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법구경진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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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법구경진구품(塵垢品) [19장]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형제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 부모는 그를 매우 가엾게 여기고 사랑하였다. 그래서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였고 심지어는 그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스승에게 데리고 가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교만하고 허황하여 전혀 마음을 쓰지 않았고, 아침에 배우면 저녁에 잊어버려 조금도 외워 익히지 못했다. 이와 같이 여러 해가 지났으나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자 부모가 다시 불러다 살림을 살게 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교만하고 허황하여 부지런히 노력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살림은 점점 궁색해지고 온갖 일이 잘 되지 않았다. 거기에 또 방탕하기까지 하여 뒤돌아보지 않고 아무 거리낌 없이 집안 살림살이를 내다 팔아 마음껏 즐겼다. 흐트러진 머리에 맨 발로 다니며 의복은 더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인색하고 탐욕 많고 당돌하기까지 하여 부끄러움이나 욕됨을 꺼리지 않았으며 스스로 어리석은 짓을 행하여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고 천대하였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고 흉악한 사람이라 생각하였으므로 드나들거나 다닐 때에도 아무도 그 사람과는 말을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제 잘못은 알지 못하고 도리어 남을 원망하였다. 위로는 부모를 원망하고 다음에는 스승과 친구들을 책망했다.
‘선조들의 신령이 돕지 않아 나를 부랑자로 만들어 이처럼 고생하는 것이다. 차라리 부처님을 섬겨 그 복을 얻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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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 그는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도는 너그럽고 넓어 용납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제자 되기를 원하오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그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도를 구하고자 하면 먼저 그 행실이 청정해야 하거늘 너는 저 세속의 때[垢]를 가진 채 그대로 우리 도에 들어오려 하는구나. 부질없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한들 무슨 큰 이익이 있겠느냐?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외우고 익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잊지 않느니만 못하다. 부지런히 생업에 힘써 부자가 되어 근심이 없게 하고 예의로 몸을 지켜 잘못을 저지르지 말며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마음을 다잡고 오롯하게 지켜 하는 일을 잘 분별하며, 민첩하게 행동하고 정밀하게 닦아 남에게 칭찬받고 흠모의 대상이 되도록 노력하라. 이렇게 실천해야 도를 닦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법구비유경 진구품
【431법구경진구품】
살아서 선한 행이 없으면
죽어서 나쁜 길에 떨어진다.
쉴새없이 질주하지만
이르러 보면 쓸데없는 것뿐이다.
【432법구경진구품】
그러므로 마땅히 지혜를 구하여
그것으로 선정의 뜻을 얻어
번뇌를 여의어 더럽혀지지 않으면
이 몸의 괴로움 여의게 된다.
【433법구경진구품】
지혜로운 사람이 차츰차츰
느릿느릿 천천히 나아가
마음의 때를 씻어 없애는 것
마치 세공인이 금을 제련하는 것 같다.
【434법구경진구품】
마음에 악이 생기면
도리어 제 몸을 부수게 된다.
마치 저 쇠에 녹이 슬어
도리어 그 몸을 잠식하는 것 같다.
【435법구경진구품】
글을 읽지 않음은 말의 때이고
부지런하지 않음은 집안의 때이며
단정하지 않음은 몸의 때이고
매사에 방일함은 일의 때이다.
【436법구경진구품】
인색함은 보시의 때이고
착하지 않음은 행실의 때이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나쁜 법은 언제나 때가 된다.
【437법구경진구품】
때 중에 가장 큰 때는
어리석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
공부하는 사람은 마땅히 악을 버려야 하며
비구들은 부디 그 때를 없애라.
【438법구경진구품】
구차하게 살면서도 부끄러움 없음은
마치 저 새의 긴 부리 같다.
얼굴 가죽 두껍게 욕됨을 참는 것
그것은 어디서나 더러운 삶이다.
【439법구경진구품】
체면 차리기 괴로운 일이지만
이치로써 맑고 깨끗한 것 취하여
욕됨을 피하되 망령되지 않은 것
그것은 어디서나 깨끗한 삶이다.
【440법구경진구품】
어리석은 사람은 살생을 좋아하고
말에는 전혀 진실됨이 없다.
주지 않는 남의 물건 뺏어 가지며
남의 아내 범하기 좋아한다.
【441법구경진구품】
제멋대로 계율 범하고
술에 취해 미혹되어 있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마다
스스로 제 몸의 뿌리를 상하게 한다.
【442법구경진구품】
사람이 만일 이것을 깨달았거든
부디 악을 생각하지 말아야 하건만
어리석은 이는 법 아닌 것 가까이하다가
오랜 뒤에는 제 자신을 태워 없앤다.
【443법구경진구품】
만일 믿음 가지고 보시를 행하되
제 명예를 드날리려 하거나
다른 사람 허식에 맞추려 하면
그것은 깨끗한 선정에 드는 것이 아니다.
【444법구경진구품】
일체의 탐욕을 모조리 끊고
마음의 근원을 아주 잘라서
낮이나 밤이나 한결같이 지키면
반드시 선정에 들어가게 된다.
【445법구경진구품】
때에 집착하면 티끌이 되고
티끌에 물들면 번뇌가 된다.
거기에 물들거나 행하지 않으면
깨끗해져서 어리석음 여의게 된다.
【446법구경진구품】
저들에게 자신이 침략당한 줄 알아
항상 안으로 자신을 성찰하다가도
번뇌를 따라 스스로를 속이니
그 번뇌 다하면 때도 없어진다.
【447법구경진구품】
음욕보다 뜨거운 불은 없고
빠르기 성냄보다 더한 것 없다.
어리석음보다 더 빽빽한 그물 없고
애욕의 흐름은 강물보다 더 빠르다.
【448법구경진구품】
허공에는 어떠한 자취가 없고
사문에게는 아무런 잡념이 없다.
사람들 모두 악을 좋아하지만
오직 부처님만이 청정하여 때가 없다.
【449법구경진구품】
허공에는 어떠한 자취가 없고
사문에게는 아무런 잡념이 없다.
세상은 모두 덧없으니
부처님께는 내 것이란 없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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