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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2,678회 작성일 23-02-1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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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삼매를 말하여 한 문으로 들어가게 하다

(4-1) 두가지 결정한 뜻

(4-1-1) 인행 때의 마음

 아난다와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의심이 없어지고 실상법을 깨달아 몸과 마음이 가뿐하여 처음으로 유쾌한 상태를 얻었다. 감격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꿇어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난다 "자비하시고 깨끗하신 부처님께서 나의 마음을 잘 깨우쳐 주셨습니다. 여러 가지 인연과 방편으로 이끌어 주시며 캄캄한데 빠진 이들은 인도하여 고통바다에서 나오게 하십니다. 

 부처님이시여, 내가 지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여래장인 묘한 각의 밝은 마음이 십방세계에 두루하여서 깨끗하게 장엄한 부처님의 여러 국토를 키워내는 줄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책망하시기를 많이 알기만하는 것이 효력이 없어서 실제로 행을 닦는 것만 못하다 하시니 과객으로 다니던 사람이 임금이 주는 좋은 집을 받기는 하였으나 문을 찾아 들어갈 줄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대자대비를 베푸시어 어리석은 중생으로 하여금 소승을 버리고 여래께서 대열반에 나아가시려고 발심하던 길을 얻게 하여주소서. 처음 배우는 이들이 어떻게 하여야 옛날에 분별하던 고집을 굴복시키고 다라니를 얻어 부처님 지견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여쭙고 오체를 땅에 엎드려 대중이 일심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회상에 있는 연각과 성문으로서 보리에 자재하지 못하는 이들을 가엾이 여겨 부처님 열반하신 후 말법중생으로서 보리마음을 낼 이를 위하여 위없는 바른 법에 나아갈 수행하는 길을 열어주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 너희들이 결정코 보리마음을 내어 여래의 묘한 삼매에 나아가는데 고달프고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으려면 깨달을 생각을 내는 첫 마음에 두 가지 결정한 뜻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아난다야, 첫째는 너희들이 소승을 버리고 보살법을 닦아 부처님 지견에 들어가려면 인행때에 내는 마음이 과보를 받을 적에 얻을 각과 같은가 다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아난다야, 만일 인행 때 났다 없어졌다 하는 마음으로 근본을 삼고 수행하여 나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불법을 구하려하는 것은 옳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너는 이 무정 세간의 하염 있는 법을 보라, 모두 변천하여 없어지게 된다. 아난다야, 이 세상의 하염 있는 법이 어느 것이 없어지지 않겠느냐. 허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허공은 하염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나중까지 그대로인 것이다. 

 아난다야, 네 몸 가운데서 굳은 것은 지대이며, 젖은 것은 수대이며, 따뜻한 것은 화대이며, 흔들리는 것은 풍대이다. 이 네 가지가 얽히는 탓으로 고요하고 두렷한 묘한 각의 밝은 마음을 가로막아서는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나중까지 다섯 갈래로 흐리터분하게 되었느니라.

 어떤 것이 흐린 것이냐 하면 맑은 물은 본래 깨끗하고 티끌과 흙은 본성질이 막는 것이어서, 두 가지 성품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세상사람이 흙을 가져다가 맑은 물에 타면 흙은 막히는 성질을 잃어버리고 물은 맑은 성품이 없어져서 모양이 흐리터분하게 된 것을 흐리다 하며 너의 다섯 갈래 흐린 것도 역시 그러하니라. 

 아난다야, 네가 허공이 시방에 두루함을 보지만 허공과 견을 나누지 못한다. 허공은 자체가 없고 견은 깨달음이 없어서 서로 얽히어 허망한 것이 되었으니 이것이 첫째 갈래 겹의 흐림이다.

 또 네 몸이 사대가 뭉쳐 몸덩이가 되었는데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은 사대의 막은 바로 걸리게 되고 물과 불과 바람과 흙은 보고 듣는데 잡혀서 깨닫게 되어 서로 얽히어 허망한 것이 되었으니 이것이 둘째 갈래 견의 흐림이다.

 또 네 마음 속에 기억하고 인식하고 헤아리는 것이 성품은 깨닫는 작용을 내고 모양은 여섯 경계를 나타내니 경계를 여의고는 모양이 없고, 깨닫는 것을 여의고는 성품이 없어, 서로 얽혀 허망한 것이 되었으니 이것이 셋째 갈래 번뇌의 흐림이다.

 또 네가 아침저녁으로 났다 없어졌다 함이 쉬지 아니하여 알고 보는 것을 항상 세상에 머물러 있고자하고, 업으로 움직임은 항상 다른 곳으로 옮아가려하여, 서로 얽혀 허망한 것이 되었으니, 이것이 넷째 갈래 중생의 흐림이다.

 또 너의 보고 듣는 것은 원래 다른 성품이 없지만 여러 티끌이 사이를 막아 까닭없이 다른 성품이 생겼으며 성품으로는 서로 알지만 작용으로는 서로 어긋나게 되었다. 같고 다름이 일정한 표준이 없어 서로 얽혀 허망한 것이 되었으니 이것이 다섯째 갈래 목숨의 흐림이다.

 아난다야, 네가 지금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하는 것으로써 여래의 상덕, 낙덕, 아덕, 정덕에 계합하려면 먼저 생사의 근본을 가리어 버리고 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 두렷하고 고요한 성품을 의지하여야 할 것이다. 고요한 것으로써 허망하게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을 굴복시켜 원래의 각으로 돌려보내고 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 본래의 각으로 인행 때의 마음을 삼은 연후에야 닦아서 증득하는 과를 원만하게 이루게 된다.

 마치 흐린 물을 맑히려 할 때 고요한 그릇에 담아서 오래 되어 흔들지 않으면 흙은 가라앉고 맑은물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은 손번뇌 티끌번뇌를 처음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며, 흙앙금을 버리고 맑은 물만 남는 것은 근본무명을 아주 끊어버리는 것이니 밝은 모양이 정미롭고 순일하여지면 온갖 것을 나타내어도 번뇌가 되지 않고, 맑고 깨끗한 열반의 묘한 공덕과 합해진다.


(4-1-2) 업을 짓는 근본

  둘째는 너희들이 보리마음을 내고, 보살법에 큰 용맹을 내어, 모든 하염 있는 법을 버리려면, 번뇌의 근본을 자세하게 살펴보아야한다. 이것이 끝없는 옛적부터 업을 짓고, 나는 움을 싹트게 하되, 무엇이 짓고 무엇이 받는가하는 것이다. 

 아난아, 네가 보리를 닦으려하면서 번뇌의 근본을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하며, 허망한 근과 진이 어디가 뒤바뀌었는지 알아야 한다. 뒤바뀐 곳을 알지 못하고는 어떻게 항복받고 여래의 자리에 나아가겠느냐.

