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입법계품_중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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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3-41-2-5-7) 태자가 밝힌 자신의 수행
“이때 태자는 향아원에 들어가서 묘한 덕을 갖춘 묘덕아가씨와 선현여인에게 말했다.
“착한 여인들이여, 나는 위없는 바른 보리를 구하고 있다.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를 돕는 법을 모으며, 그지없는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에게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호해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여래의 성품을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의 성품을 따라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의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어 끝까지 안락한 곳에 두며, 모든 중생의 지혜의 눈을 깨끗이 다스리며, 모든 보살의 닦는 행을 익힐 것이며, 모든 보살의 평등한 마음에 머무르며, 모든 보살의 행할 지위를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두루 기쁘게 하며, 모든 것을 모두 버려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단(檀)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을 만족케 하며, 의복·음식·처·첩·아들·딸·머리·눈·손·발 따위의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보시하고 아끼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때 그대가 나의 일에 장애가 되고 재물을 보시할 때 아까워하고, 아들·딸을 보시할 때에 가슴이 아프고, 온몸을 찢을 때에 마음으로 걱정하고, 그대를 버리고 출가할 때에 그대들은 후회할 것입니다.”
(39-53-41-2-5-8) 태자의 게송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가씨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중생을 가엾이 여김으로써
나는 보리심을 내었으니
마땅히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 닦아 익힐 것이다.
한량없는 많은 겁 동안
모든 원력바다 깨끗이 닦고
지상(地上)에 들고 업장 다스림
또 한량없는 겁 지내고
삼세 부처님들에게
육바라밀을 배우고
방편의 행 구족하여
보리의 도를 성취하였네.
시방의 더러운 세계
내가 다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나쁜 길의 환난에서
영원히 뛰어나게 할 것이다.
나는 장차 방편으로
많은 중생 다 제도하여
어리석은 어둠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에 머물게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올리고
여러 지위를 깨끗이 하며
큰 자비심 일으키어
안팎의 물건 모두 버릴 것이다.
와서 달라는 이 그대 보거든
인색한 마음 행여 내리라.
나는 항상 보시하기 좋아하니
그대 내 뜻을 어기지 말라.
내 머리를 보시하는 것보고
삼가 걱정하지 말 것이며
내 지금 그대에게 말하여
그대의 마음 견고케 하며
내가 손과 발을 끊더라고
그대는 구걸하는 이 미워하지 말라.
그대여, 내 말 듣고
마땅히 잘 생각하여라.
아들과 딸, 사랑하는 물건
모든 것 다 버릴 터이니
그대 내 마음 따른다면
나도 그대의 뜻 이루어줄 것이다.
(39-53-41-2-5-9) 묘덕이 태자를 따를 것을 말하다
그 때 아가씨는 태자에게 “말씀한 대로 받들겠습니다.”라고 여쭙고 게송을 말했다.
한량없는 겁 바다에서
지옥 불이 몸을 태우더라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습니다.
한량없이 태어나는 곳
티끌 같이 몸을 부숴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습니다.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나큰 금강산을 다녀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습니다.
한량없는 생사 바다에서
나의 몸과 살을 보시하여도
당신이 법의 왕 되시는 곳
나도 그렇게 하여 주소서.
만일 나를 받아들여
나의 님 되어 주신다면
세세생생 보시하실 때
언제나 이 몸을 보시할 것입니다.
중생의 괴로움 딱하게 여겨
보리심 내었을진댄
이미 중생들 거두어 주시니
이 몸도 응당 거두어 주소서.
나는 부귀도 바라지 않고
다섯 가지 욕락도 탐내지 않고
바른 법 함께 행하며
당신으로 나의 님 삼겠습니다.
검푸르고 길고 넓은 눈
인자하게 세간 살피고
물드는 마음 내지 않으니
반드시 보리를 이루겠습니다.
태자의 가시는 곳엔
땅에서 연꽃이 솟아
반드시 전륜왕 되시리니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소서.
