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법구경지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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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법구경지옥품(地獄品) [16장]
옛날 사위성에 부란가섭이라는 바라문 스승이 있었다. 5백 명의 제자들이 그를 따랐고 국왕과 시민들이 모두 그를 받들어 섬겼다.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시고 제자들과 함께 나열기성에서 사위국으로 가실 때 몸과 모습이 환히 밝고 도에 대한 가르치심이 넓고 훌륭하셨으므로, 국왕과 궁중 그리고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받들고 공경하였다.
그때 부란가섭은 질투하는 마음이 일어나 세존을 헐뜯고 혼자서만 존경을 받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제자들을 거느리고 바사닉왕에게 가서 호소하였다.
“우리 장로들은 먼저 오랫동안 공부한 이 나라의 옛 스승입니다. 그런데 저 사문 구담은 나중에 나와서 도를 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사실은 아무런 신통력도 없으면서 스스로 부처가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왕께서는 우리를 버리고 오로지 그를 받들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저 부처와 도력을 겨루어 누가 이기는가를 판가름하려 합니다. 왕께서는 이기는 이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그리고 수레를 장식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아뢰었다.
“부란가섭은 세존과 도력을 겨루어 그 신통 변화를 보이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들어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은 일입니다. 이레 뒤에 장차 신통변화를 겨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성 동쪽 편편하며 넓고 좋은 땅에 높은 자리 두 개를 만들었다. 높이는 40장이고. 일곱 가지 보배로 얽어 장식하였으며, 번기와 당기를 세우고 좌석을 정돈하였다. 두 자리의 사이는 2리쯤 떨어졌고 양쪽 제자들은 각각 그 밑에 앉기로 하였다. 국왕과 신하와 대중들은 두 사람이 신통변화를 겨루는 것을 보려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때 가섭은 모든 제자들과 함께 먼저 그 장소에 와서 사다리를 밟고 올라갔다. 그때 반사라는 귀신 왕이 있었는데, 그는 가섭 등이 허망하게 질투하는 것을 보고 큰 바람을 일으켜 그 높은 자리를 쳤다. 좌구들은 넘어지고 번기와 당기들은 휘날리고 모래와 자갈이 쏟아져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존의 높은 자리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대중과 함께 질서정연하게 걸어오셔서 막 높은 자리로 향하자, 어느새 올라가셨고 제자들도 모두 잠자코 차례대로 앉았다.
왕과 신하들은 더욱 공경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신통변화를 나타내시어 저 삿된 견해를 가진 무리들을 억눌러 항복받으시고 또 이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바르고 진실한 법을 깊이 믿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지더니 곧 허공에 올라 큰 광명을 떨치셨다. 동쪽에서 사라져서는 서쪽에 나타나고, 이와 같이 4방에서도 또한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곤 하는 것이었다. 몸에서는 물과 불을 내니 아래ㆍ위로 교차하고 공중에서 앉고 누우시는 등 열두 가지 신통변화를 하시다가 공중에서 몸이 사라져 다시 자리로 돌아오셨다. 하늘ㆍ용ㆍ귀신들은 꽃과 향으로 공양하면서 찬양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부란가섭은 스스로 도가 없음을 깨닫고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면서 감히 눈을 들지 못하였다.
그때 금강역사가 금강저를 들었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나와 가섭을 겨누면서 말했다.
“왜 그대는 신통을 나타내지 않는가?”
그러자 가섭은 두렵고 무서워서 자리를 내던지고 달아났다. 5백 제자들도 물결처럼 내달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세존의 위의와 얼굴에는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셨다. 국왕과 신하들도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하직하고 모두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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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부란가섭과 그 제자들은 곤욕을 치르고 가다가 길에서 마니라는 한 늙은 우바이를 만났는데, 그 우바이가 꾸짖어 말하였다.
“그대 미련한 사람들은 자기 재주는 헤아리지 못하고 부처님과 도덕을 겨루려 하였다. 어리석은 것들이 세상을 속이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구나. 그런 면목을 해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돌아다니는가?”
부란가섭은 제자들 보기가 창피하여 어느 강가에 이르러 제자들을 속여 말하였다.
“내가 지금 물에 몸을 던지면 틀림없이 범천에 태어날 것이다. 만일 내가 돌아오지 않거든 거기서 즐기는 줄로 알라.”
그리하여 제자들은 기다렸으나 그가 돌아오지 않자 저희들끼리 의논하여 말하였다.
