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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_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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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섭불교
댓글 0건 조회 11,566회 작성일 21-07-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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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3-38) 개부일체수화주야신[開敷一切樹華主夜神]

      제 7 원행지遠行地선지식 


(39-53-38-1)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이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의 해탈문에 들어가서 수행이 증진되여 개부일체수화주야신에게 나아갔다. 그는 보배향나무로 지은 누각 안에서 묘한 보배로 만든 사자좌에 앉았는데, 백 만의 주야신이 모시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하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위없는 바른 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온갖 지혜를 얻는지 알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39-53-38-2)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의 설법

(39-53-38-2-1) 중생을 안락하게 하는 행 

주야신이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이 사바세계에서 해가 지고 연꽃이 지고 사람들이 구경하던 일을 파할 때에, 여러 가지 산이나 물이나 성이나 벌판 등지에 있던 여러 가지 중생들이 모두 그들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을 보호하여 바른 길을 찾게 하며 가려는 곳에 가서 밤을 편안히 지내게 한다.”


(39-53-38-2-2)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행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한창 혈기가 충만할 나이에 교만하고 방탕하여 오욕락[五欲]을 마음껏 하거든, 나는 그에게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을 보여 두려운 생각을 내고 나쁜 짓을 버리게 하며,  갖가지 선근을 칭찬하여 닦아 익히게 한다. 인색한 이에게는 보시를 찬탄하고, 파계하는 이에게는 청정한 계율을 칭찬하고, 성 잘 내는 이에게는 인자한 곳에 머물게 하고, 해칠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참는 일을 하게하고, 게으른 이에게는 정진하게 하고, 산란한 이에게는 선정을 닦게 하고, 나쁜 꾀를 가진 이에게는 반야를 배우게 하고, 소승을 좋아하는 이는 대승에 머물게 하고, 삼계의 여러 길을 좋아하는 이는 보살의 서원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중생이 복과 지혜가 미약하여 번뇌와 업의 핍박으로 걸림이 많은 이는 보살의 힘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중생이 마음이 어두워 지혜가 없으면 보살의 지혜바라밀에 머물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큰 기쁨을 내는 광명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다.” 

  

(39-53-38-2-3) 해탈문의 경계

선재동자가 말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오니까?” 

밤을 맡은 신이 말했다. 

“선남자여, 이 해탈에 들어가면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교묘한 방편지혜를 알게 된다. 모든 중생이 받는 여러 가지 낙은 모두 여래의 위덕의 힘으로, 여래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까닭이며, 여래의 말씀을 실행하는 까닭이며, 여래의 행을 배우는 까닭이며, 여래의 두호하는 힘을 얻은 까닭이며, 여래의 인가하는 도를 닦는 까닭이며, 여래의 행하던 착한 일을 심는 까닭이며, 여래의 법을 의지하는 까닭이며, 여래의 지혜의 햇빛으로 비추는 까닭이며, 여래의 성품이 깨끗한 업의 힘으로 거두어 주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내가 큰 기쁨을 내는 광명의 해탈에 들어가서, 비로자나 여래·응공·정등각께서 과거에 닦으시던 보살의 수행바다를 기억하여 분명하게 보았다.“

  

(39-53-38-2-4) 발심한 일에 대하여 말하다 

  “선남자여, 세존께서 보살로 계실 때에 모든 중생이 ‘나’와 ‘내것’이라는 것에 집착하여 무명의 어두운 밤에 머물며, 여러 소견의 숲 속에 들어가서 탐애에 얽매이고 성내는 데 깨지고 어리석은 데 어지럽히고 미워하는 데 감기어서, 나고 죽는 데 바퀴돌 듯이 하고 빈궁하고 피곤하여 부처님이나 보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것을 보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익케 하였다.  모든 보배로 된 도구를 얻어 중생을 거두어 주는 마음과 중생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는 마음과 모든 일에 집착을 여의게 하는 마음과 모든 경계에 물들고 탐내지 않는 마음과 모든 것을 끊임없이 베푸는 마음과 모든 과보에 희망하지 않는 마음과 모든 영화에 부러워하지 않는 마음과 모든 인연에 미혹하지 않는 마음을 내었다. 

  진실한 법의 성품을 관찰하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마음을 내고, 모든 법의 소용돌이에 깊이 들어가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데 머무는 인자한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에게 방편을 행하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고, 큰 법의 일산이 되어 중생을 두루 덮는 마음을 내고, 큰 지혜의 금강저로 모든 중생의 번뇌의 산을 깨뜨리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의 기쁨을 증장하는 마음을 내고, 끝까지 안락케 하는 마음을 내고, 중생의 욕망을 따라 모든 보배를 비내리는 마음을 내고, 평등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성숙케 하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성스러운 재물을 만족케 하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이 필경에 모두 십력(十力)의 지혜열매를 얻게 하는 마음을 내었다.”