내가 언제 꿈을 꾸는데
이 묘한 법 보리도량에
나무 아래 앉으신 여래를
많은 대중이 둘러 모셨고
나는 또 금산과 같으신
부처님께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시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마음이 기뻤습니다.
지난 옛날에 권속 하늘로
기쁜 광명이란 신이 있는데
그 하늘이 내게 말하되
‘도량에 부처님 나셨다’라고 했네.
나는 일찍이 이런 생각하여
태자의 몸 보기를 원하였는데
그 하늘이 내게 말하기를
‘너는 지금 가서보라’하더니
지난 옛적에 가졌던 소원
지금 모두 이루었으니
바라건대 함께 가서
저 부처님께 공양합시다.
(39-53-41-2-5-10) 태자가 받아들이다
“그때 태자는 승일신(勝日身)여래의 이름을 듣고 매우 기뻐서 부처님 뵈려고, 그 아가씨에게 오 백 마니보배를 흩고, 묘하게 갈문[妙藏] 광명관을 씌우고, 불꽃마니 옷을 입혔다. 그 아가씨는 그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고 기쁜 내색도 없이, 다만 합장하고 공경하여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한눈팔지 않았다.
(39-53-41-2-5-11) 선현이 게송으로 찬탄하다
선현은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했다.
이 딸은 매우 단정해
공덕으로 몸을 장엄하고
예전부터 태자를 섬기려 하더니
이제 소원을 이루었네.
계행을 지니고 지혜 있어
모든 공덕 갖추었으며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장 훌륭해 짝할 이 없네.
이 아기 연꽃에서 나
가문이 나무랄 것 없고
태자와 행과 업 같아
모든 허물 멀리 여의고
이 아기 살갗 부드럽기가
하늘의 비단솜 같으니
손으로 한번 만지면
모든 병이 소멸됩니다.
털구멍에서 나오는 향기
아름답기 비길 데 없어
중생이 맡기만 하면
청정한 계율에 머물게 되고
몸은 금빛과 같아
연꽃좌대에 앉은 모양
중생이 보기만 하면
해칠 뜻 없고 인자해집니다.
음성이 하도 부드러워
듣는 이 모두 기뻐하나니
중생이 듣기만 하면
여러 가지 나쁜 법 여의게 되네.
마음은 깨끗하여 티가 없으며
아첨과 굽은 일 여의었나니
마음에 맞추어 내는 말이라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네.
화평하고 부드럽고 체면을 차려
높은 어른 공경하고
탐욕도 없고 속이지 않으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네.
이 아기는 얼굴이나
권속을 의뢰하지 않고
다만 청정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공경합니다.
(39-53-41-5-11) 태자와 아가씨와 대왕이 다 부처님을 뵙고 수행하다
이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일 만 시녀와 그 권속들과 함께 향아원에서 나와 법구름광명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이 화순하고 안과 밖이 청정하며, 큰 용의 못과 같아서 흐린 때가 없으셨다. 깨끗한 신심을 내어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러 바퀴를 돌았다.
그 때 태자와 묘덕 아가씨는 각각 오 백의 보배연꽃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였고, 태자는 부처님을 위하여 오 백 절을 지었다. 모두 향나무로 지었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오 백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꾸몄다.
이 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보안등문(普眼燈門)경를 말씀하셨다. 이 법문을 듣고는 모든 법 가운데서 삼매바다를 얻었다.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서원 바다를 두루 비추는 삼매와 삼세 갈무리를 두루 비추는 삼매와 모든 부처님 도량을 보는 삼매와 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삼매와 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는 지혜등불삼매와 모든 중생의 근성을 두루 비추는 지혜등불삼매와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광명구름삼매와 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크게 밝은 등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연설하는 삼매와 보현의 청정한 행을 구족한 삼매였다.
