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법구경범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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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법구경범지품(梵志品) [40장]
옛날 사하첩국에 큰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의 이름은 사휴차타이다.
그 산에는 5백 여명의 범지가 있었는데 모두 신통에 통달하여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가 얻은 것이 바로 열반이다.”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출현하시어 맨 처음 법북을 울리고 감로문을 여셨을 때, 그 범지들은 그것을 듣고도 나아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전생의 복으로 마땅히 구제될 수 있음을 아시고 홀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그 길 어귀의 어느 나무 밑에 앉아 삼매에 드시어, 몸의 광명을 놓아 온 산을 두루 비추시니 그것은 마치 산불이 나서 온 산을 태우는 것 같았다.
범지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여 주문을 외워 물을 만들어 그 불을 끄려고, 신통의 힘을 다해보았으나 끌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괴상히 여겨 버려두고 길을 따라 산에서 내려오다 멀리 나무 밑에 앉아 선정에 드신 부처님을 발견하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해가 황금산 곁에서 뜨는 것 같았고 그 광명의 모습이 별 가운데의 달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은 ‘저것이 어떤 신인가?’ 하고 괴상하게 여겨 나가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앉으라 하시고 물으셨다.
“어디서 오는가?”
범지들은 대답하였다.
“오래 전부터 이 산에서 도를 닦았었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산불이 일어나 온 산의 나무를 태우기에, 두려워서 달려 나오는 길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 불은 복덕의불로서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의 어리석은 번뇌를 태우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들은 서로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 분은 어떤 도사일까? 아흔 여섯 부류의 외도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스승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말하였다.
“일찍이 들으니 백정왕의 아들 실달이라는 사람은 왕위를 좋아하지 않고 집을 떠나 부처 되기를 구한다 하던데, 과연 이 사람이 아닐까?”
그 제자들은 스승에게 말하였다.
“함께 가서 부처님께 ‘범지들이 하는 일들이 과연 법다운 것인가’ 하는 것을 물어보시지요.”
스승과 제자들은 모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범지의 경법에 네 가지 걸림 없는 법이 있습니다. 즉 천문과 지리와 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거느리는 법과 또 아흔여섯 가지 도술로서 호응해 오는 것에 맞추어 행하는 법이 있습니다. 이 법이 과연 열반의 법이옵니까? 원컨대 부처님께서 그것을 해설하시어 우리들이 아직까지 듣지 못한 법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 범지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고 잘 생각하라. 나도 전생에 수없는 겁 동안 항상 이 법을 수행하여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산을 옮겨 놓고 흐르는 물을 막기도 하였으나 그 뒤로 셀 수 없이 나고 죽고 하는 동안에 열반은 얻지 못하였고 또 도를 얻은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너희들의 수행과 같은 것은 참다운 범지의 행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법구비유경 범지품
【627법구경범지품】
애욕의 흐름을 끊어 건너고
욕심 없음이 범천과 같으며
작용이 이미 다한 줄 아는 사람
그를 범지라 한다.
【628법구경범지품】
둘이 아닌 법으로써
맑고 깨끗해 깊은 못을 건너고
온갖 욕심의 결박이 풀린 사람
그를 일러 범지라 한다.
【629법구경범지품】
어디를 가거나 분별이 없어
이것저것이 모두 다 비고
음욕과 탐욕을 여읜 사람
그를 일러 범지라 한다.
【630법구경범지품】
때 없기를 늘 생각하고
행하는 일에 번뇌가 없으며
더 구하려는 마음 일으키지 않는 사람
그를 일러 범지라 한다.
【631법구경범지품】
해는 낮을 비추고
달은 밤을 비추며
무기는 군사를 빛내고
선정은 도인을 빛낸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출현하여
모든 어둠을 비추신다.
【632법구경범지품】
머리 깎았다고 사문이 아니며
좋은 일 잘 행하는 이를 범지라 한다.
이른바 온갖 악을 잘 버린 이
그를 일러 도인이라 한다.
【633법구경범지품】
악을 벗어난 이를 범지라 하고
바름으로 들어간 이를 사문이라 하며
자신의 온갖 더러운 행을 잘 버린 이
그를 일러 출가한 이라 한다.
【634법구경범지품】
만일 애욕에 의지해서도
마음에 아무 집착 없고
그것을 버려 올바르게 되면
그에게는 온갖 괴로움 없어지게 된다.
【635법구경범지품】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하여 과실이 없고
세 가지 나쁜 행을 잘 버린 이
그를 일러 범지라 한다.
