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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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작성일 21-07-08 13:59 조회 6,714 댓글 0본문
(4-1)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보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미륵보살이여, 그대가 유마를 찾아가 병 문안을 하고 오너라.”
미륵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도 유마에게 병 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제가 도솔천왕에게 어떻게 하면 진실한 법을 깨달아 부처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설법하고 있을 때 유마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륵보살이여, 당신이 예연을 받았다는 일생은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것입니까? 만일 과거라 한다면 과거는 이미 사라진 시간이니까 과거의 일생이란 없는 것이며, 그러므로 성불한다는 예언을 들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 미래라 한다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미래에도 예언은 들을 수가 없으며, 그러므로 성불한다는 예언을 들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라 해도 부처님께서 <네가 지금 동시에 나고 늙고 멸하고 있다.>고 하셨듯이 현재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현재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에도 예언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존재도 진실 자체인 것이며, 성현이나 미륵도 진실 자체이니까 미륵 당신이 성불한다는 예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성불의 예언을 받은 것이 될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도 진실 자체이며 성자도 진실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와 성자는 본래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당신이 깨달음을 얻는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당신이 열반을 얻는다면 다른 모든 사람 또한 열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결국 부처님이 수기를 준 것은 미륵의 이름을 빌어 모든 생명에게 깨달음의 수기를 준 것입니다. 미륵이라는 이름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미륵과 같이 절실하게 지극 정성으로 정진하는 자가 때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가 유마의 병 문안을 가는 것은 유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유마에게 병 문안을 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4-2) 그러자 이번에는 부처님께서 광명동자에게 말했다.
“광명이여, 그대가 유마의 병 문안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구나.”
광명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도 유마의 병 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제가 비야리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수행처로 돌아오는 길에 유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유마에게 “거사님이시여, 당신은 어디로부터 오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유마는 “광명이시여, 저는 도량(수행처)에서 오는 길입니다.” 하였습니다. 제가 다시 “거사님이시여, 도량이란 어떤 곳을 말하는 것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유마는 말했습니다.
광명이시여, 청순한 마음이 도량입니다. 거짓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일으켜 수행하는 일이 도량입니다. 공덕을 늘여 깨달음에 가깝게 하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이 도량입니다.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의심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베품이 도량입니다. 진정한 베품은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르고 맑은 생활이 도량입니다. 바르고 맑은 생활은 모든 생명을 살리기 때문입니다. 능히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도량입니다. 진정한 참음은 모든 고난을 극복하여 열반에 들게 하기 때문이니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 도량입니다. 끊임없이 노력은 마침내 맹세한 것을 성취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정을 닦는 것이 도량입니다. 선정을 닦아 마음의 안정이 이루어지면 모든 분별심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지혜가 도량입니다. 지혜는 모든 법을 분명하게 보고 실천함으로써 깨달음을 이루게 하기 때문입니다.
뽐내지 않는 마음이 도량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들을 평등하게 보게 됩니다.
자비로운 마음이 도량이입니다. 그러므로 괴로움과 피로함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극복됩니다.
기뻐하는 마음이 도량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봄으로써 어려움이 없게 됩니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도량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초월하면 세상의 모든 일에 걸림이 없습니다.
신통의 성취도 도량입니다. 다섯 가지 신통을 성취하고 마지막 육신통인 누진통을 신통을 통하여 성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탈도 도량입니다. 애욕과 번뇌에서 벗어나 자유자재하기 때문입니다.
방편을 쓰는 것도 도량입니다. 방편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전을 보고 많이 아는 것이 도량입니다. 수행하여 철저하게 앎으로써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도량입니다. 안정된 마음의 거울에는 진실한 법의 바다가 그대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37조도품과 사성제와 12인연법이 모두 도량입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보면 번뇌가 바로 도량입니다. 번뇌의 실상을 바로 보면 번뇌가 바로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중생이 바로 도량입니다. 중생이 한마음만 잘 써면 바로 보살이기 때문입니다.
마군이가 바로 도량입니다. 마군이가 중심을 잡아 마음의 요동이 없으면 마군이가 바로 도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체 법이 도량이며, 이 우주가 도량입니다.
유마가 이렇게 말했을 때 저는 그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유마의 병 문안을 가는 것은 유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유마에게 병 문안을 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4-3) 부처님께서 지세보살에게 말했다.
“지세보살이여, 그대가 유마를 찾아가 병 문안을 하고 오너라.”