 아난다야, 세상에서 맺힌 것 푸는 사람이 맺힌 곳를 보지 못하고는 매듭을 풀지 못할 것이며, 허공을 망가쳤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허공은 형체가 없어서 맺히고 풀림이 없는 탓이다. 너가 지금 쓰고 있는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과 이 여섯이 도적의 앞잽이가 되어 집안에 보배를 훔쳐내니, 그러므로 끝없는 옛적부터 중생 세계에 얽히어 있는 탓으로 기세간에서 뛰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난다야, 어떤 것을 중생세계라 하느냐? 세라는 것은 흘러 옮아가는 것이며, 계라는 것은 방위를 말하는 것이니, 동과 서와 남과 북과 동남과 서남과 동북과 서북과 위와 아래는 계가 되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는 세가 되니, 방위는 열이며, 흐르는 것은 셋이다.

 온갖 중생들이 허망함에 얽혀 서로 이루는 것이므로 몸 안에서 바뀌어 옮아가는 것이 세와 계가 서로 얽히는 것이다. 계가 비록 열 방위이지만 일정한 방위로 분명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동․서․남․북만 말하니, 위와 아래는 자리가 분명하지 못하고, 간방은 일정한 곳이 없는 것이다. 사방이 삼세로 더불어 서로 얽히므로 넷과 셋이 서로 곱하여 완연하게 열둘이 되고 흘러 변하기를 세 번 포개어 하나가 열이 되고, 백이 천이 되니, 처음과 나중을 통틀어 말하면 육근의 공덕이 각각 일천 이백이 되는 것이다.

 아난다야, 네가 이 가운데서 낫고 못한 것을 가리어 보라. 눈으로 보는 것은 뒤는 어둡고 앞은 밝으나, 앞은 온통 밝고, 뒤는 온통 어둡고, 좌와 우로는 곁으로 보아서 삼분의 이가 되니 통틀어 말하면 공덕이 온전하지 못하여 삼분에 일분은 공덕이 없어서 눈은 다만 팔백공덕인 것이다.

 귀로 듣는 것은 시방에 빠지는 것이 없어서 떠드는 것은 가깝고 먼 것이 있는듯하나 조용한 것은 가이 없으니 귀는 일천 이백공덕이 원만한 것이다.

 코로 맡은 것은 내쉬고 드리쉬는 숨을 통하였으니 내쉬는 것이 있고 드리쉬는 것이 있으나 중간의 어울림에는 공덕이 없어서 삼분의 일은 공이 없으니 코는 다만 팔백공덕인 것이다.

 혀로 말하는 것은 세간지혜와 출세간지혜를 다하는 것이니 말하는 것은 분한이 있으며, 이치는 다함이 없으므로, 혀는 일천이백공덕이 원만한 것이다.

 몸으로 대보아 아는 것은 거슬리고 순함을 알거니와 낼적에는 깨닫고 뗄적에는 알지 못하니 뗄적에는 하나이며, 낼적에는 둘이므로, 몸으로 말하면 삼분에 일분은 공이 없으니 몸은 다만 팔백공덕인 것이다. 

 뜻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방과 삼세의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고요히 요량하며, 성현과 범부를 모두 생각하여 남김이 없으니, 뜻은 일천이백공덕이 원만한 것이다. 

 아난다야, 네가 지금 나고 죽는 흐름을 거슬려서 흐르는 근원까지 이으러 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데까지 나아가려 하려면 이 여섯가지 근이 어느 것은 합하고, 어느 것은 여의고, 어느 것은 깊고, 어느 것은 옅고, 어느 것은 원통하고, 어느 것은 원통하지 못한지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서 원통한 근을 알아서 옛적부터 허망하게 얽힌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되 원통한 근을 따라서 닦으면 원통치 못한 근을 의지하여 닦는 것과는 하루와 한겁의 비례로 틀리게 된다.

 내가 지금 육근에 본래부터 갖추어있는 고요하고 밝은 공덕의 수량을 말하였으니, 너의 마음대로 닦아 들어갈만한 것을 선택하여 보아라. 내가 너를 위하여 닦아 나아갈 차례를 말할 것이다. 시방에 계신 부처님들은 십팔계에서 하나하나씩을 수행하였으되, 모두 위없는 보리를 원만하게 얻으셨다. 그 가운데 낫고 못함이 없지마는 너는 하열한 근기라서 이 가운데서 원만하고 자재한 지혜를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내가 지금 너로 하여금 한문으로 깊이 들어가도록 말하니, 한문으로 들어가서 허망한 것이 없어지면 저 여섯 근이 한꺼번에 깨끗하여 지게 된다. 

아난다 " 부처님이시여, 어떻게 하여야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문으로 깊이 들어가서 여섯 근이 한꺼번에 깨끗하게 되겠습니까?" 

부처님 " 아난다야, 네가 이미 수다원과를 얻어서 삼계중생들의 도를 볼 적에 끊어야 할 번뇌는 없어졌지마는, 오히려 오랫동안 육근 가운데 쌓이어 있는 여러 가지 습기는 알지 못하니, 이 습기는 도를 닦는 자리에서야 끊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이 가운데 있는 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없어지는 여러 가지 종류와 수량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느냐. 

 너는 이제 다시 보라. 이 여섯 근이 하나이냐? 여섯이냐? 만일 하나이라면 귀는 어찌하여 보지 못하며, 눈은 어찌하여 듣지 못하며, 머리는 어찌하여 다니지 못하며, 말은 어찌하여 말이 없느냐.

 만일 육근이 여섯이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법을 말하는데 너의 육근에서 어느 것이 받느냐?" 

아난다 " 귀로 법문을 듣습니다." 

부처님 " 너의 귀가 듣는다면, 몸과 입은 관계가 없을 터인데, 어찌하여 입으로는 이치를 묻고, 몸으로는 일어나서 공경하여 받느냐. 그러므로 하나가 아니라 여섯이며, 여섯이 아니라 하나인 듯 하거니와, 너의 근은 원래 하나도 아니며, 여섯도 아닌 것이다. 

 아난다야, 이 근은 원래 하나도 아니며, 여섯도 아니건마는 끝없는 옛적부터 뒤바뀌어 헤매는 탓으로 두렷하고 교요한 가운데서 하나라 여섯이라 하는 것이 생겼으며, 수다원이 여섯은 비록 없어졌으나 아직도 하나는 없어지지 못하였느니라.

 마치 큰 허공에 여러 그릇을 버려놓으면 그릇 모양이 각각 다름으로 말미암아 허공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릇을 치우고 허공을 보면 허공이 하나라고 하거니와 허공이야 어찌하여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하겠느냐. 하물며 어찌 다시 하나라 하나아니라 하겠느냐. 너의 깨닫고 알고하는 여섯 가지 근도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다. 


 아난다야, 여기 있는 아나루타는 눈이 없으나 보며, 발난타용은 귀가 없으나 들으며, 항하녀신은 코가 없으나 냄새를 맡으며, 교범바제는 다른 혀로도 맛을 알며, 순야다신은 몸이 없으나 접촉하여 보아 알기도하고, 여래의 광명에 비치어 잠깐 나타났지만 체질이 바람이어서 몸이 원래 없으며 멸진정에 들어 고요해진 마하가섭은  뜻이 없어졌지만 마음에 의지하지 않고도 분명하게 안다.