(39-53-38-2-5) 중생을 이익하게 하는 행 

  “이런 마음을 내고는 보살의 힘을 얻고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며,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에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비내리어 그들의 욕망대로 뜻에 만족하여 기쁘게 하며, 뉘우치지도 인색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교화하고 성숙케 하여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면서도 갚음을 바라지 않으며, 여러 중생의 마음보배를 깨끗하게 다스려서 그들로 하여금 여러 부처님과 같은 선근을 일으키게 하며 온갖 지혜와 복덕바다를 증장하게 하였다. 

  보살이 이렇게 하여 잠깐 동안에 모든 중생을 성숙케 하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법계에 두루 들어가며, 허공계에 두루 가득하며, 모든 삼세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지혜를 성취하고 조복하며, 온갖 법륜을 굴리며, 온갖 지혜의 도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모든 세계의 갖가지로 차별한 중생의 앞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부처님의 등정각을 이루심을 나타내며, 널리 모든 세계의 모든 겁에서 보살의 행을 닦아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않는다. 모든 광대한 세계해의 모든 세계종 가운데 있는 갖가지로 경계가 된 세계와 갖가지로 장엄한 세계와 갖가지의 자체로 된 세계와 갖가지의 형상으로 된 세계와 갖가지 널려 있는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세계는 더러운데 깨끗하기도 하며, 어떤 세계는 깨끗한데 더럽기도 하며, 어떤 세계는 더럽기만 하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기만 하며,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고 굵기도 하고 가늘기도 하였다. 혹은 바르고 기울고 엎어지고  잦혀졌다. 이러한 여러 가지 세계 중에서 잠깐 동안에 보살들의 행을 행하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고 보살의 힘을 나투며 삼세 모든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모두 알고 보게 하였다. 

  선남자여, 비로자나여래께서 지나간 옛날 이렇게 보살의 행을 닦을 때에 여러 중생이 공덕을 닦지 않아서 지혜가 없어 ‘나’와 ‘내것’에 집착하며, 무명에 가려 바르게 생각하지 않고 삿된 소견에 들어가며 원인과 결과를 알지 못하고 번뇌의 업을 따르다가 생사의 험악한 구렁에 빠져서 갖가지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중생들에게 매우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어 온갖 바라밀행을 갖추어 닦게 하며 선근을 일컬어 찬탄하며 편안히 머물게 하여, 생사와 빈궁한 고통을 여의고 복덕과 도를 돕는 법을 닦게 하였다. 

  갖가지 인과의 문을 말하며 업과 과보가 서로 위반하지 않음을 말하며, 법에 증득하여 들어갈 곳을 말하며 모든 중생의 욕망과 이해함을 말하며, 여러 가지로 태어날 국토를 말하며 그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게 하며 모든 나쁜 짓을 버리게 하며, 온갖 지혜에 나아가는 도를 돕는 법을 말하여서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법보시를 행하여 모든 것을 두루 거두어 주게 하여 온갖 지혜의 행을 일으키게 하며, 모든 보살의 바라밀의 도를 닦아 배우게 하며, 온갖 지혜를 이루는 여러 선근바다를 증장케 하며, 모든 거룩한 재물을 만족케 하며,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문에 들어가게 하며, 한량없는 방편을 거두어 가지게 하며, 여래의 위엄과 공덕을 살펴보게 하며, 보살의 지혜에 편안히 머물게 하였다.” 


(39-53-38-2-6) 깊어서 알기 어려운 법의 근본 

  선재동자가 말했다. 

“거룩하신 이께서 위없는 바른 보리심을 낸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주야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렵고 말하기 어렵다. 모든 세간에서나 이승들도 알지 못한다. 

  오직 부처님들의 신통한 힘으로 두호하고 선지식이 거두어 주는 이는 알 수 있다. 훌륭한 공덕을 모아 욕망과 좋아함이 청정하여

용렬한 마음이 없고 물든 마음이 없고 왜곡된 마음이 없으며, 널리 비추는 지혜의 광명된 마음을 얻고, 중생들을 두루 이익케 하려는 마음과 모든 번뇌와 여러 마가 깨뜨릴 수 없는 마음을 내고, 온갖 지혜를 성취하려는 마음과 모든 생사의 낙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부처님의 묘한 낙을 능히 구하고,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능히 멸하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능히 닦고,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능히 관찰하고, 모든 청정한 믿음과 이해를 능히 갖추고 모든 생사의 흐름을 능히 초월하여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능히 들어가며, 능히 위없는 법의 성(城)에 결정코 이르며, 여래의 경계에 용맹하게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지위에 빨리 나아가며, 온갖 지혜의 힘을 성취하며, 능히 시방에서 끝까지 이름을 얻은 사람이라야 이것을 지니며 능히 들어가고 통달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래의 지혜 경계이므로 모든 보살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중생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써 화순하여 교화할만한 중생의 뜻을 빨리 청정케 하며, 선근을 닦는 중생의 마음이 자유자재하게 하기 위하여 그대의 물음을 따라 말한다.” 

  

(39-53-38-2-7) 게송으로 거듭 말하다

  이때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이 뜻을 거듭 밝히려고 삼세의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불자여, 그대가 물은 

깊고 깊은 부처님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동안 

말하여 다 말 할 수 없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교만과 의혹에 가려진 

중생으로는 알 수 없는 

부처님의 묘한 법이다. 


