여, 이것이 보살의 제육 현전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위에 머물러서는 흔히 선화천왕(善化天王)이 되며,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성문(聲聞)의 문난으로는 굴복할 수 없으며, 중생들을 아만심을 제하고 연기(緣起)에 깊이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며, 이렇게 모든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않으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또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살은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억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천억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으며, 서원하는 힘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헤아려서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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