【636법구경범지품】
만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마음으로 환히 깨달아 알고
자신 마음 관찰하여 스스로 귀의하면
그는 물보다 깨끗해진다.
【637법구경범지품】
머리를 한데 모아 묶었다 하여
그를 범지라 하지 않는다.
성실한 행과 법다운 행이
맑고 깨끗해야 현자라 한다.
【638법구경범지품】
머리를 꾸미거나 풀옷 입어도
지혜 없으면 아무 이익이 없다.
마음의 집착 여의지 못하면
바깥 것 버린들 무슨 이익 있겠는가.
【639법구경범지품】
아무리 떨어진 옷 입었더라도
몸소 법을 받들어 행하고
한가롭게 있으면서 생각하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0법구경범지품】
스스로 자기를 칭찬하라고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다.
진실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1법구경범지품】
하고 싶은 일 모두 다 끊고
그 뜻이 음란하지 않으며
갖가지 탐욕을 모두 버린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2법구경범지품】
나고 죽음의 강을 끊고
잘 참아 구제할 마음을 일으키며
스스로 깨달아 함정을 벗어난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3법구경범지품】
욕설을 듣고 매질을 당해도
잠자코 받아들이고 성내지 않으며
인욕하는 힘을 가진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4법구경범지품】
남에게 침노와 속임을 당해도
다만 계율 지킬 것 생각하며
몸을 바로 해 자신 몸을 살피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5법구경범지품】
마음의 온갖 나쁜 법을 버리되
마치 뱀이 허물 벗듯 하고
더러운 욕심에 물들지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6법구경범지품】
삶이란 괴로움임을 깨닫고
이로부터 온갖 욕망의 생각을 없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7법구경범지품】
미묘한 지혜를 깨달아 알고
도와 도 아닌 것 잘 분별하며
훌륭한 이치를 몸으로 실천하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8법구경범지품】
본인이 살고있는 가정을 능히 버려
가정에 대한 두려운 맘 없으며
구하는 것과 욕심이 적은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49법구경범지품】
온갖 살림살이 모두 놓아버리고
남을 해치려는 마음 없으며
어지러움이나 괴로움 없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0법구경범지품】
다툼을 피해 다투지 않고
남이 침범해도 성내지 않으며
악이 닥쳐와도 선으로 대하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1법구경범지품】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교만과 그 밖의 모든 악을 버리고
마치 뱀이 허물 벗듯 하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2법구경범지품】
온갖 세상일 끊어버리고
입에는 거친 말 없으며
여덟 가지 길을 환히 아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3법구경범지품】
길건 짧건 크건 작건
이 세상의 온갖 나쁜 일들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4법구경범지품】
현세의 행이 청정하면
다음 세상에서도 번뇌가 없다.
집착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5법구경범지품】
몸을 버려 아무 데도 의지하지 않고
외도의 행을 배우지 않으며
감로의 열반을 실천하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6법구경범지품】
복이나 죄를 함께 벗어나
두 가지 행을 아주 없애고
근심도 없고 번뇌도 없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7법구경범지품】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처럼
기쁜 마음에 아무 때 없고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음이 없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8법구경범지품】
어리석은 사람 함부로 오가다가
함정에 빠져 고통 받는 것 보며
혼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려 하여
남의 말을 좋아해 따르지 않으며
모든 것 멸해 일으키지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59법구경범지품】
은혜와 애욕을 끊어버리고
가정을 떠나 아무 욕심도 없으며
애욕의 집착이 이미 없어진 사람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0법구경범지품】
사람의 세계도 이미 여의고
하늘 세계에도 떨어지지 않으며
그 어떤 세계에도 돌아가지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1법구경범지품】
즐거움 버려 즐거움 없고
모두 불기운 끊어 없앤 채
온갖 세상일을 씩씩하게 막아내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2법구경범지품】
이승에 태어나 일을 마치고
죽어서도 나아갈 곳 없으며
의지함이 없이 깨달아 편안한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3법구경범지품】
다섯 가지 길을 이미 건너고
태어날 곳을 아무도 모르며
습기가 다해 남음 없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4법구경범지품】
처음에도 나중에도 또 중간에도
아무 데도 그의 존재가 없어
잡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5법구경범지품】
가장 씩씩하고 가장 용맹스러워
스스로 알아 능히 잘 구제하며
깨달은 뜻이 흔들리지 않는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666법구경범지품】
전생 일 잘 알아 본래 어디서
여기로 와 태어난 줄 스스로 알고
나고 죽음이 다하게 되어
지혜로 도의 현묘함을 통달하여
부처님과 같이 밝은 이
그런 이를 범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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