간탐과 질투와 아첨과 속이는 

나쁜 마음과 번뇌와 업에 

가려진 중생으로는 알 수 없는 

부처님의 경계이다. 


오온과 십이처와 십팔계에 집착하여

몸이 있다거나 소견이 뒤바뀌고 

생각이 뒤바뀐 중생은 알 수 없는 

부처님의 깨달음이다. 


부처님의 경계 고요하고 

성품이 깨끗하고 분별 여의었는데  

내가 있다고 고집하는 중생은 

이 법의 성품을 알 수가 없다. 


부처님의 가문에 나서 

부처님의 수호를 받으며 

부처님의 법장을 가진 이만이 

지혜의 눈으로 보는 경계일 뿐이다.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맑고 깨끗한 법을 좋아하며 

부처님의 힘을 구하는 이는 

이 법문을 듣고 기뻐할 것이다. 


마음이 깨끗하고 분별이 없어 

마치 허공과 같고 

지혜의 등불로 어둠을 깨치면 

이것이 그들의 경계인 것이다. 


크게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세간을 두루 덮어 

온갖 것에 평등하면 

이것이 그들의 경계인 것이다. 


집착이 없는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후회함이 없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행하면 

이것이 그들의 경계인 것이다. 


모든 법의 성품과 

모든 업의 씨앗을 알고 

어디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이것이 그들의 경계인 것이다. 


용맹하게 꾸준히 노력하고 

편안한 마음 물러나지 않아 

온갖 지혜 부지런히 닦으면 

이것이 그들의 경계인 것이다. 


마음은 고요히 삼매에 머물고 

끝까지 청량하여 번뇌없으며 

온갖 지혜의 원인을 닦으면 

이것이 깨달은 이의 해탈인 것이다. 


모든 진실한 모양을 알고 

끝이 없는 법계의 문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여 남김이 없으면 

이것이 지혜를 얻은 이의 해탈인 것이다. 


중생의 진실한 성품 동탈하여 

보이는 모든 현상에 집착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마음물에 비치면 

이것이 바른 길 걷는 이의 해탈인 것이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방편과 서원의 힘으로 태어나서 

모든 세계와 겁에 부지런히 수행하면 

이것이 보현의 해탈인 것이다. 


모든 법계의 문에 두루 들어가 

시방의 세계바다 모두 보며

생겨나고 없어지는 겁을 보아도 

끝까지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며 


법계의 모든 티끌 마다 

여래가 보리수 아래 앉아서 

도를 이루고 중생 교화함을 보면 

이것이 걸림없는 눈 가진 이의 해탈인 것이다. 


그대는 한량없는 겁바다에서 

선지식을 모셔 공양하였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고 법을 구하니 

부지런히 기억하여 잊지를 않네. 


비로자나불의 광대한 경계가 

한량없고 끝이 없어 부사의하지만 

부처님의 힘을 입어 설법을 하며

그대의 청정한 마음은 더욱 빛나네. 


(39-53-38-2-8) 발심한 인연에 대하여 말하다 

(39-53-38-2-8-1) 옛적 부처님의 일을 말하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세계해의 티끌 수 겁 전에 ‘넓은 광명진금마니산’이라는 한 세계해가 있었다. 그 세계해에 보조법계지혜산적정위덕왕(普照法界智慧山寂靜威德王)부처님이 나타나셨다. 선남자여, 부처되기 전에 그 부처님은 보살의 행으로 그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는데, 그 세계해 가운데 세계의 티끌 수 세계종이 있고, 낱낱의 세계종마다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있으며, 낱낱의 세계마다 여래께서 나타나셨으며, 낱낱의 여래께서 세계해 티끌 수만큼 경전을 말씀하시고, 낱낱의 경전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며 갖가지 신통한 힘을 나타내고 법문을 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였다. 

  선남자여, 저 넓은 광명진금마니산 세계해 가운데 ‘두루 장엄한 당기’라는 한 세계종이 있으며 그 가운데 ‘모든 보배빛 넓은 광명’의 한 세계가 있었다. 모든 화신 부처님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형상은 하늘성과 같으며, 모든 여래도량의 영상을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밑바닥이 되어 모든 보배꽃바다 위에 있으니 깨끗하고 더러움이 섞여 있었다. 이 세계에 수미산의 티끌 수 사천하가 있고 그 복판에 ‘온갖 보배산 당기’라는 한 사천하가 있고, 넓이와 길이가 10만 유순이며, 낱낱의 사천하에 각각마다 1만의 큰 성이 있고, 그 염부제에 ‘견고하고 묘한 보배장엄구름등불’이라는 수도가 있는데 1만의 큰 성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염부제 사람의 수명이 1만 세 될 때 ‘모든 법 음성 원만한 일산’이라는 왕이 있었다. 5백 대신과 6만 궁녀와 7백 왕자가 있었는데, 왕자들이 용모가 단정하고 용맹하여 큰 위덕이 있었으며, 그 왕의 위덕이 염부제에 널리 퍼져서 원수와 대적할 이가 없었다. 