이 때 묘덕 아가씨도 이기기 어려운 바다광삼매를 얻고, 위없는 바른 보리에서 영원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 때 태자는 묘덕아가씨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중으로 돌아가서 부왕께 나아가 절하고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승일신(勝日身)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이 나라 법구름광명보리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묘덕 아가씨가 말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난한 사람이 묻힌 보배를 얻은 듯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없는 보배여서 만나기 어려우니 만일 부처님을 뵈면 모든 나쁜 길의 공포를 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의사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구원할 것이다. 부처님은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끝까지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작은 왕과 대신들과 권속들과 찰리(刹利)와 바라문들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왕의 지위를 선위하여 태자에게 주면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행하였다. 그리고 일 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권속들과 함께 물러가서 앉았다.
그 때 여래는 그 왕과 대중을 살펴보고, 미간의 흰 털로 ‘모든 세간의 마음 등불’의 큰 광명을 놓았다.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비추며 모든 세간 주인의 앞에 머물러 여래의 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여러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였다.
이 때 여래께서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고 원만한 음성으로 대중을 위하여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다라니를 말하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다라니로 권속을 삼았다. 그 왕은 이것을 듣고 즉시에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가운데 있는 염부제 티끌 수 보살은 이 다라니를 함께 증득하고, 육십 만 나유타 사람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고, 일 만 중생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은 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이 부사의한 힘으로 신통 변화를 널리 나투고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삼승의 법을 말하여 중생을 제도하셨다.
이때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집에 있었으면 이렇게 묘한 법을 증득하지 못할 것이지만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성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마음대로 하되 시기를 알아야한다.” 라고 하셨다.
이때 재주왕은 일 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에게 한꺼번에 출가하였고, 오래지 않아서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다라니를 성취하였으며, 또 위에 말한 삼매문들을 얻고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神通門)을 얻고 보살의 끝이 없는 변재를 얻고 보살의 걸림없이 깨끗한 몸을 얻었다.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법문을 듣고 큰 법사가 되어 묘한 법을 연설하며, 신통한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나타나심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본래 행하시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본래 인연을 보이며,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의 힘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말씀하신 교법을 보호하여 유지하였다.
그때 태자는 보름 동안 궁전에 있는데 시녀들이 둘러 호위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니 하나는 ‘걸림없는 행’ 바퀴보배이며, 둘은 ‘금강몸’ 코끼리보배이며, 셋은 ‘빠른 바람’ 말보배이며, 넷은 ‘햇빛광’ 구슬보배이며, 다섯은 ‘묘덕’ 여자보배이며, 여섯은 ‘큰 재물’ 재정 맡은 대신보배이며, 일곱은 ‘때 여읜 눈’ 군대 맡은 대신보배였다. 일곱 보배가 구족하고 전륜왕이 되어 염부제의 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쾌락하였다.
왕은 일 천 아들이 있어 단정하고 용맹하여 원수를 항복 받았으며, 염부제에 팔십 도시가 있고, 도시마다 오백 절이 있으며, 절마다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였고, 도시마다 여래를 청하여 부사의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려 하며,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갈 적에 신통한 힘을 나투어 한량없는 중생으로 선근을 심게 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하여서 부처님을 보고 환희하며 보리심을 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닦아 진실한 이치에 들어갔으며, 법의 성품에 머물러 법의 평등함을 알고 삼세 지혜를 얻어 삼세를 평등하게 관찰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고, 여러 가지 법을 말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보살의 서원을 내어 보살의 도에 들어가며, 여래의 법을 알아 법바다를 성취하며, 몸을 널리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을 알고, 그들로 하여금 온갖 지혜의 원을 내게 하였다.”
(39-53-41-2-5-12) 엣 일과 지금의 일을 모두 밝히다
“선남자여, 그때 왕자로서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이며, 재주왕은 보화불(寶華佛)이다.
그 보화불은 동방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서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법계 허공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구름’이며, 그 가운데 ‘삼세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세계’ 종이 있고, 그 세계종 가운데 ‘원만광명’이라는 한 세계가 있고, 그 가운데 ‘모든 세간의 임금의 몸을 나타냄’ 한 도량이 있고, 보화여래가 지금 거기서 위없는 바른 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부처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에 둘러 있으며 법을 말씀하셨다.
