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법구경사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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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법구경사문품(沙門品) [32장]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서 하늘ㆍ용ㆍ귀신ㆍ국왕ㆍ백성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젊은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가지고 큰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때 큰 길가에 관청의 채소밭이 있었는데 그 변두리에는 기장을 심었고 바깥 수풀 속에는 화살을 그물처럼 죽 벌려 놓았다. 만일 벌레나 짐승이나 도둑이 와서, 화살 그물에 부딪치면 화살이 저절로 쏘아져 화살에 맞아 죽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혼자서 그 동산을 지키고 있는데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멀리서 그 여자를 불러 길을 안내받아야 비로소 동산으로 들어가고 길을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그 화살에 맞아 죽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홀로 지키면서 구슬픈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도 맑아 듣는 사람마다 모두 수레나 말을 세우고 그 근처를 빙빙 돌며 길을 가려 하다가도 멈춘 채 앉아서 그 소리를 듣곤 하였다.
그때 이 비구도 걸식하고 돌아오다가 길에서 노래 소리를 들었는데 다섯 감관이 녹아 풀리고 마음이 홀리고 뜻이 어지러워 탐하여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리고 ‘저 여자는 틀림없이 아름다우리라’고 생각하고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일어서서 바라보기도 하고 앉아서 중얼거리기도 하며 빙빙 돌다가 그 곳을 떴다. 그러나 길을 반쯤 가기도 전에 그만 마음이 황홀해지면서, 손에 든 지팡이가 떨어지고 어깨에서는 가사가 벗겨졌으나 전혀 그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세 가지 신통으로 그 비구가 앞으로 조금 더 가다가는 화살에 맞아 죽으리라는 것과 또 전생의 복으로 도를 얻을 수 있는데도 어리석기 때문에 미혹하여 욕심에 덮여 있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엾게 여겨 구제하시려고, 어떤 속인으로 변화하여 그 사문 옆으로 가서 게송으로 그를 꾸짖었다.
법구비유경 사문품
【595법구경사문품】
눈ㆍ귀ㆍ코ㆍ입을 단정히 하고
몸과 뜻을 항상 바르게 지켜라.
비구가 만일 이렇게 행하면
온갖 괴로움 면하게 된다.
【596법구경사문품】
손과 발로 함부로 죄를 범하지 말고
말을 아끼고 순리에 맞게 행동하라.
마음이 항상 선정을 좋아하면
한결같은 행을 지켜 언제나 고요하다.
【597법구경사문품】
언제나 입 지키기를 배우고
말이 너그럽고 행동이 조용하면
법다운 이치 그 때문에 바로잡혀
항상 부드럽고 고운 말이 나온다.
【598법구경사문품】
법을 즐겨해 본받으려 하고
깊이 생각해 법에 안주하라.
비구가 법에 의지한다면
그 삶은 바르고 헛되지 않는다.
【599법구경사문품】
이익 구하는 일 배우지 말고
잡된 다른 행을 좋아하지 말라.
비구가 만일 잡된 일 좋아하면
선정의 마음 얻지 못한다.
【600법구경사문품】
비구가 물건을 적게 취하여
물건을 많이 쌓아두지 않으면
하늘과 사람의 칭찬을 받고
삶도 깨끗하고 더러움 없다.
【601법구경사문품】
비구가 항상 자비를 행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좋아하고 공경하며
지관에 깊이 들어가
행을 멸하면 곧 편안해진다.
【602법구경사문품】
그 어떠한 이름이나 물질도
존재하지 않으니 미혹되지 말라.
가까이하지 않아 근심 없으면
그야말로 비구라 한다.
【603법구경사문품】
비구는 큰 배와 같으니
속이 비면 곧 가벼워진다.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버리면
그것이 곧 열반이다.
【604법구경사문품】
다섯 가지를 버리고 다섯 가지를 끊고
다섯 가지 감관을 잘 관찰하라.
그리고 다섯 가지를 잘 분별하면
곧 깊은 못을 건너게 된다.
【605법구경사문품】
선정을 닦아 방일하지 말고
탐욕으로 인하여 혼란에 빠지지 말라.