  세계가 겁이 다할 때 오탁(五濁)의 다섯 가지 흐린 것이 생겨 사람들의 수명은 짧아지고 재물은 모자라고 형상은 더럽고 고통이 많고 낙이 없었다. 열 가지 착한 일[十善]은 닦지 않고 나쁜 업만 지으며 서로 다투고 헐뜯으며 다른 이의 권속을 떠나게 하고 다른 사람의 영화를 질투하며, 생각대로 소견을 내고 법답지 못하게 탐심을 내었다. 

  그런 인연으로 풍우가 고르지 못하고 곡식이 풍년 들지 않으며, 동산에 풀과 나무가 타죽고 백성들은 궁핍하여 질병이 많아서 사방으로 흩어져 의지할 곳이 없어 모두 수도로 와서 여러 백천만억 겹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을 들기도 하고 합장하기도 하며,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도 하고 손으로 가슴을 두들기기도 하며, 무릎을 꿇고 부르짖기도 하고 몸을 솟아 외치기도 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은 남루하며, 살갗이 터지고 눈에는 빛이 없었다. 임금을 향하여 하소연하였다. 

  '대왕이여, 저희들은 지금 빈궁하고 외롭고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고 쇠약하여 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 같으며 의지할 곳도 없고 구해 줄 이도 없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대왕을 희망으로 여기고 왔습니다. 인자하고 지혜로우신 대왕께서는 저희들을 안락하게 거두어줄 것이라는 생각, 사랑을 베풀어 줄 것이라는 생각, 살려 줄 것이라는 생각, 거두어 줄 것이라는 생각, 보배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나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바른 길을 찾았다는 생각, 떼를 만났다는 생각, 보물섬을 보았다는 생각,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천궁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내었습니다.‘ 

  

(39-53-38-2-8-2) 큰 자비심을 일으키다

그 때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백 만 아승지 가엾게 여기는 문을 얻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열 가지 가엾게 여기는 말을 하였다. 

'애닯다. 중생이여, 바닥모를 생사의 구렁에 빠졌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건져내어 온갖 지혜의 땅에 머물게 할 것이다. 

모든 번뇌의 핍박을 받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구호하여 온갖 착한 업에 머물게 할 것이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 떨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의지할 데가 되어 몸과 마음이 편안함을 얻게 할 것이다. 

 항상 세상의 공포 속에서 시달리니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어 온갖 지혜의 길에 머물게 할 것이다. 

지혜의 눈이 없어 내 몸이란 소견[身見]의 의혹에 덮혔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방편을 지어 의혹의 소견과 눈에 가린 막을 걷어내어 줄 것이다. 

항상 어리석음에 미혹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밝은 횃불이 되어 온갖 지혜의 성을 비추어 보게 할 것이다. 

항상 아끼고 질투하고 아첨하는 데 흐려져 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열어보여서 청정한 법의 몸을 증득케 할 것이다. 

생사의 바다에 오랫동안 빠졌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건져내어 보리의 언덕에 오르게 할 것이다. 

 여러 감관이 거칠어 조복시키기 어려우니 어떻게 해서라도 잘 다스려 여러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갖추게 할 것이다. 

소경과 같아서 길을 보지 못하니 어떻게 해서라도 잘 인도하여 온갖 지혜의 문에 들어가게 할 것이다.' 


(39-53-38-2-8-3) 큰 보시행을 행하다 

  대왕은 이렇게 말하고 북을 치고 

 '내가 지금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필요한 것을 모두 만족케 할 것이다’하고 영을 내리고, 즉시 염부제에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성과 모든 마을에 선포하여 창고를 열고 갖가지 물품을 내어 네거리에 쌓아 놓았으니 금·은·유리·마니 등의 보배와 의복과 음식과 꽃과 향과 영락과 궁전과 집과 평상과 방석들이 있으며, 큰 광명 마니보배당기를 세웠으니 그 빛이 몸에 비치면 모두 편안해졌다. 

  또 여러 가지 병에 필요한 약과 끓는 물을 보시하고 여러 가지 보배 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담았는데 금강그릇에는 갖가지 향을 담고 보배향그릇에는 갖가지 옷을 담았다. 연과 가마와 수레와 당기 번기와 비단 일산 따위의 여러 가지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고방문을 열어놓고 주며, 또 여러 마을과 성시와 동산과 숲과 처자와 권속과 왕의 지위와 머리·눈·귀·코·입술·혀·치아·손·발·가죽·살·염통·콩팥·간·허파 등의 몸 속과 밖에 있는 것들을 베풀어 주었다. 

  그 견고하고 묘한 보배로 장엄한 구름등불성 동쪽에 ‘마니산광명문’이 있고, 그 문 밖에 보시하는 모임이 있었다. 땅이 넓고 청정하고 평탄하여 구렁이나 가시덤불이나 자갈 따위가 없고,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되었으며, 여러 보배꽃을 흩고 묘한 향을 풍겼으며 여러 가지 보배등을 켰으니 모든 향기구름이 허공에 가득하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차례차례 줄을 지었으며, 한량없는 꽃그물과 한량없는 향그물이 위에 덮이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악기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 항상 나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묘한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모두 보살의 깨끗한 업으로 생긴 과보이다. 