 아난다야, 모든 근에서 벗어나서 속으로 빛을 내게 되면 허망한 티끌과 기세간의 여러 가지 변천하는 것들이 끊는 물에 어름 녹듯하고 한 생각을 따라서 위없는 각을 이루게 된다.

 아난다야, 세상 사람이 보는 정기를 눈에만 모았다가 갑자기 눈을 감아서 캄캄한 모양이 앞에 나타나면 여섯 근이 아득하여 머리와 발을 분별하지 못하며 그 사람이 손으로 몸을 만지면 비록 보지는 못하나 머리와 발을 낱낱이 분별하게 되어 알고 깨닫는 것이 밝을 때와 같다. 

 반연할 것을 보는 것은 밝음에 말미암는 것이므로 어두워지면 보지 못하거니와 밝지 않아도 보는 작용이 생기면 어두운 것이 계속하여 어둡지 못할 것이니 근과 진이 없어지기만 하면 각의 밝음이 원만하고 묘하여지지 않겠느냐.” 

아난다 "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인행 때 깨닫는 마음으로 항상한 과를 얻으려면 과위의 이름과 같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과위에서 얻는 보리와 열반과 진여와 불성과 암마라식과 공여래장과 대원경지의 일곱가지 이름이 말은 비록 다르나 그 본체는 맑고 깨끗하고 원만하고 굳고 흔들리지 아니하여 마치 금강이 항상하여 망가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만일 이 보고 듣는 것이 밝은 것, 어두운 것, 떠드는 것, 조용한 것, 통한 것, 막힌 것을 여의고는 필경에 자체가 없다하면 마치 허망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앞엣것을 여의고 제 성품이 없다 하는 것과 같을 것인데 어떻게 이 필경에 자체가 없는 것으로써 수행할 인을 삼아 여래의 항상 있는 일곱 가지 과를 얻겠습니까.

 부처님이시여, 만일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을 여의면 보는 것이 필경에 없을 것인데 마치 앞에 것이 없으면 생각하는 자성이 없다던 것과 같을 것이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 마음과 마음할 바가 없겠습니다. 무엇으로 인을 삼아서 위없는 각을 구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고요한 정기가 두렷하고 항상하다’ 하였으나 진실한 말씀이 아니며 희롱거리가 되었으니 부처님을 어떻게 진실한 말씀을 하는 이라 하오리까. 큰 자비를 베풀어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소서." 

 부처님 " 아난다야, 너는 많이 기억만하고 번뇌를 끊지 못하였으므로 뒤바뀐 인연을 알기는 하면서도 참말 뒤바뀐 것이 앞에 나타난 것은 알지 못하는구나. 네가 아직도 진심으로는 믿지 않는듯하니 내가 이제 속세에 있는 일로써 너의 의심을 풀어줄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라후라로 하여금 종을 치게하고 아난다에게 물었다.

부처님 " 네가 지금 듣느냐?" 

아난다과 대중 " 예 듣습니다." 

 종소리가 없어진 뒤에

부처님 " 네가 지금 듣느냐?" 

아난다과 대중 "듣지 못합니다." 

 그 때 라후라는 또 종을 쳤다.

부처님 " 네가 지금 듣느냐." 

아난다과 대중 " 듣나이다." 

부처님 " 아난다야, 너는 어떤 것을 듣는다하고, 어떤 것을 듣지 못한다하느냐." 

아난다와 대중 " 종을 쳐서 소리가 나면, 우리가 듣는다하고, 친지가 오래 되어 소리가 없어지고, 메아리까지 사라지면, 들음이 없다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또 라후라를 시켜 종을 치게하시고, 아난다에게 물으셨다.

부처님 " 네가 지금 소리나느냐." 

아난다과대중 " 소리나난이다." 

 종소리가 없어진 뒤에

부처님 " 지금 소리나느냐." 

아난다와 대중 " 소리 없나이다." 

 조금있다가, 라후라는 또 종을 쳤다.

부처님 " 네가 지금 소리나느냐." 

아난다과 대중 " 소리가 납니다." 

부처님 " 아난다야, 너는 어떤 것을 소리 난다하고 어떤 것을 소리가 없다고 하느냐?" 

아난다와 대중 " 종을 쳐서 소리가 있으면 소리 난다하고, 친지가 오래 되어 소리가 없어지고 메아리까지 사라지면 소리가 없다합니다." 

부처님 " 너는 어찌하여 말이 이랬다저랬다 하느냐." 

아난다와 대중 " 저희들이 어찌하여 이랬다저랬다 한다 하십니까." 

부처님 " 듣느냐 물으면 듣노라하고, 소리가 나느냐 물으면 소리난다하여 듣는 것과 소리나는 것과에 대답이 일정하지 않으니 이것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냐.

 아난다야, 소리가 없어지고 메아리까지 사라지면 들음이 없다하니 참말 들음이 없다면 듣는 성품이 없어져서 나무등걸과 같을 것이니 종을 다시 치는 것을 네가 어떻게 아느냐. 있는줄 알고 없는줄 아는 것은 소리가 있었다없었다 하는 것이지 어찌 너의 듣는 성품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이겠느냐. 들음이 참으로 없으면 무엇이 소리 없는 줄을 알겠느냐. 그러므로 아난다야, 듣는 가운데서 소리가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지 네가 소리나고 소리없어지는 것을 듣는다고 하여 너의 듣는 성품이 있었다없었다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네가 오히려 생각이 잘못되어 소리가 없는 것을 들음이 없는 줄로 아는 것이니 육근의 성품이 항상한 것을 없어지는 것으로 여긴 것인데 무엇이 그리 이상하다 하겠느냐. 그러나 떠들고 조용하고 막히고 열림을 여의고는 듣는 성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깊이 잠든 사람이 잘때 옆에서 다듬이질을 하거나 방아를 찧으면 그 사람이 꿈결에 방망이 소리나 절구 소리를 듣고 북 소리나 종소리로 여기면서 종소리가 어찌하여 나무 두들기는 소리 같으냐 하다가 문득 깨면 절구 소리인줄을 알고는 집안 식구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 꿈을 꾸었는데 이 절구 소리를 북소리로 들었다고 할 것이다. 

 아난다야, 이 사람이 꿈속에서 어떻게 조용하고 떠들고 열리고 막힘을 생각하겠느냐마는 몸은 비록 잠을 자지만 듣는 성품은 혼미하지 아니하여서 너의 몸이 죽어 목숨이 없어진들 이 성품이야 어찌 없어지겠느냐.

 중생들이 끝없는 옛날부터 빛과 소리를 따라 허망하게 헤매면서 깨끗하고 항상한 성품을 깨닫지 못하므로 항상한 성품을 따르지 못하고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만 좇아다니면서 세세 생생에 허망하게 흘러다니며 만일 났다 없어졌다 함을 버리고 참되고 항상한 성품을 찾으면 항상한 광명이 앞에 나타나서 근과 진과 식이 한꺼번에 없어질 것이다.

