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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34,369회 작성일 21-07-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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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잡아함혈경(무상)

937. 혈경(血經)

  

이와 같이 내가 보고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이샬리국 잔나비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셨다. 그때 사십 명의 비구들은 파베야카[波梨那]촌에 있었는데, 모두 아란탸카아[阿蘭若] 행을 닦으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을 배우고 있었으며 아직 탐욕을 떠나지 못하였다.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사십 명 비구들은 파베야카촌에 사는데, 모두 아란냐카아행을 닦으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을 배우고 있는데 아직 탐욕을 떠나지 못하였다. 나는 이제 이들을 위해 설법하여 이 생(生)에서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게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십 명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이 나고 죽음으로부터 무명에 덮여 애욕에 목이 매여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상은 어떠하냐. 겐지즈강[恒河]의 많은 물은 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데, 그 동안의 흐른 물과, 너희들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몸이 소멸되면서 흘린 피와 어느 쪽이 많겠는가."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저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면, 저희들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몸을 소멸하여 흘린 피가 훨씬 많습니다. 그것은 겐지즈강의 물보다 백천 만 배나 많습니다."

"겐지즈강의 물은 그만 두고,  네 곳의 큰 바다의 물과 너희들이 과거 오랫 세월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몸을 소멸하여 흘린 피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많겠는가."

"저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면, 저희들이 과거 오랜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몸을 소멸하여 흘린 피가 훨씬 많아 네 곳의 큰 바닷물보다 많을 것입니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음의 바퀴를 돌면서 몸에서 흘린 피는 수없이 많아, 겐지즈강이나 네 곳의 큰 바다 물보다 많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너희들은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일찍 코끼리로 태어나, 귀, 코, 머리, 꼬리와 네 발이 끊겨 그 피는 한량이 없다. 혹은 말이나 낙타, 나귀, 소, 개와 여러 짐승의 몸을 받아 귀, 코, 머리, 꼬리와 네 발이 베여 그 피는 한량이 없다. 또 너희들은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도적에게 혹은 남에게 해침을 당해 머리, 발, 귀, 코를 베이고 온 몸이 잘려 그 피는 한량이 없다. 너희들은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나 묘지에 버려졌으니 흘린 고름과 피는 한량이 없다. 혹은 지옥, 축생, 아귀에 떨어져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나, 그 흘린 피도 또한 한량이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색(물질작용, 色)은 항상하는 것인가, 항상하지 않은 것인가."

비구들은 말씀드렸다.

"항상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시여."

"항상 하지 않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항상 함이 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부처님의 제자로서 과연 거기서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함께 있다'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부처님이시여. 수, 상, 행, 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색으로써, 과거, 미래, 현재나 혹은 안이나 밖이나, 굵거나 가늘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 일체는 다 <나>도 아니며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알면 진실로 아는 것이다. 

수, 상, 행, 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는 사람은 색을 싫어하고, 수, 상, 행, 식도 싫어한다. 싫어하면 바라지 않고, 바라지 않으면 해탈하고 또 해탈한 줄을 안다. 그래서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서고, 할 일은 마쳐, 후생의 몸을 받지 않을 줄 스스로 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십 명의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 후 여러 비구도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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