  그 모임 가운데 사자좌를 놓았으니, 열 가지 보배가 바닥이 되고, 열 가지 보배가 난간이 되었으며, 열 가지 보배나무가 사방으로 둘러섰고, 금강보배바퀴가 그 밑을 받치었는데, 모든 보배로 용과 신의 형상을 만들어 함께 받들게 하였고 갖가지 보물로 장엄하였다. 당기·번기가 사이사이로 벌였고 여러 가지 그물이 위에 덮이고 한량없는 보배향에서는 향기구름이 나오고 여러 가지 보배옷이 곳곳에 깔려 있고, 백천 가지 풍류를 항상 잡히며, 또 그 위에 보배일산을 받았는데, 한량없는 보배불꽃광명을 놓아서 염부금처럼 찬란하고 깨끗하며 보배그물을 덮고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보배로 된 띠가 두루 벌렸고, 갖가지 풍경에서는 항상 묘한 소리를 내어 중생들에게 착한 업을 닦으라고 권하였다. 

  그때 대왕이 사자좌에 앉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다. 빛이 찬란한 보배로 관을 만들어 썼으니, 나라연(那羅延) 같은 몸을 해칠 수 없고 여러 시절이 모두 원만하고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어서 왕족에 태어났으며, 재물과 법에 자유자재하고 변재가 걸림이 없고 지혜가 통달하며 어진 생각으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명령을 어기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염부제에 한량없고 수많은 백천만억 나유타 중생이 있는데, 갖가지 국토에서 갖가지 종족과 갖가지 형상과 갖가지 의복과 갖가지 말과 갖가지 욕망을 가진 이들이 모여와서 대왕을 우러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왕은 큰 지혜가 있는 이며 복이 수미산 같은 이며 공덕이 달 같은 이로서 보살의 서원에 머물러서 광대한 보시를 합니다.' 

  이때 대왕은 저들이 와서 구걸함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고 환희한 마음을 내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고 선지식이란 마음을 내고 광대한 마음을 내고 서로 계속하는 마음을 내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고 모든 것을 주려는 마음을 내고 두루한 마음을 내었다. 

  선남자여, 그때 대왕이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크게 환희한 마음을 내는 것이 잠깐 동안이지만 도리천왕, 야마천왕, 도솔타천왕이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받을 쾌락과 자재천왕이 한량없는 겁 동안에 받을 쾌락과 대범천왕이 그지없는 겁 동안에 받을 범천의 쾌락과 광음천왕이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에 받을 천상의 낙과 변정(遍淨)천왕이 다함 없는 겁 동안에 받을 천왕의 낙과 정거(淨居)천왕이 말 할 수 없는 겁 동안에 고요한 데 머무를 낙으로도 미칠 수 없다. 

  선남자여, 어질고 인자하고 효도하고 공순한 어떤 사람이 난리를 만나 부모, 처자, 형제, 자매와 멀리 헤어졌다가, 뜻밖에 거친 벌판에서 서로 만나 반갑게 붙들고 어루만지며 어쩔 줄을 모르듯이 저 대왕이 와서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기뻐함도 그와 같았다. 

  선남자여, 그 대왕이 그때 선지식을 만나서 부처님의 보리를 이해하고 이루고자 함이 더욱 증장하며 근기가 성취하고 믿음이 청정하며 환희함이 만족하였으니, 무슨 까닭인가? 이 보살이 여러 가지 행을 부지런히 닦아 온갖 지혜를 구하며, 모든 중생이 이익되기를 원하고 보리의 한량없는 낙을 얻기를 원하며,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고 모든 선근을 모으기를 좋아하며,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를 원하고 살바야의 도를 관찰하기를 좋아하며, 온갖 지혜의 법을 수행하기를 즐기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마의 번뇌와 업을 깨뜨리며, 모든 여래의 가르침을 따라서 온갖 지혜의 걸림없는 도를 행하였다. 

  온갖 지혜의 흐름에 깊이 들어갔으며 모든 법의 흐름이 항상 앞에 나타나며 큰 서원이 다함이 없어 대장부가 되었으며 거룩한 이의 법에 머물러 여러 가지의 착한 일을 쌓아 모으며 모든 집착을 여의어 세간의 경계에 물들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알고 와서 구걸하는 이에게 외아들인 생각과 부모라는 생각과 복밭이란 생각과 만나기 어려운 생각과 이익되고 신세롭다는 생각과 견고한 생각과 스승이란 생각과 부처님이란 생각을 내었다. 

  그래서 처소도 가리지 않고 종류도 택하지 않고 형상도 가리지 않고, 오는 이마다 그의 욕망대로 인자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시하여 만족케 하였다. 음식을 구하는 이는 음식을 주고 옷을 구하는 이는 옷을 주고 향과 꽃을 구하는 이는 향과 꽃을 주고 화만과 일산을 구하는 이는 화만과 일산을 주며, 당기·번기·영락·궁전·동산·정원·코끼리·말·수레·평상·보료·금·은·마니·보물과 고방에 쌓아둔 것과, 권속·도시·마을들을 모두 이렇게 중생들에게 보시하였다. 