 생각하는 모양이 티끌이며 인식하는 것이 때묻는 것이다. 이 두 가지까지 멀리 여의면 법의 눈이 밝아질 것이니 어찌 위없는 각을 이루지 못하겠느냐." 


(4-2) 맺힌 것을 풀고 원통한 근을 택함

(4-2-1) 맺힌 것을 푸는 것

 아난다 "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둘째 뜻을 말씀하시는데 세상에서 맺힌 것을 푸는 사람들을 보면 맺힌 근원을 알지 못하면 풀지 못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저와 이 회중에 있는 처음 배우는 성문들도 역시 그러하여 끝없는 옛적부터 무명으로 더불어, 함께 나고 함께 없어지고 하였습니다. 비록 많이 들은 선근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출가는 하였사오나 마치 하루꺼리 학질 같습니다. 바라건댄 크신 자비로 생사에 헤매는 것을 어여삐 여기소서.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맺혔으며 어떻게 하면 풀리겠습니까. 오는 세상에 고생 받을 중생들로도 바퀴 돌 듯 하는 데서 벗어나 삼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말을 마치고 대중들과 함께 오체투지하여 땅에 엎드리고 눈물을 흘리며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께서 깨우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다와 여러 제자들을 가엽게 생각하시며 오는 세상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출세할 인연을 만들며 장래의 눈을 삼고자 염부단금빛 같으신 손으로 아난다의 정수리를 만지셨습니다. 즉시에 시방의 여러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그 세계에 계시는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께서 각각 정수리로 보배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한꺼번에 여러 세계로부터 기타숲으로 모였습니다.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뻗어나오는 광명을 여러 대중들이 처음 보았습니다. 

 이때 아난다와 대중들은 시방에 계신 여러 부처님께서 같은 말씀으로 법문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여러 부처님 "좋다, 아난다야. 수 억겁을 네 몸과 함께 한 무명이 너로 하여금 생사에서 헤매게 하는 맺힌 뿌리를 알고자하면 다른 것이 아니 오직 너의 육근인 것이다. 또 위없는 보리가 너로 하여금 즐겁고 자유롭고 고요하고 항상한 이치를 증득하게 하는 것을 알고자 하여도 다른 것이 아니라 역시 너의 육근인 것이다.”

 아난다가 비록 이러한 법문을 들었으나 분명하게 알지 못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난다 "어찌하여 저로 하여금 생사에서 헤매게 하는 것과 즐겁고 항상함을 얻게 하는 것이 다 같은 육근이라 하십니끼?”

부처님 "근과 진이 근본이 같고 얽매이고 벗어나는 것이 둘이 아니며 인식하는 성품이 허망하여 허공의 꽃과 같다. 아난다야, 진으로 말미암아 알음알이를 내고 근으로 인하여 모양이 있는 것이니 모양과 보는 것이 제 성품이 없어서 기대어 서있는 갈대와 같다.

 그러므로 네가 지금 알고 보고하는데 안다는 생각을 내면 무명의 근본이며, 알고 보고하는데 본다는 소견이 없으면 곧 열반으로 번뇌가 없고 참된 것이니 이 가운데 어찌 다른 물건을 용납하겠느냐." 


이 때에 부처님이 이 뜻을 다시 펴시려고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참된성품 가운데는 유위법이 없건만  인연으로 생겨서 요술같이 허망하네.

  하염없는 법이란 생도멸도 없어서  진실하지 못함이 허공꽃과 같으네.

  허망함을 말하여 참된성품 나투면  두가지가 모두다 허망하게 되리니.

  참된것도 아니요 아닌것도 아니니  보는것가 볼것가 말할것도 없겠네.

  증간이란 그것이 참된성품 없으매  기대서는 갈대가 서있는 것 같다네.

  맺는것과 푸는 것 그인연이 한가지  성인이나 범부나 두갈랫길 없다네.

  기대섯는 갈대의 그성품을 보느냐  있는것도 아니요 없는것도 아니니,

  아득하여 모르면 무명이라 말하고  밝게 깨닫는 것을 해탈이라 한다네.

  맺힌 것을 풀려면 차례차례 하여서  여섯근을 다풀면 하나까지 없어져,

  육근에서 골라서 원통한근 가리면  성인축에 들어서 위없는각 이루리.

  아타나식 그모양 알아보기 어려워  익혀오는 저습기 폭포수가 되었네.

  진성인지 아닌지 모를까봐 두려워  오늘까지 한번도 말을 하지 않았네.

  안찾으면 요술법 아닌것도 없거니  없는데서 어떻게 요술법이 생기랴.

  이를일러 이름을 연꽃같이 묘하고  금강같이 굳으신 보배로운 각이며,  

  요술같이 허망한 삼매라고 하나니  손 튕기는 동안에 무학 뛰어넘으리.

  이세상에 다시는 비길데가 없으니  이것을 아비달마 법이라고 하며,

  시방세계 계신 여러 바가범께서  이한길이 열반에 들어가는 문일세.


 이 때에 아난다와 대중이, 부처님께서 자비하게 일러주시는, 기야와 가타의 문장이 아름답고, 이치가 미묘함을 듣잡고, 마음눈이 환하게 열리어, 처음봄을 찬탄하면서, 합장하여 정례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난다 " 내가지금 부처님께서 자비하게 말씀하시는, 깨끗하고 묘하고 항상한 참된 법문을 들었사오나, 아직도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 매듭 푸는 차례를 알지 못하오니, 바라옵건댄 크신 자비로, 우리들과 이다음 사람들을 다시 어여삐 여기사, 법문을 말씀하시어 깊은 번뇌를 씻어주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앉으사, 널반승을 바루하시며, 송가리를 여미시고, 칠보로 만든 책상을 끄다리시사, 그 위에있는 겁바라천이 바친 비단수건을 드시어, 대 중 앞에서 한매듭을 맺으시고, 아난다에게 보이시면서,

부처님 " 이것을 무엇이라하느냐." 

아난다과대중 " 그것은 매듭이로소이다." 

 부처님께서 또 한매듭을 맺으시고,

부처님 " 이것은 무엇이냐." 

아난다과대중 " 그것도 매듭이로소이다." 

 이렇게 차례 차례로 여섯 매듭을 맺으시면서, 한매듭을 맺으실적마다, 아난다에게 보이면서,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으신대, 아난다와 대중은 번번이 “그서도 매듭이로소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부처님 " 내가 처음 수건 맺은 것을, 네가 매듭이라 하였나니, 이 비단수건은 본래 하나이어늘, 어찌하여 둘째 셋째를 모두 매듭이라고 하느냐." 

 아난다 " 부처님이시여, 이 첩화를 짜서 맨든 수건이, 본래는 하나이지마는, 내가 생각하오니, 부처님께서 한번 맺으시면 한매듭이라 하고, 백번 맺으시면 백매듭이라 할것시온데 이제 이수건은 다만 여섯매듭뿐이어서, 일곱매듭은 되지 못하고, 다섯은 지냈삽거늘, 부처님께서는 어찌하여 첫매듭만 인정하시고, 둘째 셋째는 매듭이라하지 아니하려하나이까." 