끓는 구리 쇳물을 마심으로써
몸을 태워 스스로 괴로워하지 말라.
【606법구경사문품】
선정이 없으면 지혜로울 수 없고
지혜 없으면 선정을 닦을 수 없다.
도는 선정과 지혜로부터 생기니
거기에서 비로소 열반에 이른다.
【607법구경사문품】
마땅히 공에 들기를 공부하며
고요히 살면서 마음을 쉬어라.
그윽한 곳에 혼자 있기 즐겨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법을 관찰하라.
【608법구경사문품】
항상 다섯 가지 쌓임을 제어하고
뜻을 항복받아 마치 물처럼 하라.
맑고 깨끗하며 온화하고 기쁘게 하면
마치 감로의 맛처럼 된다.
【609법구경사문품】
남의 물건을 받지 않으면
지혜 있는 비구라 한다.
감관을 단속해 만족할 줄 알고
온갖 계율을 받들어 지녀라.
【610법구경사문품】
나면서부터 마땅히 청정행을 실천하고
착한 스승과 벗을 구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어른이 되면
괴로움을 벗어나 기쁨을 성취한다.
【611법구경사문품】
마치 저 위사화가
무르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듯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면
나고 죽음에서 저절로 벗어난다.
【612법구경사문품】
몸을 억제하고 말을 자제하며
마음은 조용히 침묵을 지켜라.
비구가 온갖 세상일을 버리면
그는 고요한 즐거움 받는다.
【613법구경사문품】
마땅히 스스로 그 몸을 경계하고
안으로 나쁜 마음과 다투며
몸을 단속하여 진리를 생각하면
그 비구는 언제나 편안하다.
【614법구경사문품】
내가 스스로 나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나를 없애
길들이는 이를 현자라 한다.
【615법구경사문품】
부처님 가르침에 기쁨하면
그 기쁨은 매우 커진다.
아주 고요함에 이르게 되면
행이 사라져 영원히 편안하게 된다.
【616법구경사문품】
혹 조그만 행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부처님의 계율과 맞으면
그것이 이 세상 밝게 비추되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날의 해와 같다.
【617법구경사문품】
잘난 체함을 버려 남은 교만 없애면
진흙에 핀 연꽃이 깨끗한 것과 같다.
이것저것의 차별 버리기를 배우면
그는 예전보다 나아졌음을 안다.
【618법구경사문품】
애욕을 끊어 그리워함 없으면
연꽃이 더러움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그 비구가 애욕의 강을 건너면
옛것을 밝히려는 것보다 낫다.
【619법구경사문품】
애욕의 흐름 끊었다 스스로 믿고
마음을 보내고 욕심을 물리쳐도
진실로 애욕을 끊지 못하면
한결같이 마음이 내닫는다.
【620법구경사문품】
행하고 또 행하여
기어이 애써 자신을 억제하라.
비록 가정을 버렸으나 여전히 게으르면
그 뜻은 오히려 물들게 된다.
【621법구경사문품】
게으르고 느슨하게 행하는 사람은
수고롭다는 생각 버리지 못한다.
깨끗한 범행을 행하지 않고
어떻게 큰 보배 이룰 수 있겠는가.
【622법구경사문품】
사문으로서 무엇을 행하든지
제 마음대로 함을 금하지 못하면
걸음걸음마다 달라붙어
다만 그 생각 따라 달리게 된다.
【623법구경사문품】
가사를 어깨에 걸쳤더라도
나쁜 짓 행하여 버리지 못하면
그는 온갖 악을 행하는 사람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진다.
【624법구경사문품】
길들지 않은 것 경계하기 어려우니
바람이 나무를 말리는 것 같다.
하는 일이 제 몸을 위한 것인데
어찌하여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는가.
【625법구경사문품】
마음을 쉬는 것은 머리 깎는데 있지 않고
교만함과 방탕함은 계율이 없어서이다.
탐욕을 버리고 도를 생각하여야
비로소 마음이 쉬게 된다.
【626법구경사문품】
마음을 쉬는 것은 머리 깎는 데 있지 않고
제멋대로 방일함은 믿음 없어서이다.
온갖 괴로움 모두 없애야
훌륭한 사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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