 (39-53-38-2-9) 발심한 일을 말하다

 (39-53-38-2-9-1) 몸과 마음의 덕 

 “그때 이 모임에 보배광명[寶光明]이라는 장자의 딸이 60명의 처녀들과 함께 있었다. 

단정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기뻐하니 살갗은 금빛이고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몸에서는 향기가 나고 입으로는 범천의 음성을 말하며, 훌륭한 보배 옷으로 단장하였고, 항상 수줍은 모습을 품고 바른 생각이 산란하지 않으며, 위의를 갖추고 어른을 공경하며, 깊고 묘한 행을 따르기를 생각하여 한 번 들은 법은 늘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전생에 심은 선근이 마음을 윤택하게 하매 청정하고 광대하기가 허공과 같아서 중생들을 평등하게 하며 부처님들을 항상 보고 온갖 지혜를 구하였다.“


 (39-53-38-2-9-2) 큰 마음을 내다 

   “그때 보배광명 아가씨가 대왕으로부터 멀지 않은 데서 합장 예배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선지식을 뵙고 좋은 이익을 얻었네.' 

대왕을 큰 스승이란 생각과 선지식이란 생각과 자비를 구족한 생각과 능히 거두어 주리라는 생각을 내고 마음이 정직하여 환희심을 내고, 몸에 걸었던 영락을 벗어 왕에게 받치고 이렇게 원하였다. 

  '지금 이 대왕께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무명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되었으니 저도 오는 세상에서 그와 같이 되어지이다. 대왕이 아는 법과 타는 수레와 닦는 도와 갖춘 모습과 가진 재산과 거두어 주는 대중이 그지없고 다함이 없으며 이길 수 없고 파괴할 수 없습니다. 저도 오는 세상에 그와 같이 되며, 대왕이 나는 곳에 따라 나게 하여지이다.' 

  이때 대왕은 이 아가씨가 이런 마음을 내는 것을 알고 말했다 

'아가씨여, 네가 원하는 대로 모두 너에게 줄 것이다. 내게 있는 온갖 것을 다 주어 모든 중생을 만족하게 할 것이다.' 


 (39-53-38-2-10)보배광명 아가씨의 게송 

 (39-53-38-2-10-1) 백성들에게 이익준 일을 말하다

  이때 보배광명 아가씨는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지고 매우 환희하여 게송으로 대왕을 찬탄하였다. 

 

지난 옛날 이 성중에 

대왕이 나기 전에는 

즐거운 것 하나도 없어 

마치 아귀들이 사는 세상 같았네. 

 

중생들이 서로 살해하고 

훔치고 간음하며 

이간하고 거짓말하고 

무리하고 욕설만 하였네. 

 

남의 재물을 욕심내고 

성 잘 내고 표독한 마음 품어 

나쁜 소견과 나쁜 행동으로 

죽으면 나쁜 길에 떨어지네. 

 

이러한 중생들이 우악하고 

어리석어 

뒤바뀐 소견에 빠졌으며 

매우 가물어 비가 오지 않네. 

 

곡식은 싹이 나지 못하고 

풀과 나무는 타 죽고 

샘과 시냇물 모두 마르고 

흉년이 들어 인심이 사납네. 

 

대왕이 아직 나기 전에 

물은 모두 말라버리고 

동산에 해골이 많아 

마치 거친 벌판 같았네. 

 

대왕께서 임금이 되어 

여러 백성을 건지시니 

반가운 구름 팔방에 퍼져 

단비가 흡족하게 내리네. 

 

대왕이 이 나라에 군림하여 

여러 가지 나쁜 짓 끊어주시며 

감옥에는 죄인이 없고 

외로운 이들 모두 편안하였네.  

 

예전에는 여러 중생들 

서로서로 남을 해치며 

피를 빨고 살을 씹더니 

지금은 모두 인자하여졌네. 

 

예전에는 여러 중생들 

가난하고 헐벗어서 

풀잎으로 앞을 가리고 

굶주려서 아귀 같았네. 

 

대왕이 세상에 나셨어 

살이 저절로 나고 

나무에서 의복이 나와 

남자와 여자들 새 옷을 입었네.

 

옛날에는 하찮은 이익으로 다투어 

법도 없이 서로 빼앗더니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하여 

마치 제석천의 동산에 온 듯하네. 

 

옛날에는 사람들 나쁜 짓을 하며 

턱없이 음탐을 내어 

유부녀나 아가씨들을 

갖가지로 침해하였네.

 

지금에는 얌전하고 

옷 잘 입은 부인을 보고도 

마음에 음욕이 일어나지 않아 

마치 지족천(知足天)에 온 듯하네. 

 

옛날에는 여러 중생들 

거짓말 하고 진실하지 못하여 

법도 모르고 이익도 없이 

아첨하고 잘 보이려고 하였네. 

 

지금에는 여러 사람들 

나쁜 말은 하나도 없고 

마음이 유순하며 

하는 말이 모두 온화하네. 