부처님 " 아난다야, 이 수건이 본래 하나이어늘, 내가 여섯 번 맺아서, 여섯매듭이란 이름이 있게 되었나니라. 네가 자세히 살펴보라. 수건자체는 같건마는, 맺음으로 인하여 매듭이 다르게 되었으니, 첫 번 맺은 것을 첫매듭이라하고, 이리하여 여섯째 매듭이 생겼은즉, 내가 이제 이 여섯째 매듭을 가져서 첫매듭이라하면, 될 수 있겠느냐." 

아난다 " 아니니이다, 부처님이시여, 여섯매듭이 그냥 있으면, 이 여섯째 매듭이 첫매듭 될 수가 없나이다. 내가 비록 여러 생을 두고 변명하온들, 어떻게 여섯매듭의 이름을 바꿀 수 있겠나이까" .

 부처님 " 그러니라. 여섯매듭이 같지아니하나, 근본을 따져보면 한 수건으로 된것이언만, 그 매듭들을 섞이게 할 수 없듯이, 너의 육근도 그와 같아서, 필경 같은데서 필경 다른 것이 되었나니라.

 아난다야, 네가 이 여섯매듭이 제각금 있는 것을 싫어하여, 하나 되기를 원할진댄,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냐." 

 아난다 " 이 매듭들이 그냥있사오면, 기다 아니다 하는말이, 어지러이 일어나서, 이 매듭은 저 매듭이 아니오, 저 매듭은 이 매듭이 아니라 할것이오니, 부처님께서 모두 풀어서 한매듭도 없게하오면, 이것이라 저것이라 할것이 없어서, 하나랄것도 없삽거늘, 여섯이 어데 있사오리까." 

 부처님 "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것도, 역시 그러하니라.

 너의 끝없는 본 마음이 미치고 어지러워, 알고 보는 것이 허망하게 생기었고, 하망한 것 생기는 것이 쉬지 아니하여, 보는 것이 피로하여져서, 티끌이 생기나니, 마치 눈이 피로하여지면, 고요하고 밝은데서, 까닭없이 헛꽃이 어지러이 일어나는 것 같이, 이 세상의 산과 강과 땅과, 나고 죽는것과 널반이란 것이, 모두 미치고 피로하여서 생기는, 뒤바뀐 헛꽃이니라." 

아난다 " 이 피로하여진 것이 매듭 같사올진댄, 어찌하여야 풀겠나이까." 

 부처님이 매듭 맺은 수건을 손에 드시고, 왼쪽으로 당기면서,

부처님 " 아난다야, 이렇게 하면 풀 수 있겠느냐." 

아난다 " 못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손에 드신 매듭을, 다시 오른쪽으로 당기면서,

부처님 " 아난다야, 이렇게하면 풀 수 있겠느냐." 

아난다 " 못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 " 아난다야, 내가 지금 왼쪽으로 당기고, 오른쪽으로 당기어서, 풀지 못하였으니, 네가 방편을 내어라, 어떻게하면 풀겠느냐." 

아난다 " 부처님이시여, 매듭 복판에서 풀어야 풀리겠나이다." 

부처님 " 아난다야, 그러니라. 매듭을 풀려면 매듭 복판에서 풀어야 하나니라.

 아난다야, 불법이 인연으로 좇아 난다고 말한 것은, 세간에서 화합으로 생기는 거칠은 모양을 말한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잘 알아서, 그 원인이 무슨 반연으로 생기는 것을 알며, 또 항하사 같이 많은 세계에, 내리는 빗방울 수효를 알고, 앞에 있는, 소나무는 곧고, 멧대추나무는 곱고,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을, 모두 그 원인을 아나니라.

 그러므로 아난다야, 네 마음대로 여섯근에서 가리어 보아라. 근의 맺힌데가 풀리면, 육진도 저절로 사라질것이니, 모든 허망한 것이 사라져 없어지면, 참된 성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아난다야, 이 겁바라천이 바친 수건이, 지금 여섯매듭이 맺혔으니, 한꺼번에 풀어 버릴 수 있겠느냐." 

아난다 " 아니니이다, 부처님이시여. 이 매듭이 원래 차례 차례 맺힌것이므로, 지금 차례 차례로 풀어야 하나이다. 여섯매듭의 본체는 같지마는, 맺히던 때가 같지 않삽거늘, 풀때엔들 어떻게 한꺼번에 풀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 " 육근을 풀어버리는것도 역시 그러하니, 이 근이 처음 풀리면, 먼저 나라는 것이 공함을 얻고, 공한성품이 두렷이 밝아지면 법에서 해탈하게 되고, 법에서 해탈한뒤에, 모두 공하였다는 것 까지도, 나지 아니하여야, 이것을 보살들의 삼매로 좇아,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라 한다." 


(4-2-2) 원통을 얻는 것

(4-2-2-1) 육진 원통

 아난다와 대중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각의 지혜가 원통하여 의심이 없어졌다. 모두 합장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다시 여쭈었다.

아난다 " 이제 몸과 마음이 환하게 열리어 조금도 걸림이 없어졌습니다.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 이치를 알았으나 아직도 원통할 본래근을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여러 겁을 돌아다니면서 외롭게 지내다가 무슨 인연인지 모르나 부처님의 아우가 되었습니다. 마치 젖을 잃었던 아이가 어머니를 만난 듯 합니다. 이 좋은 기회에 도를 이루게 되면 이번에 들은 법문이 본래 깨달은 것 같은데 지금은 듣지 못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바라건댄 자비로 저희에게 비밀한 법문을 일러주시어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치심을 이루게 하여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고 다섯 활개를 땅에 엎드려 절하고 물러앉아 비밀한 뜻을 듣기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여러 보살과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너희들 보살과 아라한들이 나의 불법 가운데서 더 배울 것 없음을 이루었는데 너희들이 처음에 발심하고 깨달을 때에 십팔계에서 어느 것이 원통한 것이며 무슨 방편으로 삼매에 들어갔느냐?" 