지세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도 유마의 병 문안을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떤 집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마왕 파순이 제석천왕으로 변신하여 이만 이천 명의 천녀(아릿다운 아가씨)들을 데리고 저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가 제석천왕인 줄 알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서 오시오, 제석천이여, 오욕락과 같은 것이 비록 복덕이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입니다. 오욕락은 몸과 생명과 재물과 같아서 무상한 것인 줄 알아야 합니다. 선의 씨앗을 심어 영원히 죽지 않는 법의 나무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자 제석천으로 변신한 마왕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보살이시여, 이 일만 이천 명의 천녀들을 당신의 시중을 드는 몸종으로 삼으십시오.”
“제석천왕이여, 법답지 아니한 것으로 나를 유혹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언제 다가왔는지 유마가 저의 곁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자는 제석이 아니라 마왕으로써 당신을 악의 구렁텅이로 꾀이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천녀들을 나에게 달라. 나의 시중을 들게 하겠다.”
이 말을 들은 마왕은 놀라서 두려워하며 도망을 갈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신통을 부렸지만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왕은 어쩔수 없어 천녀들을 유마에게 주었습니다.
(4-4) 그 때 유마는 천녀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주인인 마왕이 너희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부터 너희들은 자유의 몸이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세워라.
너희들은 이미 깨달음을 이루겠다고 맹세하였으니 도에 맞는 행위를 하여 법락을 즐기고 다시는 육신에 얽매이는 오욕락을 즐기지 말라.”
천녀 : “어떻게 하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입니까?”
유마 :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며, 수행자에게 기쁜 마음으로 공양 올리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며, 육신을 수행하는 도구로 생각하여 육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며, 육신을 나라고 집착함으로써 일어나는 모든 분별 의식이 진실한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며, 세속의 부귀영화가 진실한 삶의 지표가 아님을 아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며, 눈을 통하여 보이는 아름답고 추함에, 귀를 통하여 들리는 칭찬하는 소리와 헐뜯는 소리에, 코를 통하여 느껴지는 향기로운 냄새와 역한 냄새에, 혀를 통하여 느껴지는 달콤한 맛과 쓴 맛에, 몸을 통하여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각에 끄달리지 않는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법락을 즐기다 보면 자연히 도가 이루어지며, 모든 생명들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게 되며, 스승을 공경하게 되며, 무엇이든지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여 베품을 행하게 되며, 계율은 저절로 지켜지며, 어려움을 능히 참고 견디며, 믿고 따르는 마음으로 모임은 저절로 화합되며, 선한 마음의 씨앗들은 자연히 뿌려지고, 생활 속에서 선정은 이루어지며, 바른 마음은 저절로 자라나며, 잘못된 마음도 저절로 사라지며, 모든 번뇌가 끊어지며, 진실한 마음으로 불국토가 이루어지며, 원만한 모습도 저절로 이루어지며, 진지하게 수행하여 도량을 청정하게 하며, 진실한 말 듣기를 좋아하며, 결과에 대해서 조급하지 않으며, 벗들을 가까이 하여 벗들의 허물을 말하지 않으며, 나쁜 습관에 물들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며, 진정한 수행자와 만나기를 즐겨하며, 항상 맑고 깨끗함 속에 머물면서 도를 이루겠다는 마음뿐인 것이 법락을 즐기는 것이다.”
마왕 : “유마거사여, 자신의 몸까지도 남을 위하여 베풀어 주는 것이 보살입니다. 저를 위하여 이 천녀들을 저에게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마 : “내가 이미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그들은 자유의 몸이다. 만약 그들이 너를 따르기를 원한다면 데려가도 좋다.”
(4-5) 그 때에 천녀들이 유마에게 물었다.
“저희들이 마의 궁전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겠습니까?”
유마 : “누이들이여, 무진등(無盡燈)이라는 말이 있다. 무진등이라는 것은 한 등불이 있어 다음 등불에 불 붙이고 또 다음 등불에 불 붙이고 하여 수 천만 등을 불 붙이어 우주를 맑히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한 명의 모살이 있어 수 천만 중생을 교화하여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내게 하여 부처님의 바른 법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전해지게 된다. 너희들이 비록 마의 궁전에 있다 하더라도 무진등과 같이 마의 나라에 있는 살마들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교화하여 진실하게 살게 하고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게 하면 마의 나라가 바로 불국토가 되는 것이다.”
그러자 천녀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마왕을 따라 마의 궁전으로 돌아 갔습니다. 이것이 유마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유마를 찾아가 병 문안을 한다는 것은 유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이것에 제가 유마를 병 문안 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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