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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법구경세속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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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3,263회 작성일 22-06-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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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법구경세속품(世俗品) [14장]


옛날 어떤 바라문의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왕의 이름은 다미사라고 하였다.

그 왕은 아흔여섯 종류의 외도를 받들어 섬기다가 하루는 갑자기 선심을 내어 큰 보시를 행하려 하였다. 바라문의 법과 같이 일곱 가지 보물을 산처럼 쌓아놓고 그것을 보시하되 구걸하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 움큼씩 가져가게 하였다. 이렇게 여러 날을 지냈지만 그 보물더미는 줄어들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 왕이 전생에 복을 지었기 때문에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어떤 범지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그 나라로 가셨다.

왕이 나와 서로 인사하고 문안한 뒤에 물었다.

“무엇을 구하시는지 스스로 의심하지 마시오.”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멀리서 왔는데, 보물을 얻어 집을 지으려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한 움큼 집어 가십시오.”

범지는 한 움큼을 집어 가지고 일곱 걸음쯤 가다가 되돌아와서 그 보물이 있던 곳에 도로 갖다 두었다.

왕이 물었다.

“왜 가져가지 않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이것으로는 겨우 집밖에 짓지 못할 것입니다. 장가갈 비용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가져가지 않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러면 세 움큼을 집어 가십시오.”

범지는 보물을 집어 가지고 일곱 걸음쯤 가다가 다시 돌아와 보물이 있던 곳에 갖다 두었다.

왕이 또 물었다.

“왜 또 그러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이것으로 장가가기엔 충분하지만 농지와 종 그리고 소와 말이 없는데 계산해 보니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단념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러면 일곱 움큼쯤 더 집어 가십시오.”

범지는 보물을 집어 가지고 일곱 걸음쯤 가다가 다시 돌아와 보물이 있던 곳에 갖다 두었다.

왕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만일 사내나 계집애를 낳으면 또 그것들을 장가도 보내야 하고 시집도 보내야 하는데 길흉사에 쓸 비용이 부족합니다. 그 때문에 가져가지 않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러면 이 쌓아둔 보물을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 다 가져가십시오.”

범지는 그것을 받았다가 되돌려 주었다. 왕은 매우 괴상히 여겨 다시 그 이유를 물었다. 범지가 대답하였다.

“원래 구걸하러 온 것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생각해 보면 세상에 얼마 살지 못하고 만물은 덧없어 아침저녁을 보전하기 어렵습니다. 인연이 중하면 중할수록 근심과 괴로움은 날로 깊어 가리니, 보물을 산처럼 쌓아둔들 내 몸에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탐욕으로 일을 꾀하면서 한낱 스스로 괴로워할 따름이니, 차라리 마음을 쉬고 무위의 도를 구하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져가지 않는 것입니다.”

왕은 마음이 열리고 풀려, 그 밝은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리자 범지는 부처님의 광명 모습을 나타내고 허공으로 솟아올라 게송을 말하였다.


                                               법구비유경 세속품 


【344법구경세속품】

마치 수레가 길을 가는데

평탄하고 큰 길은 버려두고

험한 길을 따라 가면

굴대가 부러져 근심이 생기는 것 같다.


【345법구경세속품】

법을 떠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법 아닌 것이 늘어감에 따라

어리석음 고집하다 죽음에 이르니

거기에도 부러지는 근심이 있다.


【346법구경세속품】

바른 도를 순리대로 행하고

삿된 업을 따르지 말라.

가거나 서거나 눕거나 항상 편안하고

어느 세상에서도 근심이 없다.


【347법구경세속품】

이 세상 만물은 물거품 같고

사람의 마음은 아지랑이 같으며

세상에 사는 것은 허깨비와 같은데

어떻게 이것을 즐거워할 것인가.


【348법구경세속품】

만일 능히 그런 것들 끊고

그 나무뿌리까지 잘라 버려라.

밤낮으로 그렇게 하면

반드시 선정에 이르게 된다.


【349법구경세속품】

진리를 믿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번의 보시를 행했더라도

혹 언짢은 마음으로

대중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면

그런 무리들은 밤낮으로

선정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350법구경세속품】

이 세상 사람들 밝은 눈 없어

도의 진실을 보지 못하니

만일 조금이라도 밝음을 보면

마땅히 선한 마음 자라게 된다. 


【351법구경세속품】

마치 기러기가 그 무리 거느리고

그물을 피해 높이 나는 것처럼

현명한 사람은 세상을 인도하여

삿된 무리들 해탈케 한다.


【352법구경세속품】

세상에는 어디나 죽음이 있고

삼계는 모두 편안함이 없다.

모든 하늘이 아무리 즐겁다 해도

복이 다하면 또한 잃어버리고 만다.


【353법구경세속품】

모든 세상을 관찰해 보면

한 번 나면 죽지 않는 것 없다.

그러나 나고 죽음을 떠나려거든

마땅히 진실한 도를 행해야 한다.


【354법구경세속품】

어리석음은 천하를 덮고

탐욕은 도를 보지 못하게 한다.

삿된 의심은 도를 물리치니

괴로움과 어리석음 여기에서 생긴다.


【355법구경세속품】

한 번 법을 벗어나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은

후세에 태어남을 면하지 못해

악이 잇따라 되풀이된다. 


【356법구경세속품】

비록 온갖 보물을 많이 쌓아

그 높이 하늘에 닿을 만하고

이렇게 온 세상을 가득 채우더라도

도의 길을 깨닫는 것만 못하다. 


【357법구경세속품】

착하지 않으면서 착한 체하고

애욕이 있으면서 없는 체하며

괴로우면서 즐거운 체하는 것은

미친 사람의 행동이니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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