 교진녀 등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희들이 사슴동산과 구구타절에서 부처님께서 처음 성도하심을 뵙고 부처님의 음성으로 사성제를 깨달았으며,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물으실 때 제가 먼저 알았노라 하였습니다.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여 “아야다”라 이름하시며 묘한 소리가 그윽하여 두렸하여졌으며, 저는 음성으로 좇아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음성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우바니사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도 부처님께서 처음 성도하심을 뵙고 부정한 모양을 관하다가 크게 싫은 생각을 내어 색진의 성품을 깨달았으며 부정한 것으로부터 백골과 티끌까지 허공으로 돌아가고 허공과 색진이 모두 없어져서, 무학을 이루었습니다.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여 “니사타”라 이름하시며 티끌인 색은 없어지고 묘한 색이 그윽하여 두렷하졌으며, 저는 색으로 좇아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색진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향엄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는 부처님께서 저로 하여금 모든 하염있는 법을 자세히 관하라하심을 듣고, 조용한방에 편안히 앉았다가 비구들이 침수향 사루는 것을 보니 향기가 살그머니 코에 들어왔습니다. 이 향기가 나무도 아니며, 공한 것도 아니며, 연기도 아니며, 불도 아니어서 가서 닿는데가 없고 와도 좇은 데가 없습니다. 이로부터 뜻이 없어지고 무루를 발명하였더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여 “향엄”이라 이름하시며 티끌기운은 없어지고 묘한 향기가 그윽하여 두렷하였으며, 저는 향기를 좇아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향엄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약왕․약상 두 법왕자가 오백 범천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는 끝없는 옛적에 좋은 의원이 되어 입으로 이 사바세계에 있는 풀과 나무와 쇠와 돌을 맛보았습니다. 수효가 십만팔천이었으며 그 맛이 쓰고 시고 짜고 싱겁고 달고 매운 것과 섞인 맛과 본랫 맛과 변한 맛이었습니다. 그 성질이 차고 덥고 독이 있고 억없는 것을 모두 알았습니다. 여래를 섬기면서 맛의 성품을 알아보니 공한 것도 아니먀, 있는 것도 아니며, 몸과 마음에 즉한 것도 아니며, 몸과 마음을 여읜 것도 아니었습니다. 맛의 원인을 분별하다가 깨달았으니 여래께서 저의 형제를 인가하여 약왕보살 약상보살이라 이름하셨으며 이 회중에서 법왕자가 되었습니다. 맛을 인하여 각 보살이 밝게 열리어 보살 지위에 올랐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맛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발타바라가 함께 온 십육보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희들은 처음에 위음왕부처님께 법을 듣고 출가하였습니다. 스님이 목욕할 때 차례를 따라 목욕간에 들어갔다가 홀연히 물의 인을 깨닫고 보니 티끌을 씻음도 아니며, 자체를 씻음도 아니며, 중간에서 자재하게 편안하여져서 아무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습기가 없어지지 아니하다가 금생에 와서는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무학의 자리에 올랐으며, 부처님께서 저를 “발타바라”라 이름하였으며 묘한 촉이 환하게 밝아져 불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촉의 인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마하가섭과 붉은 금빛 비구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지난 겁에 이 세계에 일월등부처님이 출현하셨는데 제가 친근하게 모시고 법을 듣고 공부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 사리를 모시고 등불을 켜서 공양 올리며 붉은 금으로 불상에 도금하였더니 그 후부터 세세 생생에 몸에 붉은 금빛이 원만하였습니다. 이 붉은 금빛 비구니들도 저의 권속으로서 함께 발심하였습니다. 나는 세상의 여섯 가지 진이 변천함을 관하고 공하고 고요한 것으로 멸진정을 닦아서 몸과 마음이 백 천겁을 지내는 것이 손가락 튕기는 동안 같으며, 공한 법으로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두타행하는데 제일이라 말씀하시며 묘한 법이 밝게 열리고 모든 번뇌가 없어졌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법의 인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4-2-2-2) 육근 원통

 아나루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는 처음 출가하여 잠자기를 좋아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잠을 많이자면 축생이 된다고 꾸중하심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며 이렛 동안을 자지 않아 두 눈이 멀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는 성품이 환하게 밝아지는 금강삼매를 가르쳐주셨으며 저는 눈에 의지하지 않고도 십방을 밝게 보며 참된 정기가 환히 열리어 손바닥에 과일 보듯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인가하여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보는 것을 돌리어 근원을 따르는 것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주리반특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는 외우는 총기가 없어 배운 것을 기억을 못하였는데 처음에 부처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 한구절을 백날 동안 읽어도 앞엣 말을 외우면 뒤엣 말을 잊고 뒤엣 말을 외우면 앞엣 말을 잊어버려 외우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저를 딱하게 여기시고 조용하게 앉아서 숨 쉬는 것을 고르게 하라 하셨습니다. 제가 그때 숨쉬는 것을 관하여 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없어지는 변천하는 법이 잠간인줄을 세밀하게 궁구하였더니 마음이 환히 열리어 걸림이 없게 되고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이 되어 부처님 자리 앞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인가하여 무학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숨을 돌리어 공을 따르는 것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교범바데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는 입버릇이 나빠서 지난 겁에 스님을 업신여긴 탓으로 세세생생 소 삭임질병이 있었습니다. 여래께서 저에게 한결같이 깨끗한 마음자리 법문을 가르쳐주시므로 잡념이 없어지고 삼매에 들어 맛보아 아는 것이 자체도 아니며 물건도 아닌 줄을 관하니 한 생각 동안에 세간의 모든 번뇌를 뛰어나서 안으로는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고 밖으로는 세계를 잊어버렸습니다. 삼계를 여읜 것이 마치 새가 장에서 나온 듯하여, 때와 티끌이 녹아지고 법눈이 깨끗하여서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나를 인가하여 무학지위에 올랐다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내가 증득한 바로는 맛보는 것을 돌리어 지견을 따르는 것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필릉가바차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는 처음 발심하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이 세간의 여러 가지 즐겁지 못한 일을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들었습니다. 성중에서 밥을 빌면서 법문을 생각하다가 길에서 독한 가시에 발을 찔리고 전신이 매우 아팠습니다. 제가 생각하니 알음알이가 있는 탓으로 아픈 줄을 아는 것인데 아픈 줄 아는 것과 아픈 것이 있더라도 본각의 깨끗한 마음에는 아픈 것과 아픈 줄 아는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한 몸에 어찌 두 가지 각이 있으리요 하였으며, 이렇게 생각한지 오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문득 공하여지고, 37 일 동안에 온갖 번뇌가 없어져서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인가하여 무학을 발명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중득한 바로는 본각을 순일하게하고 몸을 잊는 것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수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는 오랜 겁 전부터 마음에 막힘이 없어져서 이 세상에 태어났어도 항하사같이 많은 것을 기억하며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공한 이치를 알았고 십방세계도 공하여졌으며 다른 중생까지도 공한 성품을 증득하게 하였습니다. 여래께서 각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을 발명하심을 힘입어 공한 성품이 두렷이 밝아져서 아라한을 이루고 여래의 보배롭고 밝은 공 가운데 들어가 부처님의 지견과 같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인가하여 무학을 이루었다하시고 본성품의 공한데서 해탈하기는 제가 첫째라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중득한 바로는 모든 모양이 공하여지고 공한 것과 공할 것 까지 공하여서, 법을 돌리어 끝까지 공한 것을 따르는 것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4-2-2-3) 육식 원통

  사리불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말하였다.

 " 저는 여러 겁 전부터 마음으로 보는 것이 맑고 깨끗하여, 이렇게 생을 받은 것이 항하사와 같으며, 세간과 출세간의 여러 가지 변화하는 것을 한번 보면 통하게 되어 걸릴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길을 가면서 가섭형제가 인연법을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끝이 없음을 깨닫고 부처님을 좇아 출가하여 보는 각이 밝고 뚜렷하여지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의 맏아들이 되었으니 부처님의 입으로 좇아 났으며 법으로 좇아 화생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 광명을 내고 광명이 지극하여진 지견이 제일이 되겠습니다." 

