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보안보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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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작성일 23-12-06 15:49 조회 3,725 댓글 0본문
03 보안보살장
수행의 방편, 관행을 묻다
그때 보안보살(普眼菩薩)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원하옵니다. 이 법회의 모든 보살과 말세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이 수행하는 순서와 단계를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생각[思惟]하고 어떻게 머물러야[住持] 합니까? 중생들이 깨닫지 못하면 어떤 방편을 써야 깨닫게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중생들이 바른 방편과 바른 생각이 없으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삼매>를 듣고도 의심하는 마음이 있어 원만한 깨달음에 들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들과 말세 중생들을 위하여 방편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말을 하고 경건하게 예배드리면서 세 번을 거듭 청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보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보안이여, 그대가 이제 보살들과 말세 중생들을 위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행의 차례와 생각과 머무름과 가지가지 방편을 묻는구나. 그대를 위하여 설할 것이니 자세히 들어라.”
보안 보살은 분부를 받들고 기뻐하여 대중들과 함께 조용히 듣고 있었다.
“보안보살이여, 새로 공부하는 보살과 말세 중생이 여래의 청정한 원각심을 구하려면, 생각을 바르게 하여 모든 허망한 것을 멀리 여의어야 한다. 먼저 여래의 사마타(奢摩他) 수행을 의지하고 계율을 굳게 지니며, 대중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조용한 수행처에 단정하게 앉아서 항상 이렇게 생각하라.
‘지금 이 몸은 지수화풍의 사대(四大)로 화합된 것이다. 머리카락, 털, 손발톱, 치아, 가죽, 살, 힘줄, 뼈, 골수, 골, 더러운 몸뚱이는 모두 흙[地]으로 돌아가고, 침, 콧물, 고름, 피, 잔액, 점액, 가래, 눈물, 정기(精氣), 대소변은 다 물[水]로 돌아가고, 따뜻한 기운은 불[火]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작용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
사대가 제각기 흩어지면 이 허망한 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곧 이 몸이 끝내 실체가 없는데 화합하여 형상이 이루어진 것이 실은 허깨비와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인연[四緣]이 임시로 화합해서 허망하게 육근(六根)이 된 것이다.
육근과 사대가 합하여 안팎을 이루었는데, 허망하게도 인연으로 이루어진 기운[緣氣]이 그 가운데 쌓여서 인연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되었으니, 임의로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한 것이다.
보살이여, 이 허망한 마음은 육진(六塵)이 없으면 있을 수 없으며, 사대가 흩어지고 나면 육진도 얻을 수 없다.
그 가운데 인연과 육진이 각각 흩어져 없어지면 마침내 반연하는 마음도 없다.
보살이여, 중생이 환인 몸이 멸하기 때문에 환인 마음도 멸하며, 환인 마음이 멸하기 때문에 환인 경계[塵]도 멸하며, 환인 경계가 멸하기 때문에 환의 멸함도 멸하며, 환의 멸함이 멸하기 때문에 환 아닌 것은 멸하지 않는다.
비유하면 거울을 닦아서 더러운 먼지가 없어지면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보살이여, 마땅히 알라. 몸과 마음이 다 환의 때이니, 때의 모습이 영원히 사라지면 시방세계가 청정해진다.
보살이여, 마치 깨끗한 마니 보배구슬에 오색의 빛을 비추면 방향에 따라 빛깔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니 구슬에 실제로 오색이 있는 줄 아는 것과 같다.
보살이여, 원각의 청정한 성품이 몸과 마음을 나타내어 종류에 따라 제각기 응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청정한 원각에 실제로 그와 같은 몸과 마음의 제 모습[自相]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 까닭에 환화를 멀리 여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환의 때라고 말하는 것이며, 환의 때를 여읜 이에 대하여 보살이라 이름 하니, 번뇌가 다하고 상대할[對] 경계가 없어지면 곧 대(對)와 번뇌[垢]와 그리고 대와 번뇌의 이름도 없어진다.
보살이여, 이 보살과 말법세계 중생들이 온갖 환의 실체를 알아 영상을 멸하면 그때에 문득 시공을 벗어난 청정을 얻는다. 끝없는 허공도 월각에서 나타난 것이다.
깨달음이 뚜렷하고 밝은 까닭에 마음의 청정함이 드러나고,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보이는 경계가 청정하고, 보이는 경계가 청정한 까닭에 안근(眼根)이 청정하고, 안근이 청정한 까닭에 안식(眼識)이 청정하다. 식이 청정한 까닭에 들리는 경계가 청청하고, 들리는 경계가 청청한 까닭에 이근이 청정하고, 이근이 청정한 까닭에 이식이 청정하고, 이식이 청정한 까닭에 감각하는 경계가 청정하다. 이와 같이 비(鼻), 설(舌), 신(身), 의(意)도 또한 그러하다.