보화여래가 옛적에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이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으며, 이 세계해에서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으로 나시는 이는 다 보화여래께서 보살로 있을 때 교화하여 위없는 바른 보리심을 내게 한 이들이다.
그때 아씨의 어머니인 선현여인은 지금 나의 어머니 좋은 눈이고, 그 왕의 권속들은 지금 여래에게 모인 대중이며,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큰 원을 성취하였으며, 비록 이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나 모든 세간에 두루 나타나서 항상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러 있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뵙는다.
모든 여래께서 허공과 평등한 음성 구름으로 법을 말씀하는 것을 다 들어 받으며,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어 소문이 여러 부처님 국토에 퍼졌으며, 모든 도량에 나아가고 여러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마땅한 대로 교화하고 조복시키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도를 닦아 사이가 트지 아니하고 보살의 광대한 서원을 성취하였다.
(39-53-41-2-6) 법의 근원을 밝히다(2)
(39-53-41-2-6-1) 육십 억 백 천 나유타 부처님을 섬기다
선남자여, 묘덕 아씨와 위덕주(威德主) 전륜왕이 네 가지로 승일신여래께 공양한 이는 나의 전신이었다.
선남자여, 저 겁 동안에 이러한 육십 억 백 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이를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다.
그 첫 부처님은 이름이 청정신(靑淨身)이며, 다음 부처님은 일체지월광명신(一切智月光明身)이며, 다음은 염부단금광명왕(閻浮檀金光明王)이며, 다음은 제상장엄신(諸相莊嚴身)이며, 다음은 묘월광(妙月光)이며, 다음은 금강나라연정진(金剛那羅延精進)이며, 다음은 지력무능승(智力無能勝)이며, 다음은 보안상지(普安詳智)요, 다음은 이구승지운(離垢勝智雲)이며, 다음은 사자지광명(獅子智光明)이며, 다음은 광명계(光明髻)요, 다음은 공덕광명당(功德光明幢)이며, 다음은 지일당(智日幢)이며, 다음은 보련화개부신(寶蓮華開敷身)이며, 다음은 복덕엄정광(福德嚴淨光)이며, 다음은 지염운(智焰雲)이며, 다음은 보조월(普照月)이며, 다음은 장엄개묘음성(莊嚴蓋妙音聲)이다.
다음은 이름이 사자용맹지광명(獅子勇猛智光明)이며, 다음은 법계월(法界月)이며, 다음은 현허공영상개오중생심(現虛空影像開悟衆生心)이며, 다음은 항후적멸향(恒齅寂滅香)이며, 다음은 보진적정음(普震寂靜音)이며, 다음은 감로산(甘露山)이며, 다음은 법해음(法海音)이며, 다음은 견고망(堅固網)이며, 다음은 불영계(佛影髻)요, 다음은 월광호(月光毫)요, 다음은 변재구(辯才口)요, 다음은 각화지(覺華智)요, 다음은 보염산(寶焰山)이며, 다음은 공덕성(功德星)이며, 다음은 보월당(寶月幢)이며, 다음은 삼매신(三昧身)이며, 다음은 보광왕(寶光王)이며, 다음은 보지행(普智行)이며, 다음은 염해등(焰海燈)이며, 다음은 이구법음왕(離垢法音王)이며, 다음은 무비덕명칭당(無比德名稱幢)이며, 다음은 수비(修臂)요, 다음은 본원청정월(本願淸淨月)이며, 다음은 조의등(照義燈)이며, 다음은 심원음(深遠音)이며, 다음은 비로자나승장왕(毘盧遮那勝藏王)이며, 다음은 제승당(諸乘幢)이며, 다음은 법해묘련화(法海妙蓮華)이다.
