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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법구경상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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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3,504회 작성일 22-06-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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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법구경상유품(象喩品) [18장]


옛날 라운이 아직 도를 얻기 전이었다. 심성이 거칠고 사나워 그의 말에 성실함과 믿음이 적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저 현제정사로 가서 머물면서 입조심 하고 뜻을 다잡아 경전과 계율을 부지런히 읽고 닦으라.”

라운이 분부를 받들어 예배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 절에 90일 동안 머물면서 밤낮을 쉬지 않고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뉘우쳤다.

부처님께서 그를 보러 들리시자 라운이 반가워하면서 앞으로 나가 예배한 뒤, 노끈으로 얽어 만든 평상을 펴고 옷을 받아 챙겼다. 부처님께서는 평상에 걸터앉아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내 발을 씻겨다오.”

라운은 분부를 받고 부처님 발을 씻어드렸다.

발을 씻고 나자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발을 씻은 대야물이 보이느냐?”

라운이 아뢰었다.

“네, 보입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그 물을 먹거나 양치질할 수 있겠느냐?”

라운이 대답하였다.

“다시 쓸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그 물이 본래는 참으로 깨끗했으나 지금은 발을 씻어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쓸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아서 비록 나의 제자요, 국왕의 자손으로서 세상의 영화를 버리고 사문이 되었지만, 정진하여 몸을 다잡고 입 지키기를 생각하지 않고, 세 가지 독의 더러움만 네 가슴에 가득 찼으니, 이 물과 같아 다시는 쓸 수 없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그 발 씻은 대야의 물을 버려라.”

라운은 즉시 버렸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그 대야가 비었지만 거기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담을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발을 씻은 대야라서 일찍이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이, 비록 사문이 되었으나 입에는 진실한 말이 없고, 마음은 거칠고 고집이 세며 정진하기를 생각하지 않아 일찍이 나쁜 이름을 받았기 때문에 저 발을 씻은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발로 대야를 차셨다. 그러자 대야는 굴러 달아나면서 여러 번 튀어 올랐다 떨어졌다 하다가 멈췄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혹 저 대야를 아껴 깨질까 두려워하느냐?”

라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발을 씻은 그릇이요, 또 값이 싼 물건이라 그리 애닯지는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다. 네가 비록 사문이기는 하나 몸을 다잡지 않고 입으로 거친 말과 나쁜 욕설로 남을 중상하는 일이 많으므로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이 아껴주지 않는다. 그리고 몸이 죽고 정신이 떠나 세 갈래 길[三塗]에 윤회할 때 스스로 나고 죽으면서 고뇌가 한량없이 많을 것이다. 또 여러 부처님과 성현들이 애석해 하지 않는 것은 네가 말했듯이 발 씻은 대야는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라운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럽기 그지없었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잘 들으라. 옛날 어떤 국왕이 큰 코끼리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코끼리는 용맹하고 영리하여 잘 싸웠으며, 그 힘은 작은 코끼리 5백 마리보다 더 세었다.

왕이 군사를 일으켜 적국을 치려고 할 때 코끼리에 쇠갑옷을 입혀 가지고 코끼리 조련사가 몰고 나갔다. 또 코끼리의 두 어금니에는 두 개의 창을 잡아매고 두 귀에는 두 개의 칼을 붙들어 매었으며, 또 네 발에는 구부러진 칼을 붙들어매고 또 코끼리 꼬리에는 쇠몽둥이를 붙들어 매었다. 이렇게 아홉 가지 날카로운 무기로 코끼리를 장엄하였다. 그러나 코끼리는 코만 감추어둔 채 싸움에 쓰려 하지 않았다.

코끼리 조련사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코끼리는 제 몸을 잘 보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 하면 코끼리의 코는 부드럽고 약해서 화살을 맞으면 곧 죽기 때문에 코를 꺼내 싸우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코끼리가 오랫동안 싸우다가 코를 꺼내 칼을 찾았다. 그러나 조련사는 칼을 주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용맹스런 코끼리는 제 목숨을 아끼지 않는구나.’

코끼리는 코를 꺼내 칼을 얻어 가지고 코끝에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왕과 신하들은 이 큰 코끼리를 매우 아꼈기 때문에 싸우게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아홉 가지 악을 범했더라도 오직 입만은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비유하면 마치 큰 코끼리가 코를 보호하기 위하여 싸우지 않는 것과 같나니, 왜냐 하면 화살에 맞아 죽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사람도 입을 단속하는 이유는 지옥 따위의 세 갈래 길에서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열 가지 악을 다 범하여 입을 단속하지 않은 사람은 큰 코끼리가 화살에 맞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코를 꺼내 싸우다가 제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사람도 그와 같이 열 가지 악을 모두 범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길에서 겪을 혹독한 고통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과 입과 뜻을 잘 단속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하고 어떤 악도 범하지 않으면 도를 얻어 세 갈래 길을 아주 여의나 나고 죽음의 근심도 없게 된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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