보살이여, 근(根)이 청정한 까닭에 형상[色塵]이 청정하고, 형상이 청정한 까닭에 소리[聲塵]가 청정하며, 냄새[香], 맛[味], 감촉[觸], 법(法)도 그러하다.
보살이여, 육진이 청정한 까닭에 지대(地大)가 청정하고, 지대가 청정한 까닭에 수대(水大)가 청정하며, 화대(火大), 풍대(風大)도 또한 그러하다.
보살이여, 사대(四大)가 청정한 까닭에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 이십오유(二十五有)도 청정하다.
이들이 청정하기 때문에 십력(十力), 사무소외(四無所畏), 사무애지(四無碍智), 불십팔불공법(佛十八佛工法), 삼십칠조도품(三十七助道品)이 청정하다. 이와 같이 팔만 사천 다라니도 모두 청정하다.
보살이여, 모든 실상의 성품이 청정하니 한 몸이 청정하고, 한 몸이 청정하니 여러 몸이 청정하고, 여러 몸이 청정하니 이와 같이 시방 중생들의 원각도 다 청정하다.
보살이여, 한 세계가 청정하니 여러 세계가 청정하고 여러 세계가 청정하니 마침내는 허공을 다하고, 삼세를 두루하여 일체가 평등하여 청정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보살이여, 허공이 이와 같이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으므로 깨달음의 성품도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사대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깨달음의 성품도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팔만 사천 다라니 문까지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으므로 깨달음의 성품도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는 줄 알아야 한다.
보살이여, 깨달음의 성품이 두루 원만하고 청정하며 움직이지 않아 원만함이 끝이 없으므로 육근이 법계에 가득한 줄 알며, 근(根)이 가득하므로 육진도 법계에 가득한 줄 알며, 육진이 법계에 가득하므로 사대가 법계에 가득한 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다라니문까지 법계에 두루 가득한 것을 알아야 한다.
보살이여, 저 묘한 깨달음의 성품이 가득한 까닭에 근의 성품과 진의 성품이 무너짐도 없고 섞임도 없으며, 근과 진이 무너짐이 없으므로 다라니문까지 무너짐도 없고 섞임도 없는 것이다. 마치 백천 개의 등불의 빛이 한 곳에 비치면 그 빛이 가득하여 무너짐도 없고 섞임도 없는 것과 같다.
보살이여, 깨달음을 성취한 보살은 법에 매이지 않고, 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도 않으며, 생사를 싫어하지 않으며, 열반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계행 지키는 이를 공경하지 않으며, 계를 범한 이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오래 수행한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처음 배우는 이를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온갖 것이 모두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눈빛이 앞의 경계를 보면 그 빛이 원만하여 미워할 것도 좋아할 것도 없어서 앞에 있는 것들을 훤히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빛의 체는 둘이 아니어서 미워하고 좋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보살이여,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이 마음을 닦아 익혀 성취하면 거기에는 닦을 것도 없고 성취할 것도 없다. 원각이 두루 비추어 적멸해서 둘이 없는 것이다.
그 가운데 백천만억 항하사 아승기의 모든 부처님 세계가 마치 허공 꽃이 어지러이 피었다가 어지러이 멸하는 것과 같아서 가까이 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얽매일 것도 없고 해탈도 없다.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생사와 열반이 지난밤 꿈과 같은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보살이여, 지난 밤의 꿈과 같으므로 생사와 열반이 일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다.
깨달음을 얻음도 없고 잃음도 없으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다. 깨달은 이도 지음[作]도 없고 그침[止]도 없고 맡김[任]도 없고 멸함[滅]도 없다.
이러한 깨달음에는 주체도 없고 대상도 없어서 깨달을 것도 없고 깨달을 사람도 없어서 일체 법의 성품이 평등하여 무너지지 않는다.
보살들은 이와 같이 수행하며, 차례로 하며, 사유하며, 머무르며, 방편을 쓰고, 깨달아야 한다. 이와 같은 법을 구하면 미혹하거나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안보살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라.
일체 중생들의
몸과 마음은 모두 환과 같아서
몸은 사대에 속하고
마음은 육진으로 돌아가니
사대의 본체가 제각기 흩어지면
어느 것을 화합했다 하겠는가.
이와 같이 차례로 수행하면
일체가 모두 청정해져서
움직이지 않고 온 법계에 두루하니
지음도 그침도 맡김도 멸함도 없고
깨달은 이도 없다.
모든 부처님 세계가
마치 허공꽃과 같아서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평등하여
마침내 오고 감이 없다.
처음 발심한 보살과
말법세계의 중생들이
부처의 길에 들어가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닦아 익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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