 보현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말하였다.

 " 저는 일찍부터 항하사 여래의 법왕자가 되었으며, 시방 여래께서 보살근기를 가진 제자들을 교화하실 때, 보현행을 닦으라 하시는 것은 제 이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마음으로 들어 중생의 지견을 분별하며, 항하사같이 많은 다른 세계에서 한 중생이라도 보현행을 행하는 이가 있으면 제가 큰 코끼리를 타고 백천 분신을 나타내어 그 곳에 가겠습니다. 그 사람이 업장이 두터워서 저를 보지 못할지라도 저는 그윽한 가운데서 그 사람의 머리를 만져 보호하고 위로하여 소원을 성취하게 합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저의 인행을 말하면 마음으로 듣는 것이 밝은 빛을 내어 분별하기를 자재롭게 하는 것이 제일이 되겠습니다.”

 손타라 난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말하였다. 

 " 저는 처음 출가하여 불도에 들어가 계율을 받았으나 삼매를 들 때에는 마음이 산란하여 무루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구치라와 함께 코끝이 희어짐을 관하라하였습니다. 처음 관하여 21일을 지나니 콧속으로 나드는 숨이 연기와 같아지고 몸과 마음이 안으로 밝아지며 온 세계에 뚜렷이 사무쳐 막힘이 없이 깨끗하기가 마치 수정과 같았습니다. 연기모양이 점점 스러지고 코에서 쉬는 숨이 희어지면서 마음이 열리고 번뇌가 없어졌으며 나드는 숨이 광명으로 화하여 시방세계에 비치어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이 제에게 수기를 주시기를 ‘마땅히 보리를 얻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저의 경험으로는 숨을 소멸하여 광명을 내고 광명이 뚜렷하여 번뇌를 멸하는 것이 제일이 되겠습다다." 

 부루나미다라니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나는 오랜겁 전부터 변재가 걸림이 없어, 괴롭고 공한 이치를 말하며, 실상을 깊이 알았고, 여러 부처님의 비밀한 법문까지도, 나는 두러움이 없이, 대중가운데서 공교롭게 연설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나의 변재를 아시고, 음성륜으로 나를 가르치시오매, 내가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을 보좌하여 법륜을 굴리었으며, 사자후 함으로 아라한을 이루니, 부처님이 나를 인가하사, 법문 잘하는 사람중에 으뜸이라 하셨나이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나의 경험으로는, 법문하는 음성으로 마와 원수를 항복받고, 번뇌를 소멸하는 것이, 제일이 되겠나이다." 

 우바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말했다.

 " 저는 몸소 부처님을 모시고 성을 넘어 출가하여 여래께서 육년 동안 고행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여래께서 마의 군중을 항복받고 외도들을 절제하심을 보고 세간의 탐욕과 여러 가지 번뇌를 해탈하였으며 부처님의 계율을 받들어 삼천위의와 팔만사천가지의 자성인 업과 말라신 업을 깨끗하게 지녔습니다. 나아가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져서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의 대중가운데서 규율을 맡는 두목이 되었으며, 부처님께서 인가하여, 계행을 가지고 몸을 닦는 데는 으뜸이라 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저의 경험으로는 먼저 몸을 단속하여 몸이 자재하여지고 다음에 마음을 단속하여 마음이 통달하여진 후에 몸과 마음이 원통하여 뜻대로 되는 것이 제일이 되겠습니다." 

 목건련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말하였다.

 " 저는 처음에 길가에서 밥을 빌다가 우루빈라가섭과 가야가섭과 나데가섭을 만나 여래의 인연법의 깊은 뜻을 듣고 발심하여 크게 통달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사랑하여, 가사가 몸에 입혀지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저절로 깎아졌으며 제가 시방에 돌아다니되 걸림이 없었고 신통을 발명하는 것이 으뜸이 되어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어찌 세존뿐이오리까, 시방여래께서도 저의 신통력이 뚜렷하고, 밝고, 깨끗하고, 자재하여 두려울 것이 없음을 찬탄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저의 경험으로는 인식하는 것을 고요한데로 돌리키어 마음의 광명을 드러나게 하되 마치 흐린 물을 맑힐 적에 오래되면 맑고 깨끗하게 되는 것이 제일이 되겠습니다.”