 

옛날에는 여러 중생들 

여러 가지로 삿된 짓 하여 

개·돼지·소를 보고도 

합장하고 절을 하였네. 

 

지금은 임금의 바른 법 들어 

옳게 알고 사견이 없어져 

즐거움과 괴로움이 모두가 

인연으로 생기는 줄 알았네. 

 

대왕이 묘한 연설 하시며 

듣는 이 모두 기뻐하니 

제석과 범천의 음성으로도 

이 소리에 미칠 수 없네. 

 

대왕의 보배로 된 일산 

공중에 높이 솟았는데 

유리로 대가 되고 

마니 그물로 덮여있네. 

 

황금 풍경에서는 

여래의 화평한 음성이 나서 

미묘한 법을 말하여 

중생의 번뇌를 멸하네. 

 

시방 여러 세계의 

모든 겁 동안에 나신 

여래와 그 권속들의 

법을 널리 연설하네.

 

차례차례로 

과거의 시방세계와 

그 국토에 계시던 

모든 여래를 말하네.

 

미묘한 음성이 

염부계(閻浮界)에 퍼져서 

인간과 천상의 

여러 가지 법을 말하네. 

 

중생들이 듣고는 

스스로 업의 모임을 알고 

악을 버리고 부지런히 닦아 

부처님의 보리로 회향을 하네. 


(39-53-38-2-10-2) 대왕의 본생을 찬탄하다

 

대왕의 아버지는 정광명이고 

어머니는 연꽃빛이며 

오탁의 다섯 가지 흐림이 나타날 때에 

임금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네. 

 

그때 수많은 동산이 있고 

동산에는 오 백의 못이 있어 

각각 일 천의 나무가 둘러서고 

못마다 연꽃이 덮여있네. 

 

그 못 언덕 위에 

집을 지으니 기둥이 천 개이며

난간이며 모든 장엄이 

모두 구비하였네. 

 

말세가 되고 나쁜 법 생겨 

여러 해에 비가 안 오니 

못에는 물이 마르고 

초목은 말라 죽었네. 

 

대왕이 나시기 칠 일 전에 

이상한 상서가 나타나 

보는 이마다 생각하기를 

세상을 구할 이가 나시려는가. 

 

그날 밤중에 

여섯 가지로 땅이 진동하며 

어느 보배 꽃 덮인 못에는 

광명으로 햇빛처럼 빛이 났네. 

 

오백 개의 못 안에는 

팔공덕수가 가득하고 

마른 나무에는 가지가 나고 

꽃과 잎이 무성하네. 

 

못에 가득한 물은 

여러 곳으로 넘쳐흘러서 

널리 염부제에까지 

흡족하게 적시었네. 

 

약풀이나 여러 나무나 

온갖 곡식이며 채소들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다 번성하였네. 

 

구렁과 도랑과 언덕 

높은 곳 낮은 땅의

이런 모든 땅바닥이

한결같이 평탄하여졌네. 

 

가시덤불과 자갈밭 

온갖 더러운 것들도

모두 잠깐 동안에 

보배옥으로 변하였네. 

 

중생들 이것을 보고 

기뻐 찬탄하면서 

좋은 이익을 얻은 것이 

목마를 때 마신 것 같다고 하네. 

 

그때 정광명왕은 

한량없는 권속들과 함께 

법의 수레를 갖추고 

숲 동안에 놀러 가시네. 

 

오 백 연못 가운데 

경희(慶喜)라는 못이 있고 

못 위에 법당이 있으니 

부왕께서 거기 앉으시었네. 

 

선왕이 부인께 말하기를 

지금부터 이레 전에 

밤중에 땅이 진동하면서 

여기서 광명이 나타났네. 

 

저 연못 속에는 

천엽(千葉) 연화가 피었는데 

찬란하기 일 천 햇빛과 같아 

수미산 꼭대기까지 비쳤네.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염부금은 꽃판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는 꽃과 잎이며 

묘한 향은 꽃술이 되었네.

 

그 연꽃에서 왕이 탄생하여 

단정하게 가부하고 앉으니 

거룩한 모습으로 장엄하며 

하늘과 신들이 공경하였네. 

 

선왕은 너무 기뻐서 

못에 들어가 얼싸안고 

나와서 부인께 주면서 

당신의 아들이니 경사가 났소. 

 

묻힌 보배 솟아나오고 

보배 나무에는 옷이 열리며 

하늘 풍류의 아름다운 소리가

공중에 가득히 차네. 

 

모든 중생이

기쁜 마음으로 합장하고 

희유한 일이라 외치며 

훌륭하다 세상을 구원할 이여. 

 

왕의 몸으로 광명을 놓아 

온갖 것을 두루 비추니 

모든 사천하의 

암흑은 스러지고 병이 소멸하였네.

 

야차와 비사사(毘舍사) 

독한 벌레와 나쁜 짐승들

사람을 해치는 것들이

모두 숨어 버리고 없네.

 

나쁜 소문과 손해보는 것과 

횡액과 병에 붙들리는 것 등 

이런 괴로움이 소멸되니 

모든 사람 기뻐 뛰노네. 