“스승은 틀림없이 천상으로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는 한 명씩 물에 몸을 던지면서 스승을 뒤따르려고 할 뿐 저들 자신이 지은 죄에 이끌려 지옥에 떨어질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 뒤 국왕은 그 소문을 듣고 매우 놀랍고도 이상하게 여겨져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부란가섭의 무리들은 무슨 인연으로 그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부란가섭의 무리들은 두 가지 막중한 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세 가지 독이 불꽃처럼 왕성한데도 도를 얻었다고 자칭한 일이며, 다른 하나는 여래를 비방하여 헐뜯고 사람들의 공경과 섬김을 받으려 한 것이니, 이 두 가지죄로 인해 지옥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앙과 허물이 재촉하고 핍박하여 그들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지게 한 것일 뿐, 몸은 죽었어도 정신은 그곳을 떠나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그 마음을 거두어 잡아 안에서 악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밖에서 죄가 이르지 않게 합니다. 비유하면 마치 국경에 있는 성이 적국과 맞닿아 있을 때, 수비를 튼튼히 하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 안으로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밖으로는 도적이 침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제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법구비유경 지옥품
【509법구경지옥품】
거짓말하면 지옥에 가까워지고
거짓말을 하고도 하지 않았다 하면
그 뒤에 두 가지 죄 함께 받으며
그 행에 스스로 끄달려 간다.
【510법구경지옥품】
법의를 그 몸에 걸치고 있으면서
나쁜 일을 스스로 금하지 않고
구차하게 나쁜 행에 빠져드는 이
마침내 지옥에 떨어진다.
【511법구경지옥품】
계행이 없으면서 남의 공양 받는 것
이치로 보아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
죽어서는 불에 달군 철환을 삼켜야 하는데
타오르는 뜨거움 숯불보다 더욱 심하다.
【512법구경지옥품】
방일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남의 부인 범하기 좋아하고
복되지 않은 위태로운 데 눕는 것이며
셋째는 비방이며, 넷째는 음탕함이다.
【513법구경지옥품】
복리가 아니면 악에 떨어진다.
악을 두려워하고 즐거움 적음을 두려워하며
왕의 법은 무거운 벌을 더하고
몸이 죽어서는 지옥으로 들어간다.
【514법구경지옥품】
비유하면 왕골 풀을 뽑을 때처럼
느슨하게 잡으면 손을 상한다.
계율을 배워 제어하지 않으면
옥졸이 곧 도적이 된다.
【515법구경지옥품】
사람이 수행을 게을리 하면
온갖 괴로움 없앨 수 없다.
범행에 흠이나 결함 있으면
마침내 큰 복을 받지 못한다.
【516법구경지옥품】
마땅히 행해야 할 일 늘 행하고
자신을 지키되 반드시 굳세게 하여
여러 외도들을 멀리 떠나고
티끌과 때를 익히지 말라.
【517법구경지옥품】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하면
나중엔 반드시 답답하고 괴롭다.
선을 행하면 항상 좋고 순조로워
가는 곳마다 후회할 일 없다.
【518법구경지옥품】
여러 가지 나쁜 행에 대해
만약 하고 싶은 대로 행하면
그 괴로움은 해결할 수가 없어
죄가 가까워도 피하기 어렵다.
【519법구경지옥품】
거짓으로 깨달았다 하며 재물을 구하고
그 행실이 이미 바르지 못해
선량한 사람을 원망하고 모함하며
억울하게 세상 사람들을 다스리면
죄가 그 사람을 결박하여
스스로 구덩이에 빠지게 된다.
【520법구경지옥품】
마치 저 국경의 성을 지킬 때
안팎을 모두 튼튼히 하는 것처럼
그 마음을 스스로 잘 지키면
그릇된 법이 거기서 생기지 않지만
행에 틈이 있으면 근심이 생겨
그를 지옥에 떨어지게 한다.
【521법구경지옥품】
부끄러워해야 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것을 도리어 부끄러워하면
살아서는 그것이 삿된 견해가 되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522법구경지옥품】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두렵지 않은 것을 도리어 두려워한다.
이런 삿된 견해를 믿고 나아가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523법구경지옥품】
피해야 할 것을 피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곳에 나아가지 않으면서
삿된 견해만 사랑하여 익히면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524법구경지옥품】
가까이해야 할 것은 가까이하고
멀리해야 할 것은 멀리하라.
한결같이 바른 견해 지켜 나가면
죽어서 좋은 곳에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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