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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원각보살장

세 가지 기간과 참회하는 법

그때 원각보살(圓覺菩薩)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두 무릎을 꿇어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청정한 원각의 갖가지 방편을 널리 말씀하시어 말법세계 중생에게 큰 이익이 되게 하셨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말법세계 중생으로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는 어떻게 안거(安居)하여 이 원각의 청정한 경계를 닦아야 합니까? 이 원각의 세 가지 청정한 관법은 어떤 것으로 첫 머리를 삼아야 합니까? 

오직 원하오니 대비로 모든 대중과 말법세계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와 같이 말하고 오체투지하며 세 번 거듭 청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원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보살이여. 그대들이 능히 여래에게 이와 같은 방편을 물어서 큰 이로움을 중생들에게 베푸는구나.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이에 원각보살이 가르침을 받들어 기뻐하며 대중들과 조용히 들었다.

“보살이여,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나 말법 시대에 중생들로서 대승의 성품을 갖춘 이가 부처님의 비밀한 원각의 마음을 믿고 수행하고자 하여 가람(伽藍)에서 대중들과 함께 공부한다면, 

인연 있는 방편이 있기에 그것을 따라 살펴 공부하는 것은 내가 이미 설한 것과 같다. 

만일 별다른 인연이 없으면 곧 도량을 건립하되 기한을 정해야 한다. 만일 기간이 길면 120일, 중간 기간이면 100일, 기간이 짧으면 80일로 정하고, 청정한 거처를 꾸미도록 하라. 

만일 부처님께서 계시면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바르게 사유하며,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후이면 형상을 모셔 놓고 부처님이 살아 계신 모습을 보는 듯 바른 기억을 되살리되, 부처님이 계실 때와 같이 수행해야 한다. 

온갖 번기와 꽃을 달고 삼칠일 동안 시방 부처님의 명호 앞에 머리를 조아려 진정으로 참회하면 좋은 경계를 만나 마음이 가볍고 편안함[輕安]을 얻으리라. 삼칠일을 지나도록 한결같이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만일 초여름이 되어 석 달 동안 안거에는 마땅히 청정한 보살의 경계인 그치고 머무름이 되며, 성문의 경계를 떠나서 부질없이 대중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하라. 

안거하는 날에 이르러 부처님 앞에 서원하기를 ‘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인 아무[某甲]는 보살승(菩薩乘)에 의지하여 적멸의 행을 닦아서 청정한 실상에 함께 들어가 머무르며, 대원각으로 저의 가람을 삼고 몸과 마음이 평등성지(平等性智)에 편안히 머무는 것은 열반의 자성이 번뇌에 얽매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성문에 의지하지 않고 시방의 여래와 보살들과 함께 석 달 동안 안거하기를 경건히 청합니다. 

보살의 위없는 묘각을 닦는 큰 인연이 된 까닭에 부질없는 대중에게 휩쓸리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라. 

보살이여, 이것이 보살이 보이는 안거라 한다. 세 가지 기한의 날을 지내면 어디로 가든지 장애가 없다.

보살이여, 만일 말법세계에 수행하는 중생이 보살도를 구하여 세 가지 기한에 들어간 자는 본인이 들은 바가 아니면 일체 경계를 반드시 취하지 말라.

보살이여, 만일 중생들이 사마타를 닦으려거든 먼저 지극히 고요함을 취하여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고요함이 지극하여 문득 깨달을 것이다. 

이와 같이 처음의 고요함이 한 몸으로부터 한 세계에 이르니, 깨달음도 그와 같다. 

보살이여, 만일 깨달음이 한 세계에 두루 원만한 것이라면 한 세계에 있는 한 중생이 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까지 다 알며, 백천 세계도 그와 같다. 들은 바가 일체의 경계가 아니거든 취하지 말라.

보살이여, 만일 중생들이 삼매를 닦으려면 먼저 시방 여래와 시방 세계의 일체 보살이 갖가지 문에 의지함을 기억하여, 점차 수행하고 삼매를 부지런히 애써서 큰 서원을 널리 일으켜 스스로 훈습해서 종자를 이룰 것이다. 들은 바가 아니면 일체의 경계를 취하지 말라.

보살이여, 만일 중생들이 선나를 닦으려면 먼저 수문(數門)을 취하여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생각의 분제와 수효를 분명히 알아서 두루하면, 네 가지 위의 가운데 분별하는 생각의 수효를 잘 알지 못함이 없어서 점차로 더 나아가게 된다. 결국 백천 세계의 한 방울 물까지 알되 마치 수용하는 물건을 눈으로 보는 것 같이 된다. 들은 바가 아니면 일체 경계를 취하지 말라.

이것이 삼관(三觀)의 첫 방편이니, 만일 중생들이 세 가지를 두루 닦아서 부지런히 정진하면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하느니라.

만약 말법세계에 근기가 둔한 중생이 도를 구하려 하나 성취하지 못한다면 옛적의 업장 때문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참회하여 항상 희망을 일으켜서 먼저 미워하고 사랑함과 질투하고 아첨함을 끊고 수승한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세 가지 청정한 관에서 하나의 일을 따라 배우되 이 관으로 얻지 못하면 다시 다른 관을 익혀 마음에 놓아 버리지 말고 점차로 증득을 구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원각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일체 중생들이

위없는 도를 구하려 하면

먼저 마땅히 세 가지 기한을 정하여 

비롯함이 없는 지난 업을 참회하라.

삼칠 일을 지나고 나서 

그런 후에 바르게 사유하되

부처님께 들은 경계가 아니면

결코 취하지 말라.

사마타는 지극히 고요하고

삼매는 바르게 기억해 지니고

선정은 수문(數門)을 밝히니

이것이 세 가지 청정한 관이다.

만일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이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하느니라.

근기가 둔하여 성취하지 못하는 이는

항상 부지런한 마음으로

비롯함이 없는 일체의 죄를 참회하라.

모든 업장이 녹아 없어지면

부처의 경계가 문득 나타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