 

여러 가지 중생들이

부모와 같이 서로 보고 

나쁜 짓 버리고 인자한 마음으로 

온갖 지혜만을 구하네. 

 

나쁜 길은 닫아 버리고 

인간과 천상의 길을 열며 

살바야(薩婆若) 드날려 

중생들을 제도하네. 

 

우리들은 대왕을 뵙고 

모두 좋은 이익 얻으며 

갈 데 없고 지도할 이 없는 이들 

모두 다 안락 얻었네. 

 

이 때 보배광명 아가씨는 게송으로 ‘모든 법음성 원만한 일산’왕을 찬탄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엎드려 절하고는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한곁에 물러가 앉았다. 

  

 (39-53-38-2-11) 보배광명 아가씨를 찬탄하고 옷을 주다

그 때 대왕은 아가씨에게 말했다. 

“착하다. 아가씨여, 네가 다른 이의 공덕을 능히 믿으니 희유한 일이다. 모든 중생은 다른 이의 공덕을 믿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 

  

아가씨여, 모든 중생은 은혜 갚을 줄을 모르며 지혜가 없고 마음이 흐리며 성품이 밝지 못하여 뜻과 기운이 없고 수행하는 일에도 게으르며, 보살과 여래의 공덕과 신통한 지혜를 믿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 

  아가씨여, 이제 결정코 보리에 나아가려 하므로 보살의 이러한 공덕을 능히 알 것이다. 너는 지금 이 염부제에 나서 용맹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널리 거두어 주는 공이 헛되지 않을 것이며, 또 이런 공덕을 성취할 것이다.” 

  왕은 아가씨를 칭찬하고는 훌륭한 보배 옷을 가져 와 보배광명 아가씨와 그 권속들에게 주며, 이 옷을 입으라고 말했다. 

  그때 아가씨들은 무릎을 땅에 꿇고 두 손으로 옷을 받들어 머리 위에 올려 놓았다가 입었다. 옷을 입고는 오른쪽으로 왕을 돌았는데, 보배옷에는 모든 별처럼 광명이 두루 나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이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아가씨들이 모두 단정하여 깨끗한 밤하늘의 별처럼 장엄되었다.' 

  

(39-53-38-2-12)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밝히다 

 “선남자여, 그때에 모든 법음성 원만한 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비로자나 여래·응공·정등각이다. 

또 정광명왕은 지금의 정반왕이시고, 보배광명 부인은 마야부인이며, 보배광명 아가씨는 곧 나이다. 그 왕이 그 때에 사섭법(四攝法)으로 거두어 준 중생들은 지금 이 회상에 있는 여러 보살들이다. 모두 위 없는 바른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초지(初地)에도 있고 십지에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큰 서원을 갖추고 여러 가지 도를 돕는 법을 모으며,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추고 여러 가지 신통을 얻고 여러 가지 해탈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인 가운데서 여러 가지 묘한 법의 궁전에 거처하고 있다. 

 

(39-53-38-3)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의 게송 

  그때 모든 나무의 꽃을 피우는 주야신이 선재동자에게 이 해탈의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했다. 


나에게 넓고 큰 눈이 있어 

시방의 모든 세계해에서 

다섯 길에 바퀴돌 듯 하는 이들를 

모두 다 보네. 


그리고 저 여래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앉으시니 

신통이 사방에 가득하여 

법을 설하여 중생을 제도하네. 


나에게는 청정한 귀가 있어서 

온갖 소리를 다 듣고 

부처님이 법을 설하시면 

기뻐하며 믿는 것을 보네. 


나에게는 남의 마음을 아는 신통이 있어 

여러 겁 동안에 있었던 

내 일과 남의 일을 

분명하게 모두 아네. 


나는 또 잠깐 동안에 

세계해의 티끌 같은 겁 동안 

부처님과 보살과 

다섯 길의 중생들을 아네. 


여러 부처님께서 

처음에 보리심을 내시고 

여러 가지 행을 닦아서 

낱낱이 원만하심을 아네. 


저 부처님들께서 

보리를 성취하시고 

여러 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심을 아네. 


저 부처님께서 

가지신 여러 승들과 

바른 법이 머무는 동안과 

많은 중생을 건지심을 아네.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 

닦아 익힌 이 법문을 

이제 그대에게 말하니 

불자여, 마땅히 배우도록 하라. 


(39-53-38-4) 수승한 보살의 일을 찬탄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광대한 기쁜 광명을 내는 해탈문을 알 뿐이며, 보살들의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온갖 지혜의 큰 서원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부처님의 서원바다를 만족하며, 용맹한 지혜를 얻어 한 보살의 지위에서 모든 보살 지위의 바다에 들어가며, 청정한 서원을 얻어 한 보살의 행에서 모든 보살의 수행 바다에 들어가며 자유자재한 힘을 얻어 한 보살의 해탈문에서 모든 보살의 해탈문 바다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39-53-38-5) 선지식 찾기를 권하다

 “선남자여, 이 도량 안에 일체 중생을 구호하는 대원정진력[大願精進力救護一切衆生]주야신이 있다.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여 위없는 바른 보리에 나아가게 하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의 법을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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