그 마지막이 광대해(廣大解)부처님이며, 그 부처님에게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고, 그 때 그 부처님이 도시에 들어와서 교화하시는데 나는 왕비가 되어 왕과 더불어 절하여 뵙고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이 모든 여래의 등불을 내는 법문을 말씀하심을 듣고 즉시에 모든 보살의 삼매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을 얻었다.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고 보살과 더불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고 공양하는데 한 겁에 한 부처님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두 부처님· 세 부처님·부처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으나 보살의 몸과 형상의 크기와 모양과 그의 몸으로 짓는 업과 마음으로 행함과 지혜와 삼매의 경계를 알지 못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보살을 뵙고 보리의 행을 닦되 의심하거나 믿거나 간에 보살의 세간과 출세간의 갖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주고 권속을 삼아 위없는 바른 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부처님을 뵙고 이 해탈을 얻고는 보살과 더불어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함께 닦아 익히면서 그 겁 동안에 세상에 나는 부처님을 다 친근하여 섬기며 공양하고 말씀하는 법을 듣고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며, 그 모든 여래에게서 이 해탈과 갖가지 법문을 얻고 갖가지 삼세를 알고 갖가지 세계해에 들어가서 갖가지로 정각을 이룸을 보고 갖가지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데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서원을 내고 보살의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보살의 여러 가지 해탈을 얻었으나 보살이 얻는 보현의 해탈문을 알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 바다와 같고 시방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없고 그지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여래의 경계와 같다.
선남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었으니, 마치 탐욕이 많은 남녀가 한 데 모이면 서로 사랑하느라고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과 감각을 일으키듯이 나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몸을 살펴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마다 한량없고 그지없는 광대한 세계가 갖가지로 머물고 갖가지로 장엄한 갖가지 현상을 보며, 갖가지 산과 갖가지 땅과 갖가지 구름과 갖가지 이름과 갖가지 부처님이 나심과 갖가지 도량과 갖가지 대중의 모임과 여러 가지 경전을 연설함과 갖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일을 말함과 갖가지 승(乘)과 갖가지 방편과 갖가지로 청정함을 보았다.
보살의 낱낱의 털구멍에서 잠깐마다 그지없는 부처님들이 여러 가지 도량에 앉아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투고 여러 가지 법륜을 굴리고 여러 가지 경전을 말하여 항상 끊이지 않음을 보았다.
보살의 낱낱의 털구멍에서 그지없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머무는 곳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짓는 업과 여러 가지 근성을 항상 보았다.
보살의 낱낱의 털구멍에서 삼세 보살들의 그지없이 수행하는 문을 보았으니, 이른바 그지없이 광대한 서원과 그지없이 차별한 지위와 그지없는 바라밀과 그지없는 옛날 일과 그지없이 인자한 문과 그지없이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그지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그지없이 중생을 거두어 주는 방편이다.
선남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의 털구멍을 보는 데, 한번 간 데는 다시 가지 않고 한번 본 데는 다시 보지 않지만 그 끝닿은 데를 알 수 없다. 해탈의 힘으로 실달(悉達) 태자가 궁중에 계실 적에 시녀들이 둘러 호위함을 보았으며, 보살의 낱낱의 털구멍을 관찰하여 삼세 법계의 일을 모두 보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만을 얻었을 뿐, 보살들이 필경에 한량없는 방편 바다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종류를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좋아함을 따르는 행을 말하며, 낱낱의 털구멍에 그지없는 형상 바다를 나타내며, 모든 법의 성품이 없는 성품으로 성품을 삼을 줄을 알며, 중생의 성품이 허공과 같아서 분별이 없음을 알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진여와 같음을 알며, 모든 곳에 두루하여 그지없는 해탈의 경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광대한 법계에 들어가서 여러 지위의 법문에 즐거워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 안에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摩耶)부인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않으며, 부처님들께 공양하기를 쉬지 않으며, 보살의 업을 짓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으며, 온갖 장애를 떠나서 보살의 해탈에 들어가되 다른 이를 말미암지 않으며, 모든 보살의 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계신 데 나아가서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대승의 원을 내어 모든 중생의 선근을 증장케 하기를 쉬지 않느냐고 물으라.”
그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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