(4-2-2-4) 칠대 원통

 오추슬마가 여래 앞에서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오랜 겁 전부터 탐욕이 많았습니다. 공왕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을 때 말씀하시기를 ‘음욕이 많은 사람은 뜨거운 불 무더기가 된다고 하시면서 여러 골절과 팔 다리에 있는 더운 기운을 관하라.’하셨습니다. 그렇게 관하고 나니 신비로운 광명이 속으로 엉키면서 음란한 마음이 변화하여 지혜불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부처님께서 저를 화두금강이라고 불렀으며, 화광삼매의 힘으로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에 큰 원력을 세워 부처님께서 성도하실 때마다 수호의 역사가 되어 마와 원수를 항복받았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몸과 마음의 따뜻한 기운을 관하여 걸림이 없이 고루 통하게 되고 모든 번뇌가 소멸하고 큰 보배 불길을 내어 위없는 각에 오르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지지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옛적 보광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였을 때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습니다. 여러 중요한 길과 나루에 땅이 좁고 험하고 평탄치 못하여 수레나 말이 지내가기 불편한데가 있으면 평탄하게 메우기도 하고, 다리를 놓기도 하고, 흙을 져다 펴기도 하여, 이렇게 애쓰기를 한량없는 부처님이 출현할 때마다 하였습니다. 어떤 중생이 복잡한 곳에서 사람을 삯 주어 짐을 지우려하면 내가 먼저 지고 가되 그 사람의 가는데 까지 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돌아오고, 삯을 받지 않았습니다. 비사부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을 때 흉년이 들었는데, 저는 짐군이 되어서 멀거나 가깝거나 삯을 한 푼만 받았으며, 혹시 수레 멘 소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신력으로 바퀴를 밀어 빼어주었습니다. 어느 때는 그 나라 임금이 부처님을 청하려고 공양을 차리고 있는데 그 때에 길을 평탄하게 닦고 부처님이 지나가시기를 기다렸더니 비사부부처님께서 내 정수리를 만지면서 ‘마음만 평안히 하면 온 세상과 땅이 모두 평탄하여 진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려 몸에 있는 미진이 세계를 조성한 미진과 조금도 차별이 없는 줄을 보았으며, 그리하여 미진의 성품이 서로 저촉되지 않으며 칼과 병장기까지도 조금도 저촉되지 않게 되어 모든 법의 성품에서 무생법인을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회향하여 보살지위에 이르러 여래의 묘련화의 불지견을 말씀하심을 듣고 제가 먼저 증명하여 으뜸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나의 경험으로는 몸에 있는 미진이나 세계를 조성한 미진이 조금도 차별이 없습니다.  본래 여래장으로서 허망하게 티끌이 생긴 줄을 관찰하여 티끌이 스러지고 지혜가 원만하여 위없는 도를 이루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월광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지난 옛적 항하사겁 전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을 때 이름이 수천이시며 보살들로 하여금 수관을 닦아 삼매에 들게 하였다. 몸안에 있는 물 성품이 서로 어기지 아니하여 콧물이나 침이나 여러 가지 진액이나 정기나 피나 대소변까지도 몸안에 돌아다니는 물의 성품이 한결같은 줄을 관하며, 몸속에 있는 물이나 짐때 같이 높이 솟은 회장세계에 있는 여러 향수해물이나 다 같이 차별이 없는 줄을 보라하셨다. 그 때에 내가 처음 이 수관을 이루니 물만 보이고 몸은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비구로서 방안에서 좌선할 때에 제자가 창구멍을 뚫고 방안을 엿보니 맑은 물만 방에 가득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어린 것이 철이 없어 기와 장을 물에 던져 물소리를 내고는 힐끔 힐끔 돌아보며 갔다.  조금 후에 내가 선정에서 나오니 문득 가슴이 아픈 것이 마치 사리불이 원귀를 만난 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이미 아라한이 되어서 병의 인연을 여읜지가 오래 되었는데 오늘에 와서 가슴이 아픈 것이 웬일인가. 도력이 퇴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그때에 제자가 와서 그런 말을 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이 다음에 물을 보거든 문을 열고 들어가서 기왓장을 집어내라.”고 하였더니 제자가 그 말을 듣고 뒤에 내가 선정에 들었을 적에 물을 보니 기왓장이 맞거늘 문을 열고 집어내었는데 그렇게 하고 내가 선정에서 나오니 몸이 평소와 같았습니다. 그 후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났으며 산해자재통왕여래 때에 이르러 비로소 몸이 없어지고 십방세계의 향수해와 더불어 성품이 진공에 합하여 차별이 없이 되었습니다. 이제 부처님께 동진보살이란 이름을 얻어 보살회에 참여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나의 경험으로는 물의 성품이 한결 같이 흐르는 것을 관하여 무생법인을 얻어 깨달음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유리광법왕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지난 옛적 항하사겁 전에 무량성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에게 본각의 묘하고 밝은 것을 열어 보이셨습니다. 이 세계와 중생들의 몸이 모두 허망한 인연인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임을 관하라 하셨습니다. 그 때에 세계는 나란히 벌려있는 것이며, 세월은 시간이 흐르는 것이며, 몸은 움직이고 그치는 것이며, 마음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인줄을 관하니, 여러 움직이는 것이 둘이 아니어서 차별이 없으며, 또 동시에 여러 움직이는 성품이 와도 오는 데가 없고, 가도 가는 데가 없으니, 시방에 티끌같이 많은 뒤바뀐 중생들이 한결같이 허망한 것인 줄을 알았고,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마치 한 그릇 속에 백천 마리 모기와 등에가 그 좁은 속에서 웅성거리고, 떠들고, 야단하는 것 같음을 깨달았으며, 부처님을 만난지 오래지 아니하여 무생법인을 얻으니 그 때에 마음이 열리어 동방부동불국의 부처님을 뵙고 법왕자가 되었습니다. 시방 부처님을 섬기며 몸과 마음에 광명을 내어 걸림이 없이 환하게 사무쳤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아 삼매에 들고 시방 부처님과 합하여 묘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허공장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정광불에게 가이 없는 몸을 얻었고, 그 때 큰 보배구슬 네 개를 들고 시방의 미진 세계를 비추어, 허공으로 화하였으며, 내 마음에 크고 둥근 거울을 타내고, 그 속으로서 열 가지 미묘한 광명을 놓아 시방 허공의 끝까지 비치니, 허공에 있는 여러 세계들은 거울 속으로 들어와서 내 품안으로 스며들고, 내 몸은 허공과 같아서 서로 부닥치지 않으며, 내 몸도 여러 국토에 널리 들어가서 불사를 행하되 뜻대로 되었으니, 이러한 신력은 사대가 의지한데 없이 허망한 생각으로서 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고, 허공도 둘이 아니고 세계가 본래 같은 것 인줄을 관찰함으로 말미암은 탓이며, 이와 같은 데서 발명하여 무생법인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나의 경험으로는 허공이 가이 없는 것을 관찰하여 삼매에 들어가서 묘한 신력이 원통하여 밝아지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미륵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지내간 옛적 미진겁 전에 일월등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으나 세상 명예를 좋아하여 양반들과 사귀어 놀기를 즐겨하였더니, 그 때에 부처님께서 유심식정을 닦아서 삼매에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부터 여러 겁 동안에 이 삼매를 닦아 많은 부처님을 섬기었더니 세상 명예를 좋아하던 마음이 없어졌으며, 연등부처님이 출현하였을 때에 위가 없고 묘하고 두렷한 식심삼매를 얻었습니다. 허공에 가득한 여러 세계의 깨끗한 것이나 더러운 것이나, 있는 것이나, 없어지는  것이 모두 내 마음으로 변화하여 생긴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나는 이렇게 온갖 것이 마음으로 되는 것임을 깨달아 마음으로부터 한량없는 여래를 내었으며, 이제 수기를 받아 보처불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저의 경험으로는 시방이 다만 식심인줄을 관찰하여 마음이 두렷이 밝아져서 원성실성에 들어가고 의타기성과 변계소집성을 멀리 여의어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 원통이 되겠습니다." 

 대세지법왕자가 오십이 보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여쭈었다.

 " 저의 전생을 돌아보니 지내간 옛적 항하사겁 전에 무량광 부처님이 출현하셨습니다. 열두 부처님이 한 겁 동안에 계속하여 나셨는데 그 마지막 부처님이 초일월광입니다. 그 부처님이 염불삼매를 가르치시기를 “마치 한사람은 전심으로 생각하고 한사람은 전심으로 잊기만 하면, 이 두사람은 만나도 만나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것이며, 두 사람이 서로 생각하여, 생각하는 마음이 함께 간절하면, 이생에서 저생에 또 저저생에 이르도록 몸에 그림자 따르듯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시방 여래께서 중생 생각하시기를 어미가 자식 생각하듯 하거니와 만일 자식이 도망가면, 생각한들 무엇 하겠는가. 자식이 어미 생각하기를 어미가 자식 생각하듯이 하면 어미와 자식이 세세생생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만일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을 염하면 이생에서나 저생에서 결정코 부처님을 뵈올 것이며, 부처님과 멀지 않아 방편을 가지지 않고도 저절로 마음이 열리는 것이 마치 향기를 쏘이는 사람이 몸에 향기가 배는 것 같으리니, 이것이 향광장엄이다.” 하였습니다. 나는 본래 인행 때, 염불하는 마음으로 무생법인을 얻었고 지금도 이 세계에서 염불하는 사람을 인도하여 서방정토로 가게 합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이것 저것을 가리지 말고, 육근을 모두 가져 닥아, 항상 염불하되 깨끗한 생각이 서로 계속되어 삼매를 얻는 것이 제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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