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깨달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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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작성일 21-07-08 14:03 조회 8,787 댓글 0본문
(12-1) 그 때에 부처님께서 유마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부처를 보고자 하니, 어떻게 하는 것이 부처를 보는 것인가?”
유마는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나서 말했다.
“스스로 몸의 실상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보면 부처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는 미래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과거에 나타난 것도 아니며, 지금 현재에 머물러 있는 자도 아닙니다. 부처는 형상으로 볼 수 없으며, 형상을 떠난 공함으로도 볼 수 없으며, 형상을 이루고 있는 성품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받아들임과 생각과 행위와 느낌도 그러합니다. 부처는 육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허공과 같으며, 부처는 눈, 귀, 코, 혀, 몸, 뜻으로 인식되는 세계가 아니라 의식을 포함한 초월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과거, 현재, 미래 속에 있으면서도 과거, 현재, 미래가 없는 영겁에 살고 있으며, 햇빛과 같은 지혜를 갖추었으면서도 중생과 더불어 무명 속에 헤매며, 형상이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천 백억의 몸을 나타내어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형상이 없는 것도 아니며, 깨달음의 언덕에 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번뇌의 바다에서 중생들고 함께 허우적거리며, 마음은 고요하여 흔들림이 없지만 행해야 할 바를 부지런히 닦으며, 분별을 뛰어넘었으면서도 중생과 더불어 분별하며, 지혜로운 자에게는 무명의 세계를 무명에 가리운 자에게는 지혜의 세계를 보여 주어 더 넓은 세계를 알게하며, 부처는 원래 깨끗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으며, 한 곳에 있지도 않으며 또 그 곳에 떠나지도 않으며, 삶과 죽음속에 있으면서도 열반 속에 머물며, 나타내어 보여줄 것도 아니며,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상태도 아니며, 계행을 파계하지도 않으면서 지키지도 않고, 게으른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정진하며, 마음이 산란하여 어지러운 것 같으면서도 흔들림이 없으며, 어리석은 것 같으면서도 진실하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실하며, 오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으며, 들어가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으며 버리지도 않고,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며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며, 크지도 않으며 작지도 않고, 복밭도 아니며 복밭 아닌 것도 아니며, 얻음도 없으며 잃음도 없고, 맑음도 아니며 흐림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도 아니며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것도 없으며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구속에서 자유로우며, 지혜와도 평등하고 중생과도 평등하며, 모든 법에 분별이 없으며, 모든 애욕을 떠나 좋고 싫어함이 없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의 몸이 이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2-2) 이 때 사리불이 유마에게 물었다.
“유마여, 당신은 어디에 있다가 여기에서 태어났습니까?”
유마 : “사리불이여, 법에 없어지고 생기고 하는 것이 있습니까?”
사리불 : “없어지고 생기고 함이 없습니다.”
유마 : “모든 법이 없어지고 생기고 하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저에게 어디에 있다가 여기에 왔느냐고 묻습니까? 요술쟁이가 요술로 사람을 만들 때 없어지고 생기는 것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리불 : “없어지고 생기고 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12-3) 유마 : “부처님께서 모든 법은 요술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법이 요술과 같다면 어디에 있다가 여기로 왔겠습니까?
사리불이여,
없어진다는 것은 허망한 법이 부서지는 모양이며, 나타난다는 것은 허망한 법이 계속되는 모양이니, 보살은 없어지더라도 착한 마음 뿌리는 다하지 아니하며, 나타난다 하더라도 나쁜 종자가 자라나지 않습니다.”
(12-4) 그 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저기 묘희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은 무동불이니, 유마는 그 세계에 있다가 여기에 태어났느니라.”
사리불 : “흔하지 않는 일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유마는 스스로 보살의 세계를 버리고 번뇌로 가득한 사바세계로 왔습니다.”
유마 : “사리불이여, 햇빛이 빛날 때 어두운 것과 밝은 곳이 구별 되겠습니까?”
사리불 : “햇빛이 빛날 때는 모든 것이 밝게 됩니다.”
유마 : “사리불이여, 보살도 그와 같습니다. 원래 밝음과 어두움은 없는 것입니다. 지옥이라 하더라도 보살이 그 곳에 가면 그 보살로 말미암아 그곳은 보살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12-5) 이 때 대중들은 묘희세계를 한 번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부처님께서 대중들의 마음을 알고 유마에게 말했다.
“유마여, 이 대중들이 묘희세계를 보기를 원하니 대중들이 묘희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하라.”
(12-6) 유마가 삼매에 들어 신통력으로 묘희세계를 오른 손바닥위에 펼쳐 놓았다.
대중들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끝없이 넓고 거룩한 묘희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자 환희심이 절로 났다. 남선부주로부터 도리천까지 뻗어 있는 끝도 없는 계단에는 수 많은 보살들이 구도행각을 하고 있었으며, 계단을 둘러싸고 있는 계곡과 강과 바다와 산과 숲과 짐승들은 이제까지 본적이 없는 묘하고 신비한 것이었다.
향적세계와 묘희세계를 체험한 대중들은 끝도 없이 넓고 다양한 우주를 보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닫힌 마음이 사라지고 더 넓고 높은 세계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둘러보시고 “너희들도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음이 청정해지면 유마처럼 너희들의 마음 속에서도 이러한 세계가 이루어진다.”고 말씀 하셨다.
(12-7) 부처님 : “사리불아, 너는 묘희세계와 무동부처를 보았느냐?”
사리불 : “부처님이시여, 잘 보았습니다. 지금 저의 가슴에도 환희로움이 가득차 있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무동부처님과 같이 깨끗한 불토를 이루며, 유마와 같이 큰 신통을 얻기를 원하옵니다. 지금 설하신 이 법문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다음에도 이 세상에 남아 큰 이익이 되었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다음 세상에 이 법문을 받아 지니는 이가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유마와 같은 신통을 얻어 부처를 이룰 것입니다. 이 법문이 있는 한 이 세상에는 진리의 셈이 영원히 솟을 것입니다. 한 수행자로서 기쁜 마음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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